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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화리뷰

[킬 빌 볼륨 원] 이른바 '폭력미학'의 효용성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2.2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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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2003-12-13]    아직도 이름 읽기가 익숙치 않은 쿠엔티 타란티노에게는 '헤모글로빈 詩人'이라는 거창한 닉네임이 따라다닌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저수지의 개들>이나 <펄프 픽션>을 보면 피가 낭자하게 흐르고, 이래저래 기교를 불인 총격 씬과 살인장면이 예사롭지 않다. 그런데 타란티노의 전직이 로스엔젤레스의 비디오가게 종업원이었고, 한동안 홍콩 무협물과 일본 영화를 통해 아시아 영화에 경도되었다고 한다. 그가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을 미국에 배급시키고, 키타노 타케시와 어울릴 때 그럴러니 했는데 이 사람 생각이상으로 아시아 영화에 푹 빠진 인물이었다. 그가 홍코의 쇼 브라더스사가 전성기때 만들었던 영화들을 섭렵했다는 것이 수준이상이다. 장철 영화나 유가량 영화, 그 뒤 이소룡, 성룡에 푹 빠져 살아온 '오타쿠' 수준이었다. 일본 쪽 영향은 내가 잘 모르는 까닭에 그냥 찬바라 영화나 사무라이 픽쳐에 빠진 것 정도로 이해하고.... 그런데 어디 기사를 보니 타란티노가 한국의 정창화 감독 작품- 정확하게는 홍콩에 진출하여 만들었던 작품-에도 매료되었다고 한다.

어쨌든 1970년대 이후 홍콩, 일본, 한국의 무협, 액션, 사무라이, 찬바라 영화 등에서 폭넓은 자양분을 섭취한 이 매니아급 영화감독이 4년의 침묵 속에 [킬 빌]이라는 작품을 내놓았다. 미라맥스의 하비 와인슈타인과 어떤 작당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개봉 전부터 충분히 언론 플레이를 하고선 내놓은 [킬빌 볼륨 원]은 그야말로 타란티노의 취향과 기호를 이해할 수 있는 '자기고백적 무비'임이 자명하다.

미라맥스 로고가 뜨자마자 곧바로 홍콩 쇼 브라더스 로고가 나온다. 그리곤, 피갑칠로 장식된 1111분의 휘황찬란한 폭력극이 계속된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텍사스 말파소의 한 한적한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브라이드 앞에 나타난 암살단(Deadly Viper Assassination Squad) 그들은 식장의 신랑, 신부, 목사 등 9명을 '난도질+총질'로 다 죽여버린다. 머리에 총알이 박힌 브라이드는 임신 상태. 죽은 줄 알았던 브라이드는 코마 상태로 병원에서 4년을 보낸다. 그런 어느날 브라이드가 갑자기 눈을 번쩍 뜬다. 브라이드는 이제 복수의 길을 나선다. 암살단 명단을 놓고 하나씩 찾아가서는 칼과 나이프와 니뽄도로 살을 저며내면, 흐르는 피로 화면 구석구석을 닦아가며, 절단된 사지를 스크린에 장식한다. 오로지 복수를 위해서 말이다.

니뽄도(일본도)가 잘라내는 팔 다리, 손목, 팔목은 그야말로 사지절단의 잔혹무비이다.
(이런 잔인한 장면을 무삭제로 통과시킨다고 그 나라 심의당국, 혹은 등급관련기관의관계자가 선진적이며, 문화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정성일씨가 씨네21에 쓴 글을 보고 난 이 사람의 쇼맨쉽에 감탄할 뿐이다!!!!!)

타란티노 영화가 아시아영화의 복습이란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그가 장철 영화의 [복수]나 외팔이 영화에 많이 기대고, 전체적인 줄거리는 이소룡의 <사망유희>를 따라한다. 우마 서먼이 입고 있는 노란색 츄리닝은 이소룡이 <사망유희>에서 입고 나왔던 그의 트레이드 마크. 이소룡이 1973년 죽고, 5년 뒤에 개봉된 <사망유희>는 엄격히 이소룡의 영화는 아니다. 이소룡이 몇 장면 액션장면만 찍고는 '갑자기' 죽은 후 영화사에서 이소룡 전작들을 짜집기하고, 이소룡 닮은 배우를 캐스팅하여 뒷모습과 옆모습만 적당히 보여주며 만든 작품이었다. 이 영화에서 이소룡은 조폭들에게 협박당한다. 촬영장에서 총을 맞고는 병원으로 실려간다. 이소룡은 자신을 죽은 것으로 하고, 복수에 나선다. 아마도, 이런 줄거리가 타란티노의 뇌리를 스쳤던 모양.

따라서, 피와 복수의 여정을 그리는데 집중한 타란티노의 이 영화에는 특별한 줄거리가 없다. 그렇다고, 호금전 영화 등에서 볼 수 있는 격조높은 아시아적 사유는 더더군다나 없다. <와호장룡>이후 갑자기 찾기 시작한 무협영화에서의 '의'나 '협', '정의' 같은게 없다는 것이다. 복수때문에 희생된 휴머니즘은 사치에 해당할 정도이다.

도대체 칼질 영화로 뭘 보여주려는 것일까? 아니, 킬링 무비 가지고 뭘 바란단 말인가. 타란티노에 대한 과대평가는 고사하고, 헐리우드 영화에서 뭘 기대한단 말인가. 피를 닦아내고 잘려나간 팔다리를 치우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 새로운 기교나 극장 문을 나설때까지만이라도 있을법한 여운도 없다. 물론, 음악은 '짱'이다.

전형적인 겉멋만 든 영화이다. 

근데.. 써놓고...다시 봐도 우마 서먼 너무 멋있다.. 우와... 갑자기 사시미 먹고 싶다..  (박재환 2003/12/13)

Kill Bill: Vol. 1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주연: 우마 서먼, 루시 리우, 데이빗 캐러딘, 다릴 한나, 마이클 매드슨, 비비카 A 폭스
한국개봉: 2003/11/21
미국개봉: 2003/10/10
위키피디아 Kill Bill
http://www.mtime.com/movie/13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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