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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영화리뷰

[소림축구] 주성치, 축구화를 신다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3.05 20:43

[Reviewed by 박재환 2002-2-7]     <축구를 중국어로는 '足球'라고 한다. 우리 나라 예비역들이 좋아하는 '족구'와 혼돈하지 마시길...)

 올해 7월 홍콩에서 개봉되어 6천만 홍콩달러를 벌어들여 올해 최고의 흥행기록 작으로 기록된 작품이 바로 주성치 감독, 주연의 <소림족구>라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제작단계에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고 개봉 후에도 줄곧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올해 유난히 헐리우드 블록버스트의 공세가 극심했음에도 이 영화가 웬만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트를 무릎꿇게 만들었다. '엄청난 영화?' 주성치 영화이니 그다지 기대하지 않아도 되지만, 또한 주성치 영화이니까 기대할 만도 한 것이 사실이다.

  주성치는 홍콩영화의 한 아이콘으로서 복잡한 평가를 받고 있다. 단적인 예로 우리 나라에서 발행되는 <<키노>>라는 잡지에서조차 주성치 특집을 다룬 적이 있을만큼 스타 이상의 대접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와는 달리 홍콩영화계에서 주성치는 확실히 주류영화인이다. 영화라는 장르가 인기를 먹고 흥행성적으로 연명하는 전형적인 스타 시스템이다 보니 대중적인 인기가 최고의 요소인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 넘어와서는 주성치는 대중적인 스타라기 보다는 하나의 장르, 그리고 그 변형된 이미지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전혀 엉뚱하게도 홍콩에서는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그와, 그의 영화가 유독 우리 나라에서는 컬트대접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그것은 정상적인 평가라기보다는 '난해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심심풀이 땅콩으로 언급하는 악취미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이제 주성치를 대중적인 스타로 올바로 평가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이 영화 <소림축구>는 전형적인 주성치영화로서 우리 나라의 '수준 높은' 영화평론가들이 본다면 그다지 평할 것도 없는 영화이다. (그것은 <봄날은 간다>와 <조폭 마누라>의 대비되는 흥행결과 앞에서 할 말을 잃는 것과 같다) 주성치 영화가 거의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이 영화도 휘황찬란한 박스오피스 수치에 비해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는 "재미는 있다", "역시 주성치다", "새로운 기법이다"라는 평이한 20자평을 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영화줄거리를 먼저 소개하면 이렇다.

황금의 오른발(黃金右脚)이라는 소리를 듣던 축구선수 明鋒(오맹달)은 중요한 시합에서 强雄(사현)으로부터 수표 한 장을 건네 받으며 부정시합을 제의 받는다. 그는 패널틱 킥에서 실축하고 게임에서 진다. 분노한 선수와 팬들의 린치를 받고 오른쪽 다리가 부러진 후 나락에 떨어진다. 강웅은 승승장구한다. 황금의 오른발 오맹달은 절치부심 복수만을 노리며 강웅에게 갖은 모욕을 감수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앞에 한 젊은이가 나타난다. 소림사에서 무술을 배워 그 무술로 세상을 좋게 만들려는 야심을 품고 있는 '주성치'이다. 오맹달은 처음에는 믿지 않았고 관심도 없었지만 주성치에게는 엄청난 무기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은 바로 '막강 발'이었다. 오맹달은 주성치와 그의 소림사 사형사제들을 불러모은다. 모두들 엄청난 무예를 지녔지만 소림사에서 배운 재주로는 먹고살기조차 어려운 형편이었다. 갖은 모욕을 당하며 살아가던 그들은 오맹달의 지도하에 '공포의 외인구단'이 된다. 그들은 엄청난 실력을 보여주며 경기를 진행하고 마침내 결승전에서 오맹달의 철천지 원수 강웅이 거느린 '악마'축구단과 마주치게된다. 하지만, 악마 팀은 '주사'까지 맞은 상태에서 엄청나게 강한 내공을 보여준다. 게다가 강웅은 이미 심판들을 매수하여 유리한 입장에 놓여있다. 모두들 악마 팀의 강공에 나가 떨어질 때 주성치 팀에 혜성같이 등장하는 후보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대머리 '조미(짜오 웨이)'였다. 만두가게의 볼품없던 아가씨가 주성치에 대한 사랑으로 축구장에 뛰어들어 마지막 승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줄거리에서 알 수 있듯이 <소림축구>는 많은 영화에서 익히 보아왔던 드라마-승부 구조를 갖고 있다. <축구왕 슛돌이>(홍콩에서는 <足球小將>)에서부터 시작하여 <애니 기븐 선데이>, 그리고, 아마도 못 생긴 조미의 환골탈태하는 모습은 주성치 자신의 영화 <식신>에서의 막문위를 떠올릴 것이다.

