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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U] 잃어버린 총 한 자루를 찾아서.... 본문

중국영화리뷰

[PTU] 잃어버린 총 한 자루를 찾아서....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2.24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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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2003-12-23]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내가 가장 '잘 못 읽은' 영화는 두기봉 감독의 <미션>이란 작품이다. 화질 나쁜 비디오로 감상하느라 두기봉 특유의 화면 전개를 이해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 계속 찜찜하던 터에 이 작품을 보게 되어 기뻤다. 이 작품은 확실히 스타일에 있어 그의 <미션>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엉망진창 홍콩 영화계에서 왕가위도 아니면서 여전히 자신의 스타일을 가지고 사는 몇 안 되는 홍콩 작가주의 감독의 심혈을 기울인 작품인 것이다.

  영화는 대부분 홍콩의 밤거리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지금 홍콩의 PTU(기동부대=5분대기조 성격의 경찰조직. 보기에 따라선 S.W.A.T. 같아 보이고 또 어찌 보면 방범순찰아저씨 같다)가 홍콩의 우범지대 가운데 하나인 침샤츄이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경찰 무전기에서는 살벌한 소식이 전해온다. "은행털이를 잡던 PTU가 순직했다.."는. 이 소식에 우스개 소리를 하는 동료에게 아쩐(임달화)가 따끔하게 한 소리 한다. "같은 제복을 입은 우리의 동료야...."라고. 그 시간에 한 식당에서는 살벌한 기세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조폭인 마웨이와 그의 졸개 네 명이 야식을 먹고 있는데 사복경찰 샤페이(임설)가 나타난다. 샤페이의 거만한 행동에 화가 난 졸개들. 샤페이는 골목길에서 불의의 습격을 당한다. 그 시간에 식당에선 마웨이가 또다른 조폭 똘마니의 칼에 찔린다. 샤페이가 동료PTU에게 발견 되었을 때 그의 권총이 사라졌다. 또 칼에 찔린 마웨이는 시체로 발견된다. 샤페이의 권총 분실 사실은 동료들에 의해 잠시 보고가 미뤄진다. 아침 해가 뜰 때까지 그 총을 찾아내야 한다. 이제 PTU들은 '순라'를 도는 것이 아니라 혹시 권총을 가져갔을지 모른 마웨이의 졸개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런데, 마웨이의 아버지는 암흑가의 대보스. 아들의 복수를 위해 나선다. 총을 잃어버려 정신이 없는 샤페이와 그를 돕고자 하는 PTU, 샤페이를 의심하기 시작하는 CID 대장(황탁연). 경찰내부의 신경전과 조폭 내부의 세력전, 그리고 경찰과 조폭 사이의 불온한 관계와 거래 등이 밀도 있게 그려진다.

 거의 대부분 밤에 이루어진 이 영화는 보기에 조금 답답할 수가 있다. 계속해서 소음을 울리며 돌아가는 경광등, 아주 굳은 표정의 대원등, 그리고 PTU대원들을 한편으로는 두려워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살의를 품는 조직원들. 끝없이 이어지는 긴장감 속에 간간히 뜻밖의 장면이 지나간다. 일상의 긴장이 일상의 여유로 돌아서는 순간이다. 그 시간에 자전거를 탄 아이가 지나가고, 그 급박한 순간에 미끌어져 조폭에 둘러싸여 몰매를 맞는다. 총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총은 누가 가져갔을까? 내 아들을 죽인 놈은 누구일까? 저 경찰은 보기만큼 용감할까?

다른 것 다 관두고 초반에 나온 식당 장면. 내가 이전에 <열혈남아>에서 썼던 부분을 다시 옮긴다.

  "........내가 아는 대만의 흑사회(암흑가)의 한 사람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이 사람은 한국깡패와 이른바 중국계-정확히는 화교계열의 조직- 갱들의 가장 특징적인 구분점은 "실속"이라고 한다. 최민식 검사가 일찌기 <넘버3>에서 갈파한 "건달-불한당"처럼, 우리나라 깡패는 이른바 멋을 아는 사람이다. 그것도, 한참 빗나간 "겉 멋"말이다. 건들건들대고, 머리엔 무스 바르고, 뒷호주머니엔 빗 꽂고, 선글라스는 기본이고.. 그리고, 다른 패거리와 만나면, 우선, "내가 말야..."부터 시작하여, 과장과 황당의 이야기만 줄줄이 쏟아붓는 타입이란다. 반면, 중국계는 표가 난다. 딸딸이(슬리퍼) 질질 끌고, 담배 꼬나 물고, 팔찌 끼고(이건, 중국인은 다 그렇지만..), 그리고, 대부분은 롤렉스를 차고 있다. 이들이 한국깡패와 따악- 마주치면, 답이 바로 나온다. 한국 깡패는 예의 그 "내가 말야... 너 내가 누군지 알어? 신림동 사시미야. 들어봤지? 별이 몇 갠줄 알어.." 어쩌고 저쩌고 그런다. 그러면, 중국계의 반응은 이렇단다. "아. 예 형님..." 하고 고개 숙이면서, 어느 순간에 뒷춤에 감춰둔 사시미 칼을 뽑아 들고선 배를 푹 지르고는 바람같이 사라져버린단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사실 엄청 쫄렸었다. 우리나라, 깡패들도 이제 인터넷하고, 외국어 하는 것이 다는 아니다. 깡패든 뭐든, 기본이 중요한 것이다. 거들먹되는 겉멋보다는 자기의 위치에서 가장 적합한 실력과 위상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 한순간에 모든 것을 결단내는 그런 실속 말이다....."

 이야기가 많이 샜지만 이 영화의 첫 장면에서 이런 장면이 나온다. 졸개를 네 명이나 앉혀놓고 거들먹거리는 놈, 경찰이 와서 "짜샤, 뭐 봐"하고 소리치면 금새 자리를 비켜주고.. 이 모든 와중에서 제일 약자 같아 보이던 놈이 갑자기 가방에서 연장을 꺼내서는 눈 깜짝할 사이에 '일감'을 처리한다. 경찰은 칠칠 맞게도 미끌어져서 나뒹굴고 그 와중에 권총을 잃어버린다.

 이 영화 마지막 장면은 <미션>을 연상시킨다. 모든 관계자는 한 공간에서 모이게 된다. 그리고는 누구의 잘못인지는 몰라도 돌발적으로 총을 뽑아 들고는 수없이 총탄을 쏟아 붓는다. 그렇게나 한참 정지화면같이 총격적이 계속되면서 사건을 의외로 싱겁게 끝난다.

 이 영화는 두기봉 감독이 습작식으로 만든 영화란다. 아마도 <전직살수>나< 수신남녀>같은 흥행성공작품을 만들면서 자신도 작가주의 감독이란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내놓는 소품이라는 뜻이리다.

  이 영화에서 샤페이 역을 맡은 임설(林雪=린 슈에)는 여자이름 같지만 남자배우이다. 괜찮은 인상파 배우이다.  (박재환 200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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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U
감독: 두기봉(杜琪峰)
주연: 임달화, 임설, 확탁령,황호연,소미기
부산국제영화제상영작
홍콩개봉: 200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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