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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무서운 영화들

[샤이닝] 스탠리 큐브릭의 공포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2.23 13:21

[Reviewed by 박재환 2001-8-27]     최근 개봉된 영화 <A.I.>는 익히 알려진대로 스탠리 큐브릭이 만들려다 우여곡절 끝에 스티븐 스필버그의 손에서 완성되었다. 이 영화의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이 영화에 쏟아지는 비난 가운데 이런 것이 있다. "큐브릭이 만들었으면 걸작이 되었을 영화를 스필버그란 상업주의 감독이 망쳐놓았다."

스필버그가 이 말을 들었다면 화가 날만도 하겠지만, 큐블릭이 저 소리를 듣는다면 흐뭇해할까? 어찌하다가 스탠리 큐블릭은 만들지도 못한 영화에까지 기대를 한몸에 받는 거장의 반열에 올라섰을까? 사실, 큐브릭 영화를 폄하하는 사람을 찾기는 '굉장히' 어렵다. 내가 아는 딱 한 사람만이 <EWS> 한국개봉에 즈음하여 이런 소리를 했었다. "영화판에서 가장 과대평가된 사람. 언젠가는 그 사람의 실체가 낱낱이 까발릴 날이 올 것이다." 뭐 그런 소리를 했었다. 물론, 그 잘난 <<키노>> 잡지에서 두 번이나 대특집을 마련했던 이 감독을 부관참시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런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나라 영화팬들은 너무나 작가주의적 경향에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샤이닝>에 대한 악평이 하나 있다. 바로 이 영화의 원작인 소설을 썼던 사람 - 호러소설의 대가이며 현대 대중소설의 왕인 스티븐 킹이 한 말이다. 킹은 큐브릭 만든 <샤이닝>을 보고 나선, "좋아할만한 곳이 많은 영화이긴 하지만, 이 영화는 마치 엔진이 없는 커다랗고 멋진 캐릴락 차와 같다는 것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고급 가죽 냄새를 맡을순 있지만 결코 드라이빙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진짜 문제는 큐브릭 감독이 이러한 장르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호러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이다."고 불평을 털어놓았다. 물론, 곧잘 자신의 소설을 직접 영화로 만들던 스티븐 킹은 97년에 자신이 직접 <샤이닝>의 TV영화판을 제작했다. 물론, 큐브릭 영화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형편없는 졸작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샤이닝>은 흥미로운 작품이다. 이 영화는 큐브릭 영화가 늘상 그러하듯이 국내에 소개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참으로 많았다. 큐브릭 살아생전에는 극장개봉이나 비디오 출시는 꿈도 못 꾸다가 그가 죽자마자 우리나라의 한 영화채널(지금은 HBO가 된 캐치원)에서 미망인과 신속하게 계약을 맺고 방영한 적이 있다. 그리고 DVD출시와 관련해서는 헤어누드 장면 때문에 국내발매가 미뤄지고 있다고 한다. 나로선 <샤이닝>을 LD로, 국내 어느 영상단체에서 한글자막 입힌 B짜 테이프로, 캐치원 방영용까지, 그리고 오늘 다시 비디오로 여러 번 봐서 <샤이닝>에 대해서도 몇 마디 쓸 수 있을 듯 하다.

스티븐 킹의 원작소설을 읽지도 못했고,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떠한지도 모르는 입장에서 소설과 영화의 차이를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킹은 자신의 소설에서 묘사된 착한 남자가 알콜중독에 의해 서서히 미쳐가는 것을 큐브릭이 '호러영화 장르'의 규칙도 없이 나쁜 남자로 몰아갔다고 한다. 영화가 어땠기에?

록키 산맥이 있는 콜로라도의 한 산자락에 오래된 고급 호텔이 있다. 이 호텔은는 한겨울에 눈이 5미터나 쌓이기에 제설비용도 못 건지는 까닭에 10월부터 5월까지는 영업을 중단한다. 그런데 어느해 잭 톨렌스(잭 니콜슨이라는 예비 작가가 찾아온다. 그는 가족과 함께 한 겨울을 이 호텔에서 지내게 된다. 그는 소설을 쓸 요량이었다. 투숙객과 일꾼들이 모두 떠나간 호텔에는 이제 잭 톨렌스와 그의 아내 웬디, 그리고 다섯 살난 아들 대니만이 남게된다. 넓은 호텔에는 적막감이 감돌뿐 이제 세상과는 완전히 격리된 것이다.

