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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서랍 속의 동화] 내 제자의 집은 어디인가? 본문

중국영화리뷰

[책상 서랍 속의 동화] 내 제자의 집은 어디인가?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2.23 10:22

[Reviewed by 박재환 1999-10-22]   이번(99년 4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소개된 장이모우감독의 <책상서랍 속의 동화>가 이번 주 국내에 정식 개봉된다. 베니스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타면서 더욱 유명해진 이 영화는 오랜만에 보는 중국의 대중적인 영화이다. 그러면서도 대가의 작품답게 어떤 감동을 선사하기도 한다.

중국의 영화감독은 중국 내에서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중국 밖에서는 엄청난 민주투사 내지는 예술 혼의 화신으로 취급받는다. 특히 유럽 쪽 영화제에서는 더하다. 이번에 장예모 감독이 베니스영화제에서 그의 신작 <책상 서랍 속의 동화>로 황금사자상을 받자, 서구의 언론들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언론에서도 하나같이 중국의 영화와 정치상황을 빗대어 소개하고 설명하기 바빴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나오는 배금주의적 의미라든지 콜라의 정치학적 역할은 뒤로 가버리고 영화제 출품까지 감독이 겪었어야할 기나긴 역정을 강조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장예모는 이미 여러 차례 해외영화제에서 상을 받았고, 중단 없이 계속 영화를 만들고 있는 감독이다. 그는 중국의 현실 - 그것이 제작 시스템 적 후진성이든 아니면 국가 정책적 통제이든 간에 - 자기가 만들고 싶은 영화, 자기가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꾸준히 담아내고 열심히 외국영화 평론가에게 보여주고 있다. (깐느에서 그의 영화가 환영받지 못한 이면에는 이러한 복잡한 문제가 깔려있다) 이번 영화도 예외는 아니었다. 7년 전에 나란히 상을 받았던 장예모 감독과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이번에도 나란히 상을 받았다. 장 감독이 키아로스타미 스타일의 영화로 서구영화인을 사로잡은 것이다. 베니스 영화제에서라면 장 감독은 이미 7년 전에 <귀주이야기>로 상을 탔었다. 우리나라에 <귀주이야기>로 소개된 영화의 원제는 <추국타관사(秋菊打官司)>이다. 극중 주인공 공리의 역할이 '추국'이라는 여인네이고, 중국 국가권위라 할 수 있는 사관과의 법률투쟁을 담담하게, 유머스럽게 그려내어 호기심 가득한 서구 영화팬들을 열광시켰던 것이다. 해외의 시각은 그 영화에서 보여주는 공산국가 중국의 사법제도의 경직성과 관료제도의 아이러니에 주안점이 있었다. 하지만, 정작 중국 내에서의 관점은 중국법률 제도의 완벽함을 찬양하는 역할을 하였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돈만 많으면 유능한 변호사를 살 수 있고, 아무리 흉악한 범죄자라도 유유히 무죄를 받아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비록 힘들고 지루한 투쟁과정을 겪어야하지만, 인민의 눈에서는 중국적 사법제도가 훨씬 인간적이고 유익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몇 가지 관료적 요소만 개선할 수 있다면 말이다.

장예모가 이번에 카메라를 들이댄 것은 교육의 문제이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학교장면은 모두 우리 나라 6.25 직후의 천막학교를 연상시키는 열악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들이다. 우리 나라 초등학교에는 이미 교실마다 TV나 비디오 같은 시청각 기자재까지 완비된 상황이다. 하지만 장예모가 보여주는 중국의 시골마을 학교는 정말 가난하다. 분필마저 아껴써야하는 그런 곳이다. 하지만 물질적인 풍요보다는 여전히 인간적인 정, 사제의 정이 물씬 풍긴다는 점은 영화처음부터 끝까지 유지된다.

영화를 더욱 쉽게 이해하기 위해 영화 마지막에 알려주는 중국 내 교육현실을 옮기겠다. 중국에서는 해마다 시골에서이든 도시에서이든 돈 벌겠다고 학교를 뛰쳐나가는 아이들이 100만 명에 이르며, 그들 중 어른들의 도움으로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아이는 15%에 머문다고 알려준다. 그러니 중국에서는 매년 85만 명에 이르는 아이들이 유맹(流氓,떠돌이)이 되어 도시로 몰려온다는 것이다. 중국을 한번만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도시의 역마다 넘쳐나는 거지와 갓 상경한 촌뜨기들의 광경에 기겁을 할 것이다. 그들은 무작정 올라왔고, 무작정 삶의 현장에 떠밀리는 것이다. 그들 중에는 자수성가할 사업가도 있을 것이지만 분명 그보다 훨씬 많을 아이들이, 초등교육마저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범죄자나 삼류인생이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왜 그들이 학교를 뒤를 하고, 도시로 돈벌러 갔는지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리라. 그것이 단지 개인의 문제, 가정의 문제인가? 이 영화의 꼬마 주인공년 장후이커의 가출이유는 집안이 가난하여 빚을 갚기 위해 돈 벌려 도시로 나가는 것이다. 그럼, 우리 나라 시골과 비교했을 때 투기도 없고, 도박도 않고, 하다못해 텔레비전도 없는 그네들이 빚이 있으면 얼마나 있다고 빚더미에 나간다는 것인가. 그것은 자본주의국가에 사는 우리로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단지 중국이란 나라가 자본주의의 맛을 알게 될수록 그러한 경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그네들도 코카콜라란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도시란 것이 어떤 마을인지를 알며, 텔레비전이 무엇인지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자본주의의 물결에 휩쓸려 가는 중국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잠시 접어두고 이 영화를 본다면 훨씬 더 감동적인 영화감상이 될 듯하다. 바로 교사가 가져야할 교육에 대한 정열과 한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책임감에 대한 열정을 만끽할 수 있다. (물론, 영화에서 짜오민즈의 역할은 수동적이며 계약직 교사의 어쩔 수 없는 비애일 수도 잇다)

