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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과 무릎사이] Eyes Wide Shut 본문

AV ※ 19금영화

[무릎과 무릎사이] Eyes Wide Shut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2.15 22:08


[리뷰 박재환 1999/?/?]
   거장이라곤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저그런 영화감독이라고 하기에도 좀 그런 평가를 받는 우리나라 영화감독은 꽤 된다. 한 시절 오랜 세월동안 충무로영화는 현실에 안주하였고, 영화팬의 대중적 기호에 적절히 부응하는 한심한 영화만을 양산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 때에는 돈이 되는 작품을 만들어 제작자의 신용을 얻어야했고, 저급한 영화관객의 눈높이 맞추는 그런 영화를 만들어야했다. 이런 영화예술적 측면이외의 요인으로 만들어지는 영화를 오늘날의 잣대로 보는 것은 상당히 고통스런 작업이다. 그 감독에게나 그 시절 극장에 몰려가서 그런 영화를 지켜봤을 우리의 영화팬이 어쩐지 측은하게 생각되기도 하고 말이다.

  여기 대표적인 영화감독과 대표적인 영화가 한편 있다. 바로 1984년도 이장호 감독의 작품 <무릎과 무릎사이>이다. 이 영화 한편을 가지고 한 시절의 한국영화를 통채로 욕하는 것도 문제가 있고, 이 영화 한편의 흥행 대성공으로 우리 나라 영화팬들의 경향을 유추해 볼 생각도 없다. 그것은 결국 우리나라 영화의 문제점에 대해서 욕하는 것고 동시에 우리 스스로를 쪽 팔리게 하는 것이니 말이다.

  이러한 불행한 현상은 당연히 영화계에도 있어왔다. <애마부인>이 대박이면 벗기기 영화가 판을 치고, 박중훈이 뜨면 몇년간 박중훈 이름만 나와도 욕하는 영화팬이 생길만큼 박중훈식 코미디영화가 홍수를 이루었다. <쉬리> 이후에는 충무로가 당연히 물량공세로 나가고 있고 말이다. 하지만, 이들 개별적인 요소는 전혀 탓할 것이 못된다. 특히 박중훈의 경우, 최근 인터뷰에서 밝히기를 한때 충무로에서 제작되는 70여 편의 영화가 모두 자기 하나만을 바라보고 기획되고, 만들어지는 형편이니, 인맥이 중시되는 한국영화 바닥에서 거절도 못하고 억지로 출연하게 된 경우도 많았단다. 그래서 지난 2년동안 그는 도망가다시피 일본으로 가버렸고 말이다. 이러한 제작경향은 불행하게도 한국영화계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든다. 이런저런 영화들, 다양한 시도, 입맛 다양한 영화팬에게 한 걸음 다가가는 노력대신, 이미 검증받은 장르에의 집착은 당연히 지난 세월동안 한국영화를 뚜렷한 강세 장르도 없이 세계영화계에서 변방에 머물게 만들었다. 이제라도, 한국영화계는 한국영화의 정체성을 가진 그런 영화를 만들수 있어야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제작자, 감독, 배우뿐만 아니라, 영화팬들도 좋은 작품을 가려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고, 지금은 아쉬울지라도 밀어주는 아량과 용기를 가져야할 것이다. 헐리우드 영화는 아무리 쓰레기같아도 일단 가서 봐 주잖은가. 보고나서야 욕을 하든말든. 하지만, 우리영화는 이제 그런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영화가 다양한 장르의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 좋은 현상이다.

다시 <무릎과 무릎사이>로 돌아가서. 당연히 이런 영화는 1980년대 한국을 휩쓴 에로영화의 하나이다. 이장호 감독으로선 <바보선언>, <과부춤>같은 불세출의 걸작을 만들어 내놓은 동시에 <어우동>과 이 <무릎..>같은 어처구니 없는 영화도 내놓았다. 하지만, 물론 이 영화는 당시의 장르의 집착에서 한꺼풀 벗어나는 그 어떤 것이 있긴 하다. 바로 "있을 것은 다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무릎>은 이장호감독이 직접 각본을 썼다. 줄거리는 그럭저럭 기승전결이 있고, 갈등구조가 다양하게 얽혀있고, 또한 영화팬을 우롱하는 듯한 교훈까지 있다.

