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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色情男女] 장국영, 서기의 <죽이는 이야기> (리뷰 하나) 본문

중국영화리뷰

[色情男女] 장국영, 서기의 <죽이는 이야기> (리뷰 하나)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3.05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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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1999-8-11] (**1999년 홍콩 비디오 감상 리뷰**)  제목을 저렇게 뽑고나서 다시 생각해 보아도, 이 영화나 여균동 감독의 그 영화나 제목 하나는 정말 백만 불짜리이다. 누구라도 <색정남녀> 제목만으로는 적어도 이 영화의 내용을 <옥보단之색정남녀>정도를 연상할 것이니 말이다. 처음 영화 시작되면 쇼킹 그 자체의 오프닝 씬을 보게된다. <해피 투게더>의 오프닝 씬과는 비교가 안되게 시뻘건 화면에서 등에서는 연신 땀이 쏟아지는 장국영의 뜨겁디 뜨거운 러브씬을 보게 된다. 아마 이 장면만으로도 장국영 팬에게는 획기적인 영화가 될 것이다.
  <성월동화> 국내개봉을 앞두고 장국영이 방한 했었는데,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장에서 누군가가 이 영화 <색정남녀>가 한국에서 금지되었다가 곧 상영될 예정이란 것을 알고 있냐고 장국영에게 질문했다. 그 질문에 장국영은 "기쁘다. 그 영화는 홍콩에서도 3급이었다. 제목에 '색정'이란 단어가 들어가서 오해하겠지만, 에로물은 아니다."고 답변했다. 홍콩은 1급, 2급, 3급으로 영화를 나눈다. 현재 홍콩에서 개봉 영화로 보자면 디즈니 만화 <타잔>이 1급이고, 대부분의 영화가 2급(2급은 다시 A와 B로 나눈다. A는 와일드와일드웨스트 같은 영화이고, B는 오스틴 파워스 같은 영화이다. 3급은 <색정남녀>, 기타 <옥보단>같은 영화이다.

  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홍콩영화계/연예계에 대한 초보적 지식 몇가지.