실제 이 영화는 촬영에 들어갈 때부터 화제가 되었었다. 장예모가 그 동안 그의 반쪽이기도 했던 공리를 기용하지 않고 전원 신인으로, 그리고 연기경력이 전혀 없는 배우들로 하여금 리얼리즘 영화를 만든다고 할 때부터 외부의 시선은 압바스 감독을 연상했다. 장예모가 북경에서 차로 네댓 시간 들어간 촌동네에서 촬영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외국 언론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관객은 아주 즐거운 배움터를 지켜보게 된다.

중국의 한 벽촌마을의 쓰러져 가는 교실. 가난과 벽촌이 싫어 하나둘씩 도시로 떠나가고 이제 겨우 28명의 학생이 모여서 공부하는 슈치엔초등학교(水泉小學). 이제 하나뿐인 선생님 까오 선생(高老師)이 한 달간 자리를 비우게 된다. 대신 이제 겨우 열 세살 된 웨이민쯔(魏敏芝)가 대리교사로 오게된다. 학생보다 겨우 몇 살 더 많을 뿐인 웨이민쯔 대리교사는 한달 동안 50元 (우리 돈으로 7,500원!)을 받기로 한다. 대신 그가 해야할 일은 28명의 학생들이 한 명의 결원도 없어야한다는 것이다. 매일 칠판 가득 글씨를 써서 아이들에게 베껴 쓰게 하고 해 그림자가 저쪽 벽에 머물 때 집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조건까지 말이다. 하지만 선생이 주고 간 분필은 하루 하나씩만 쓸 수 있고, 아이들 중에는 개구쟁이도 잇고, 중간에 도시로 육상선수로 뽑혀 가는 아이도 있었던 것이다.

이제부터 그는 50元을 받아내기 위해 한 명이라도 부둥켜안아야 한다. 그런데 그 말썽꾸러기 장후이커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중국의 가난한 시골의 아이답게 그 꼬마애도 도시로 돈벌러 나간 것이다. 이제 웨이민쯔가 무작정 도시로 나가 장후이커를 데려오는 여정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이 장면은 <귀주이야기>에서 법의 정의를 이루기 위해 상급 법원이 있는 더 큰 도시로 나서는 공리의 이야기와 다름없다. 작은 마을에서 큰 도시로 나가고, 불씨하나가 들판을 불사르는 그런 중국적 확대와 진보의 형상이다.

이 영화에서는 사회주의 국가의 프로파간다영화로는 결코 못 이룰 감동적인 장면이 있다. 그것은 바로 심성에 호소하는 카메라에 의해 극대화된다. 장후이커 때문에 분질러진 분필가루와 한 여학생의 일기를 통해 찢어지게 가난한 학교재정과 중국의 현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얼떨결에 출연한 도시의 방송에서 오직 장후이커만의 귀향을 호소하는 웨이민쯔에게서 동정심마저 느끼게 되는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대학교수마저 자리를 내놓고 돈벌러 나서는 경향이 있다. (下海라고 표현한다) 그것이 자본주의의 악영향인지, 공산주의의 잘못인지는 누구도 판단하기 어렵다. 어린 소년은 결국 학교로 돌아오고 말이다. 이제 남겨진 것은 여전히 동강난 분필로 힘들게 한 글자씩 써 내려가는 열정적 선생이 있을 것이고, 도시로 콜라 마시러 떠날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장예모가 그리려 한 것은 그 것이 어떤 것이든 중국의 땅넓이 만큼 장대한 드라마가 아니라 인간미에 호소하는 본성인 것이다.

웨인민쯔이 후속이야기 하나. 그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하지만 학교성적이 좋은 편은 아니라고. 북경의 한 사립학교에서 웨이민쯔의 학비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입학을 허가했다. 하지만 웨이민쯔에겐 도시에서 살아갈 경제적 여유가 되지 않아서 포기해야만했다고. 그때 광동의 한 광고회사의 도움으로 음료수 광고에 출연할 수 있게 되었다. 웨이민쯔가 또 다른 장후이꺼가 될지는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중국은 그렇게 살아서 약동하는 나라이니 말이다. (박재환 1999/10/22)
 
一個都不能少(1999) Not One Less
감독: 장예모 
출연:  위민지(魏敏之)
한국개봉: 199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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