  줄거리를 우선 소개하자면, 자영은 음대 플룻 배우는 학생이다. 그의 주위에는 안성기와 임성민이 있다. 자영은 성기를 좋아하지만 성민이가 자꾸 접근하니 짜증난다. 집안에는 하루종일 워크맨뒤집어서고 마이클 잭슨의 노래만 듣고 (당시 유행한) 문워크 춤만 추는 남동생이 있고, 하루종일 잔소리에 가까운 간섭만 하는 엄마가 있다. 이 집안의 분위기는 어떤 무거운 짓눌림이 있다. 바로 아버지의 외도에 대한 반발로 어머니는 자영에게 순결을 지나치게 강요하고, 감시하는 것이다. 안성기 집안은 한국적 정서로 가득차 있다. 안성기는 한복을 입고 다니고, 검도를 하며, 명창의 공연을 보러다니고, 어머니와 다소곳이 앉아 다도를 즐긴다. 자영의 집안은 복잡하고, 자영은 갈등을 느낀다. 그러던 중 밤늦게 귀가하던 자영은 치한에게 겁탑을 당할뻔 한다. 여기에 어머니의 시선이 곱지 못하자, 자영은 집을 나온다. 그리고 산좋고 물좋은 시골에 쳐박혀 지내며 자유를 느낀다. 하지만, 이 시골에 놀려온 도회지 놈에게 겁탈당한다. 하지만, 자영은 이제 진정으로 자아를 느낀다. 서울로 돌아왔지만, 집안은 더욱 시끄럽게 돌아간다. 새 엄마, 새 아빠, 배 다른 여동생...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러던중 시골에서의 그 때 일을 몰래 촬영한 나쁜 놈이 자영을 불러낸다. 사진을 동네방네 뿌리겠다고 협박하면서... 어쩔 수 없이 자영은 그놈을 따라 나간다. 하지만, 이번엔 나쁜 놈이들이 떼거지로 나타나 자영을 윤간하고, 자영은 그 충격으로 자살을 시도한다. 이제 병원 장면. 가족이 모여 처음으로 가족애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모든 방황을 끝낸 자영에게 안성기가 다가간다. 끝.

  몇 가지 요소만 보더라도 이 영화는 솔찍히 짜증나는 구조다. 여성의 성관념에 대한 자유로운 상상과 한계는 요즘 <처녀들의 저녁식사>보면 충분히 알 수 있기에 이 고리타분한 전개에 일단 반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한국적인 정서와 서구적인 정서의 갈등은 플룻과 한복으로 대비된다. 그리고, 순결에 대한 강박관념은 요즘 관객을 거의 탈진시킬만큼 한심하다. <인형의 집>의 니나도 아니면서 말이다. 음..생각할수록 짜증나네. 뭐, 그런 거 있잖은가.. "..이제 전 자유를 얻었어요. 이젠 진정 자아를 느껴요. 그동안 어머니에 대한 반발로 어쩌구.. 하지만,이젠 진정으로 이러한 것이..어쩌구..." 어쩜 이렇게 유치한 대사를 천연덕스럽게 할 수가 있을까. 하기사 큐브릭의 <EWS>의 방황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지도 모른다.

  그래, 좋게보자. 좋게보자... 그런데 좋게 볼게 있나. 글쎄다. 안성기의 어쩔수없는 스트레오 타입 연기는 이 영화에서도 변함없다. 이보희의 연기 또한 그 시절 여느 여배우들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그런 단조로운 표정과 신음 뿐이고 말이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이러한 내용의 마무리를 짓는 감독 자신이다. 정신과 의사로 카미오 출연한 이장호는 이보희의 자살시도와 관련하여, 이보희의 그 딱딱한 어머니에게 그런다. "따님과 좋은 이야기 많이 나누었어요. 정신적인 순결을 중시하도로 하세요..."라고. 참 어이가 없는 결론이다. 물론 맞는 말이긴 하다만, 그런 결론을 꺼집어내기 위해 플룻을 맨날 갖고 다니는 이보희의 행로를 따라가야했단 말인가?


  참, 이보희가 풀룻을 애지중지하는 것은 좀 생각해볼만한 상징성을 띈다. (이보희는 어린시절 플롯을 가르치는 외국인강사에게 성적 행위를 당할 뻔했다. 물론 엄마가 그 모습을 보고 뜻밖에도 아이를 때리고 난리였다) 초반부에 이보희가 엄마와 짜증나는 전화통화를 끝내고 수화기를 내려놓는 순간 혼선이 되어, 왠 신음소리가 흘려난온다. 이에 이보희가 전신을 부르르 떨며 플룻으로 자기의 몸을 애무하는 장면이 있는데, 1984년에 나온 영화란 것을 염두에 둔다면 상당히 자극적이며 획기적인 장면이었다.

  어쨌든 이 영화는 이장호라는 한국의 대표적 감독이 1980년대 한국 여인의 자아상실과 그 극복과정, 가족애의 복원을 그리려'한' 영화였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리고, 오늘날 보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지만. 



무릎과 무릎사이 (1984)

감독: 이장호
제작: 태흥영화(이태원)
출연: 안성기,이보희,임성민,이혜영,나한일,태현실
한국개봉: 1984/9/30
서울흥행: 263,33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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