  홍콩 영화 제작 편수는 해마다 급감하고 있다. 그리고 만들어지는 대부분의 영화는 <옥보단>스타일의 에로물 아니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배우 몇몇이 무더기로 나와서 폼 잡고, 총 쏘고, 칼 휘두르는 킬러영화가 다이다. 예술영화, 인디영화, 작가감독 영화는 저쪽 문화회관이나 감독협회 건물에서나 아주 가끔 시사회할 때나, 영화제할 때 겨우 구경할 수 있다. 왕정 감독은 홍콩 배우로는 더이상 장사가 안된다는 것을 알고는 이연걸 데려다가 찍고, 대만에서 서기 데려와서는 옷 벗겨서 찍고.... 그랬다. 그렇게 만든 영화를 홍콩극장에 내건다. 홍콩사람들은 그런 영화를 제일 선호한다. 그들에겐 영화가 영화일 뿐이다. 그리고, 그런 홍콩사람들 수준에 딱맞는 연예신문(엘로우 저널리즘)이 판을 치고, 민간방송에서는 스캔들과 추문, 누드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카메라 들이대고 생방송으로 마구 초상권, 프라이버시를 짓밟고 있다. 그게 현실이다!!! (한국신문은? O양, 백지연,기타등등.... 똑 같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영화이야기 시작. 이 영화보며 줄곧 여균동 감독의 <죽이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직 못 보신 분을 위하여 잠깐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잘 안팔리는 영화감독 문성근은 언제나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강한 사회의식을 담은 작품. 험악한 세상에서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연인들을 죽음으로 내 모는 그런 슬픈 영화 <죽이는 이야기>를 말이다. 그러나 충무로의 무식한 영화사 사장=제작자는 제목 하나에 혹~간다. 그래서 <죽이는 이야기> 영화를 만들게 된다. 사장의 정부이며 에로물 몇 편에 나온 것이 연기경력의 전부인, 푼수같은 황신혜는 언제나 예술 영화에 출연하여 자신의 오명을 씻고 싶어한다. 게다가 영화흥행을 위해 액션스타 이경영을 캐스팅하고 나니, 영화찍기는 그야말로 가시밭 길이었다. 몸 사리는 황신혜, 오우삼식 액션만을 찍자고 우기는 이경영. 영화촬영은 점점 겉잡을수 없는 지옥으로 굴러떨어진다. (이 영화 꼭 보시라. 볼만한 한국영화 중의 한편이니 말이다. O양 나오기 훨씬 전에 여균동의 여관방 몰래카메라가 처음 시도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 <색정남녀>는? 첫 장면부터 보자. 영화가 시작되면 우리는 슈퍼 히어로 장국영과 막문위의 아찔한 의상과 아찔한 베드씬을 보게 된다. 그야말로 몽환의 섹스라도 하는 듯한 격렬한 화면은 이내 그것이 영화촬영 장면임을 알게 된다. 남과 여가 너무 열을 내니 감독이 "컷!"한다. 이때 장국영이 멈출 수 없다고 한다. 뭘? 그러더니 이 화면은 또 장국영의 현실 생활로 돌아간다. 장국영은 영화 몇편 찍고 현재는 놀고 있는 백수 감독이다. 아내(동거녀) 막문위가 언제나 힘을 주고, 사랑(!)을 담뿍 주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영화가 성공하게 되기를 기원한다. 이때 오랜 영화판 친구 나가영이 장국영의 새 각본을 영화로 만들자며 제작자에게 데려간다. 제작자는 제목을 보자마자 아주아주 좋아한다. 제목이 <색정남녀>이니까. "이건 3급 영화야. 벗겨 벗겨. 죽여 죽여.. 그럼 떼돈 버는 거야." 이때 사무실로 걸어들어오는 영화사 사장의 젊은 정부, 서기! 아이고 맙소사, 서기가 나오다니. 이 양반 지금 <옥보단지 색정남녀>를 찍을 모양이군.... 그렇다. 제작자는 그걸 원하고 있다!

  장국영은 어쩔 수 없이 영화촬영에 들어간다. 맙소사 예술영화를 찍고 싶어하는 서기는 옷 벗는 것을 한사코 거부한다. 달래고 달래고.. 해서 서기를 결국 벗겨서는 <색정남녀>를 찍기 시작하는데.... (이 영화에서 서기가 제일 노출이 심하다. 완전 올 누드-모노크롬으로 처리됨-까지. 역시 서기는 현존 홍콩 여배우 중 제일 뜨거운 여배우이다!) 러쉬 필름을 보니.. 아이고 맙소사 이건 또 뭐야? 나가영이 맡은 역은 중국어로 監製이다. 감제는 미국영화에서의 이규제티브 프로듀스에 해당된다. 그러니까 영화판 쫄쫄 따라다니며 제작비 절감하려고 눈이 벌개지고, 감독과 배우 사이의 트러블을 조정하고, 로케지 섭외까지 신경써고. 뭐 그런 사람이다. 나가영은 발가벗은 서기를 기대했었는데 휘황찬란한 스탭 프린트라니..(<중경삼림>보면 추적 씬에서 나오는 휙휙 날아가는 느낌이 들게하는 촬영기법) "속았다!"

  나가영이 한 마디 안 할 수 없다. "지금 너가 찍는 것은 3급 필름이야. 왕가위가 아니라니까. 넌 왕정이란 말야!" 그러자 고뇌에 찬 장국영 감독이 그런다. "그럼 구숙정은?" (영어자막으로는 "여배우 캐스팅이라도 바꿔주든지..") 구숙정이라도 있으면 왕정스타일로 찍지, 이건 어디서 굴려온 개뼈다귀인지.. 화가 잔뜩 난 장 감독은 그런다. "난 나의 메세지를 담은 내 영화를 찍고 싶다고.." 나가영은 현실적으로 이야기한다. "홍콩 영화관객들 중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볼 사람은 아무도 없어.."