이 영화는 홍콩에서만 6천 만HK$ (단위는 홍콩달러로 1홍콩달러는 150원 정도임)를 벌어들이는 엄청난 흥행력을 보였다지만, 실제 제작사 입장에서는 너무 위험한 도박이었다. 순수 제작비가 4500만 달러였고, 광고선전비로 3천만 달러가 들어갔으니 말이다. 제작자 린샤오밍(林小明)은 극장수익 외에 TV판권, 비디오, VCD/DVD 등의 수익과 함께 중국내 흥행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영화는 복잡한 이유로 중국내 상영이 좌절된 상태이다. 복잡한 영화법을 위반했고, 또한 <소림사>의 명성에 해를 가한 영화로 중국영화당국은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이 이 영화는 미국 미라맥스에 2천만 달러(역시 홍콩달러)에 팔려 내년 초 미국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주성치 영화로서는 처음 헐리우드에 진출하게 되는 셈이다. 그의 홍콩식 코미디 연기가 미국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사항이다.

이 영화 제작단계에서는 (주성치의 한때 연인이었던) 막문위의 출연여부로 시끄러웠고, 그때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장백지가 무슨 역으로 나올지가 관심이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면 참으로 기막힌 영화광고/홍보/카미오 롤이었음을 알 게 된다. 막문위와 장백지는 그야말로 깜짝-우정출연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주성치는 제작 전에 <<소림족구 스타대모집>>이라 하여 신인 캐스팅 이벤트를 요란스레 펼쳤다. 7천 명의 응모자 가운데 뽑힌 인물은 리후이(李卉)이라는 배우. 딱 두번 출연한다. 바나나 껍질에 미끄러지던 그 늘씬한 여자 말이다. (<매트릭스>에서 키아누 리브스가 환상에서 만나는 빨간 옷의 여자같은 역할이다)

  주성치는 이 영화에서 자신의 스타일로 몇 가지 보여준다. 우선적으로 전 지구적인 금융 폭풍에 의해 어려워진 홍콩경제의 모습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소림제자들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홍콩경제가 이전 같은 활력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전통적인 홍콩경제의 활력소들은 이제 악마 팀이 상징하는 첨단 IT(정보통신업계)에 의해 밀려나고 있다. 소림사 축구팀 골키퍼는 영락없는 이소룡 스타일이다. 그런 '이소룡'마저 악마 팀에 마구 두들겨 맞아 끝내 실러 나간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에서 보여주는 것은 홍콩의 모든 사람들이 모두 하나같이 길에서 소림무술을 익히는 것이다. 주성치는 홍콩의 미래를 소림사 권법으로 극복하자고 외치는 셈이다. 그리고 주성치 영화에서 언제나 지적되는 것이지만 '유아독존 주성치'와 '여자 경시'는 여전하다. 주성치 영화에서는 많은 비정상적인 캐릭터가 오히려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결국 '똑똑하고, 영민한' 주성치에 대한 반대급부인 셈이다. 이번 영화에서 조미의 캐릭터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사랑마저 지고지순한 희생과 법도를 강요하는 것이다. 주성치 영화의 특징은 '주성치 만세'인 것은 여기서도 어김없이 확인되는 사항이다.

  이 영화에는 무려 15억 원이 특수장면 촬영에 투입되었다. 모두 520개 장면이 CG로 창조되었는데, 관객들은 <트위스트>에 버금가는 환상적인 장면을 구경할 수 있다. 홍콩에서 가장 뛰어나고 가장 앞서가는 영화인으로 알려진 서극이 엄청난 돈을 특수장면 촬영에만 쏟아 부은 <촉산>이 흥행에 실패하고, 오히려 가장 유치하고 저질(엄격히 이야기하자면 저질은 결코 아니지만, 으레 홍콩영화를 이야기할 때 이야기하니까...) 영화의 대명사 주성치가 만든 영화가 여태 만들어진 홍콩영화 가운데 가장 훌륭한 CG솜씨를 선보였다는 것은 아이러니이다.

   이 영화는 이번 부산영화제에 소개된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좌절되었다. 아직도 수입 소식도 없고 말이다. 하지만 주성치의 영화는 항상 수입된다. 아마, 내년 쯤 극장에서 그리고 비디오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웬만한 주성치 팬이라면 벌써 다양한 경로로 이 영화를 보았을 것이고 말이다.(박재환 2002/2/7)

少林足球(2001)
 감독: 주성치
 주연: 주성치, 조미
한국개봉: 2002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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