이 호텔이 적어도 귀신들린 집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호텔을 처음 찾아온 잭에게 지배인이 알려준 말에서 짐작할 수 있다. "그래디란 사람이 두 딸과 아내를 죽이고 자살한 적이 있어요..."라고. 그리고, "이 호텔은 인디언 무덤을 깎고 지었죠."라는 말. 자, 그럼, 어떤 유령이 배회하고 이 호텔건물의 어디에서 사악한 악령의 숨을 쉬게 될까? 물론, 대부분의 호러영화라면 그런 악령의 호텔과 원귀의 출몰로 공포감을 자극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큐브릭은 그런 규칙을 깨고 입주자의 심리변화에 촛점을 맞춘다. 물론, 큐브릭 영화의 특성상 주인공들의 연기는 개성이 상실되고 큐브릭 작품에 함몰되는 캐릭터의 특징을 보여준다. 잭 니콜슨의 고집불통의 얼굴은 곧바로 광기어린 잭 톨랜스가 되어 버린다. 타자기 앞에서 조금씩 알수 없는 힘에 이끌려 미쳐가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수많은 호러영화에서 보아오던 살인마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들과의 불화, 아내와의 갈등이 베어나는 남자로서의 변화이다. 

 

'샤이닝'은 초감각적 능력을 뜻한다. 영화에서 어린 대니는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는 존재와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숨겨진 사건의 모습을 뜷어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호텔에 들기를 꺼려하였지만 결국 호텔에 들게되고, 호텔의 237호 방에서 벌어졌던 살인사건의 끔찍한 환상에 시달려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버지와 첨예한 대립을 하여야한다. 웬디는 호러영화 특유의 짜증나는 피해여성의 전형을 보여준다. 관객의 신경까지 거슬리게 하는 우거지상은 문장이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는 남편에게 더욱 화를 돋구는 역할 이상은 되지 못할 것이다. 결국 잭 니콜슨은 도끼를 들고 아내와 아들을 죽이러 하고, 하얀 눈이 수북히 쌓인 고립된 산속의 호텔에서는 마지막 호러게임을 펼치게된다.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영어 단어 두개를 배웠다. 잭 니콜슨이 서서히 미쳐가는 것은 일종의 패쇄공포증의 결과인데, 영어로는 'cabin fever'라고 표현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꼬마 대니가 갖고 있는 신비로운 능력- 미래를 보고, 언어가 아닌 뇌파로 타인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능력을 '샤이닝'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이러한 능력을 정신의학에서는 ESP라고 한다.

영화는 미스테리로 점철되어 있다. 잭 니콜슨이 갇힌 창고의 문을 누가 열었는지, 그리고, 사진에 나타난 1921년의 잭 니콜슨과는 무슨 관계인지. 영화에 등장하는 바텐더와 환상적인 장면들의 정체는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이 영화의 호러로서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완벽주의자로 소문난 큐브릭 감독은 이 영화를 찍으며 배우들을 어지간히 고생시켰다. 웬디 역을 맡은 셜리 듀발이 영화 후반부에 미쳐 버린 남편과 계단에서 마주하는 장면은 기네스 북에도 올라있다고 한다. 이때 듀발은 잔뜩 겁에 질러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며 잭 니콜슨의 접근을 막는 장면이었다. 감독은 이 장면 촬영을 위해 무려 125번을 반복시켰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 편집에 참여했던 Gordon Stainforth은 그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대신, 흑인요리사 스캣맨이 등장하는 장면을 적어도 7~80번을 다시 찍었었다고 증언한다) 

 

혹시 미국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몇몇 대사에서 무궁무진한 보물을 캐낼 수도 있을 듯하다. 잭 니콜슨이 바텐더와 나누는 대화중에 "백인의 부담이 된다(White Man's Burden)라는 대사를 하는데, 이말은 1889년 루디야드 키플링의 시에 등장하는 말이라고 한다. 왜 그 대사가 나왔는지는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인터넷 뉴스그룹 열심히 뒤져보면 해답이 나올 듯. 이와 마찬가지로, 큐브릭은 이 영화에서 내이티브 아메리칸에 대한 많은 신화적 요소를 담았다고 한다. 주의를 기울이면 인디언 문양만큼이나 풍부한 미국역사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다시 보면서 다시 찾아봐야겠다. 물론 웬디가 읽고 있는 책이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것은 너무 유명한 이야기이고 말이다.

그리고, 큐브릭은 피터 그리너웨이도 아니면서 몇가지 수학적인 놀이를 영화에서 했다고 한다. 대니가 입고 있는 셔츠에 쓰인 숫자는 '42'. 그가 엄마와 함께 보던, TV에서 방영되던 영화는 <42년의 여름>이라고 한다. 그리고, 살인이 일어났던 룸 넘버 237호는 2*3*7=42가 된다고. 그리고 또한 42를 나누면 21이 되고, 거꾸로 읽으면 '24'가 된다. 이는 영화 마지막에 나타나는 사진의 숫자와 관련이 있다고. 그 사진은 1921년 7월 4일이라는 날짜가 찍혀있다. 1921년 7월 4일을 모두 더하면(1+9+2+1+7+4) 24가 된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큐브릭도 그리너웨이같은 편집광적인면이 있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사이코 기질이 있었던지... 물론, 큐브릭의 <샤이닝>은 리뷰만으로는 그 재미를 만끽하기는 어렵다. 진짜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박재환 2001/8/27)
 
The Shining (1980)
감독: 스탠리 큐블릭 (스탠리 큐브릭)
주연: 잭 니콜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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