  지금 찍고 있는 영화는 3급 에로물이다. 방금 찍은 장면은 서기가 총을 든 강도 앞에서 나체를 가리고 있던 옷가지를 땅에 떨어뜨리면서, 두손을 번쩍 치켜든다. 그리곤 애처롭게 "살려주세요. 절 강간하지 마세요.."라고 소리 지르는 장면이다. 그런데 이 장면을 실제 영화로 본다면, 그 누가 보아도, "진짜로 강간하지 마세요..."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만큼 맹한 여자 연기를 하는 순간인 것이다. 어찌나 서기의 연기를 우스운지... 서기 출연영화 중 최고의 연기력을 보여주는 장면같았다. (**서기는 <색정남녀>에서의 뛰어난(--;) 연기로 금상장 여우조연상과 신인상 두 개 부문을 수상한다!!!) 그 목소리로 "날 강간하지 마세요..."라니. <죽이는 이야기>에서 황신혜가 그런 푼수 연기를 한 것은 놀라운 변신이었다. 그래서 멋진 것이었고, 여기서 서기가 잘했다는 것은 워낙 <경찰청 사람들>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자연스런 연기를 해 주었다는 것이다. 음.. 우리나라에 서기 팬이 없어야할텐데..항의서 비난메일이 쏟아질까 두렵다. 음... 용가리 팬 만큼이야 화내겠냐...

  監製맡은 배우가 그런다. "왕정은 지난 십년동안 홍콩 최고의 흥행성적을 올리고 있는 감독이야. 오늘 심야극장 가서 관객들 반응을 살펴 봐.그럼 알게 될거야..." 그래서 극장에 가본다. 그래서 보게 되는 영화가 <옥보단> 같은 영화이다. 뭐. 이전에 신문에 쇼킹한 영화광고가 난 적이 있었다. 고대 중국 性典에 나오는 무슨무슨...자세.. 이런 걸 보여준다. 그럼 극장안 관객들은 모두 자지러지게 환호성을 보낸다. 영화관객은 저질이다. 기본적으로...

  참담한 심정으로 극장문을 나서는데 건너편 극장은 파리 날리고 있었다. 극장 앞에 진을 치고 있던 방송 카메라맨이 극장 문을 나서는 관객들에게 평을 부탁한다. 그럼 모두 영화평론가가 되어 "이건 어떻고, 저건 별 두개짜리..저쩌구...", "내가 두번 다시 홍콩영화 보나봐라.." 그런다. 그때 그 인기 없는 영화의 감독이 아주 처량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동승 감독이다. 이동승 감독이 카미오 롤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유청운이 나와 카미오 롤을 한다. 이동승 감독이 내건 영화는 <바퀴없는 이름의 전차> 뭐 그런 것이었다. 홍콩극장가에서 대접받는 예술영화의 최후를 상징한다. 이동승 감독은 격분에 못 이겨 멋지게 공중제비라도 도는 듯 하더니 바다로 뛰어들어 자살한다.

  그 다음날 보여주는 신문 헤드라인.

   "영화 흥행부진 이동승감독 자살"

  (홍콩의 대표적 스캔들 신문 <동방일보> 제호가 선명하다)

  색정남녀 촬영장에선 이동승 감독의 화제가 분분하다. "관객들은 영화를 골라 볼수 있는 권리가 있어..." 그때 나가영이 나타나서 그런다. "죽을 가치가 있었군. 죽고나서 지금 그 극장엔 사람들이 미어터지고 있으니말야. 곧 성룡의 박스오피스 기록도 깰거야.."

  이 영화의 감독/각본은 爾冬陞(이동승), 羅志良이 공동으로 맡았다. 이동승은 <신불료정>의 감독이다.

  갈수록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는 장국영 감독...

