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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정남녀] 한 예술하고픈 홍콩 영화감독 (리뷰 둘) 본문

중국영화리뷰

[색정남녀] 한 예술하고픈 홍콩 영화감독 (리뷰 둘)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3.05 22:09

[Reviewed by 박재환 2000-3-17] (**2000년 국내극장개봉 리뷰**)  홍콩인구는 600만 명 정도이며 해마다 만들어지는 영화는 100편 이상이나 된다. 물론 이들 영화 대부분은 한국 영화팬들이 짐작하는 대로 쓰레기 아니면 킬링 타임용 3류 영화들이다. 그러니 그런 틈바구니 속에서 왕가위나 관금붕, 아니면 프루트 챈 같은 감독의 작품이 살아서 한국에까지 소개된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물론 홍콩영화는 한국영화와 비교하면 훨씬 국제적이며, 영화산업 자체도 훨씬 체계적이다. 어떻게 저런 영화가 만들어지고 팔려나갈까 의문이 들때도 있지만, 확고한 스타 시스템, 분명한 시장 형성, 공고한 제작-배급 방식 등으로 계속 그런 영화가 만들어져왔고 앞으로도 팔려나갈 것이다. 물론 요즘 들어 컴퓨터와 디지털이란 것이 대중화되면서 스크린에 대항한 VCD의 도전은 막강하다. 이 영화 <색정남녀>에서 영화사 사장이 불같이 화를 내며 "개봉도 안 된 내 영화가 벌써 불법 복제되어 돌아다니나"며 소리 지르는 장면이 있다. 그게 홍콩 영화계의 현실이다. 물론 영화에만 해당되는 상황이 아니고 여명이나 유덕화의 음반도 그런 형편이다. 쓰레기 같은 영화를 6000원 주고 볼 바에야 3000원(홍콩에는 불법 복제된 VCD 가격이 아주 싸다. 우리 나라엔 불법 복제된 테이프나 VCD가 너무 비싸다!)에 한번보고 말지이다. 아니면 친구랑 돌려보든지 말이다. 자, 불법복제 때문에 홍콩영화계가 요즘 불황이니 종말이니 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을까?

  왕가위처럼 한 예술 하고픈 별 볼일 없는 장국영이 제작자에게 이끌려 심야극장에 간다. 왕정감독에 서금강 같은 배우가 출연하는 <옥보단> 같은 영화는 극장이 미어 터진다. 하지만 한 예술을 하려는 이동승 감독의 <바퀴없는 전차>같은 영화는 파리 날릴 뿐 아니라 감독까지 비관 자살하게 만든다. 그럼 모르긴 해도 한국의 관객입장에선 홍콩영화산업의 내리막길의 원인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실이 적나라하게 스크린에 나타나니 말이다.

  이동승 감독은 이러한 홍콩영화산업의 내막을 잘 안다. 언제나 똑같은 배우 불러다가 왕정스타일로 치고 박고 싸우게 하고, 서기 데려다가 최대한 벗겨서 적당히 에로틱하게 만들면 관객이 들게 되어 있다. 관객의 눈 높이에 딱 맞추는 영화제작자와 영화감독의 능력이 십분 발휘되는 나라가 바로 이 홍콩의 영화계인 것이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이 영화를 보는 대부분의 관객도 똑같은 혐의를 받게 되니 말이다. (한국에서는 다행히 그러한 팬들에 대한 시장은 성인용 비디오 시장으로 견고하게 형성되어 있다. 현실을 오도할 필요는 없다. 우리 관객이라고 맨날 <노스탤지어>만 볼 수는 없으니 말이다. 참 아니 홍상수 것만 볼 수는 없으니 말이다)

  장국영. 극중에서의 역할은 영화감독이다. 변변찮은 작품만 내놓다가 이제 <색정남녀>라는 대박 터뜨릴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 그 감독이 깐느급인지, 아니면 하다못해 부산국제영화제 GV급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이 영화의 국내 홍보전략이 말해주듯 장국영과 서기의 아찔한 섹스씬이 이 영화의 처음이자 끝인 영화이다. (첫 장면의 여자는 막문위이다) 국내에 장국영 팬은 기본적으로 있고, 서기 팬도 기본적으로 인터넷사이트에는 존재한다.

  감독이 이 영화에서 관객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예술 혼의 승화, 혹은 포르노임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는 영화인의 자세.. 이런 상투적인 질문과 대답은 아닐 것이다. 분명 홍콩영화 자체에 대한 한없는 가벼움에 대한 한없이 가벼운 야유와 독설일 것이다. 그것은 제작자에 대한, 감독에 대한, 배우에 대한, 그리고 관객에 대한 자기 반성인 것이다. 그래서 그는 기꺼이 바다에 뛰어들어 죽어버리는 것이다.(극중 자살하는 이동승 감독 역은 유청운이 연기했음) 쓰레기 같은 영화나 보는 관객 때문에 말이다. 그리고 이동승 감독은 홍콩영화 현실에 울화가 치밀어 이 영화도 작심하고 쓰레기로 만들어버렸는지 모른다. 그래서 씁쓸할 뿐이다. 에드 우드가 따로 없다.

  영화 마지막에, 극중 영화감독 장국영은 <색정남녀>를 찍은 후 포르노 영화감독이 되었고, 서기는 영화배우 그만 두고 결혼하였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서기가 공교롭게 이 영화 개봉에 즈음하여 패션잡지 표지모델을 위해 잠깐 방한하였었지만 절대 <색정남녀>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서기가 대만에서 홍콩 넘어와서 얼마 안되어 출연한 영화답게 어마어마한 노출을 요구받았으니 말이다. 장국영은 여전히 공연과 새 음반 출시로 바쁜 와중에 진짜 영화감독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해피 투게더>때만해도 왕가위 감독의 연출스타일에 불만이 많았던 그가 어떤 식으로 홍콩관객에게 다가갈지 무척 기대가 된다.   (박재환  2000/3/17)

色情男女 (1996)
 Viva Erotica
감독: 나지량 羅志良 (Lo Chi Leung)/이동승
출연: 장국영,막문위,서기,나가영,서금강,유청운,황추생,진패
홍콩개봉: 1996/11/28
한국개봉: 2000/3/18
홍콩B.O.: HK$ 11,615,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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