  영화찍기는 갈수록 배우와의 신경전이다. 나가영은 길거리에서의 몰래 촬영을 요구한다. 그래서 스탭진들은 길거리에 대강대강 자리잡고, 전화 부스에서 3급 영화의 한 장면을 찍기로 한다. 남자 徐錦江(홍콩영화 보면 콧수염기른 조춘같은 배우 있잖은가. 그 배우가 바로 서금강이란 배우이다. 옥보단시리즈에 나온다.)과 서기의 연기력이 볼만. 연기랄 것도 없다. 부스 안에서 남자가 서기를 강간하려는 장면이다. 세상에나..... 눈 깜짝할 사이에 현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왠 생포르노냐 하고 불구경보다 더 재미있는 이 구경거리에 사람들이 떼거지로 몰려든다. 분노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밀어오른 서기. 장 감독에게 "아니 이런 장면 아니잖아. 나 이 영화 못 찍어!" 하고는 가 버린다. (이런 경우는 우리나라에도 종종 있다. 감독이 더 진한 장면을 요구하고 배우는 못하겠다고 버티는 것이다. <처녀들의 저녁식사>에서도 배우들이 그랬단다.)

  장국영과 막문위의 관계도 급냉한다.

  하지만, 포르노면 어떻고, 아트 무비면 어떻냐. 그들은 최선을 다하여, 열악한 환경 속에서 영화 찍기를 계속한다. 마지막에 정말 진짜 '3급' 수준의 베드 씬을 찍은 후 장감독은 "촬영 끝!"을 선언한다. 그때 장국영은 홍콩영화제 금상장 감독상 수상장면을 떠올린다. 아이고! 그때 불이 난다. 그래서 세트장 다 태워버리고 애써 찍은 필름까지 소실한다.

  제작자는 방방 뛴다. "뭐라고? 돈을 그만큼 쳐들이고, 그딴 영화밖에 못 찍더니 이제 홀라랑 태워버렸다고?..." 하고는 손 떼버린다. 이제 남은 스탭과 배우가 다시 영화를 찍어서 완성시킨다. 아주 행복하게...

  영화 보는내내 영화찍는 현장의 고민과 영화찍기의 어려움을 실감하게 된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 <죽이는 이야기>와 미국영화 <부기나이트>를 적절히 섞어 놓은 유쾌한 영화이다.

  수입되면 오랜 만에 볼만한 홍콩영화가 될 것은 분명하다. 그때 감상문 제대로 쓰야겠다. ^^

  이 영화 수입 안되었나? 내가 수입할까? 그래서 장국영이랑 서기 불러다가 (요즘 기자회견장은 너무 격조높다. 그러니까 시뻘건 등 달고, 룸 살롱 같이 꾸며서, 기자 불려다 놓고, 여자 기자에겐 호스트바 머스매 하나씩 옆에 앉혀놓고...) 인터넷으로 생방송하는 가운데 두 사람의 베드씬 장면을 연출시키고, 서기의 비키니 패션쇼 같은 이벤트도 펼치고... 우와... 그럼 돈 번다 돈 벌어.. "벗어! 더 벗기란 말야. 죽여.. 죽여란 말이야.. 관객은 원래 그런 거 좋아해. 예술은 무슨 얼어죽을 놈의 예술이야? 관객들 속셈은 다 똑 같애. 6천원 내고 서기 누드 볼려는 거야. 알겠냔 말야.."

  예술감독 (이 영화에선 장국영, 현실에선 후효현 같은 사람)은 그래서 슬픈 것이다.....  (박재환 1999/8/11)

色情男女 (1996)  Viva Erotica
감독: 나지량 羅志良 (Lo Chi Leung)/이동승
출연: 장국영,막문위,서기,나가영,서금강,유청운,황추생,진패
홍콩개봉: 1996/11/28
한국개봉: 2000/3/18
홍콩B.O.: HK$ 11,615,085 
http://www.mtime.com/movie/1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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