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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영화리뷰

[전로정전] 정신병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2.2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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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2001-7-28] 요즘 비디오 가게들이 줄도산을 하고 있단다. 케이블TV에는 영화채널이 넘쳐나고, DVD라는 새로운 매체가 인기를 끌고, 인터넷에는 수많은 동영상 파일이 돌아다니고 있다보니 비디오 가게 출입이 잦아질 수 밖에. 그러니 곳곳에서 문닫은 비디오 가게에서 쏟아져나온 중고비디오테이프가 넘쳐난다. 요즘 이러한 비디오 처분 가게를 순례하는 것이 조그마한 즐거움이 되었다. 10여 년 전에 출시된 비디오를 발견하는 재미란 호금전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것 이상으로 감동적이기까지하다. 걔중에 구한 영화가 바로 이 <전로정전>이란 작품이다. 양조위의 초기작품으로 양조위 열혈 팬 정도라면 관심을 가질 작품이겠지만, '홍콩영화'자체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사람들로선 이 영화가 그렇고그런 쓰레기 홍콩영화의 하나쯤으로 이해될수도 있을 것이다. <전로정전>이라니? '전두환-노태우의 엽기적 전기물'이라도 된담 말인가? 사실, 이 영화는 홍콩영화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할 굉장히 중요한 작품이다.

우선, 제목 설명부터. <전로정전 癲佬正傳  癲로(人+老)正傳>의 영어제목은 <Lunatics>이다. 정신병자, 정신착란증 환자라는 뜻이다. '전(癲)'이 그러한 뜻이다. 영화는 홍콩의 길거리를 배회하며, 산속이나 외진 곳에서 움막집 생활을 하며 연명하는 행려병환자들을 그리고 있다. 가족에게서 버림받고 정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사회에서 소외당한 그런 정신질환자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신문의 컬럼니스트인 티나('엽덕한'이라는 여배우가 연기함)가 어느날 시장에서 벌어진 소동을 통해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진행된다. 활기찬 시장 골목에 호기심으로 나섰던 '아구'(양조위)의 손에 칼이 쥐어지면서 난장판이 되고만다. 사람들은 겁에 질리고 영문을 모르면서 자기방어에만 급급한 정신병자 아구. 아구를 겨우 진정시킨 사람은 일종의 사회복지사인 사공(社工)인 서 선생(풍쉬범)이었다. 티나는 서 선생이 근무하는, 일종의 사회볷지시설인 홍콩 중생회(重生會)를 찾아와서는 이들의 실태를 보고 싶다고 하고, 서 선생을 내키지 않지만 그녀를 데리고 홍콩 거리에 나선다. 티나가 만나게 되는 정신질환자는 다양한 형태에 다양한 사연을 가진 자들이었다. 특히 관심을 끄는 사람은 '양조위, 주윤발, 진패'. 주윤발은 10분정도 출연하는데 맡은 역할은 역시 정신병자. 그는 지독한 병에 걸린 여자애를 움막에 숨기고 살고 있었고 자신의 아들을 땅에 파묻어 두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정신병자 역할을 맡은 사람은 진패. 진패는 어릴 적부터 시장에서 닭 장사를 하던 사람. 정신이 돌아버린 후에는 어머니가 아파트에 가둬놓는다. 그는 약 먹고 제 정신일때는 조용하지만, 나중에는 극도로 위험한 인물이 되어 버린다. 매일 아파트에서 생닭을 물어뜯는다. 이혼당한 아내 몰래 유치원으로 아들을 찾아가지만 이내 쫓겨난다. 정신병자 취급하는 아파트 사람에게 쫓긴 그는 유치원으로 뛰어들어서는 광란극을 벌인다. 이 장면은 호러영화라고 할만큼 긴장감과 두려움이 엄습한다. 순간순간 얼굴 표정이 바뀌는 도살용 칼을 든 진패. 겁에 잔뜩 질린 유치원생과 여선생. 결국엔 진패는 서 선생이 쏜 총에 맞아 죽는다. 그렇게 정신병자들의 현실을 이해하고 도와주던 서 선생도 결국은 아구(양조위)가 휘두른 칼에 맞아 죽고 만다. 그제서야 사회의 역할과 제 정신 가진 시민의 역할을 이해한 티나는 서 선생이 그랬던 것처럼 이들을 찾아 돌아다닌다.

물론, 영화는 사회에서 내버려져서는 전혀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정신병자의 잠재적 위험성을 보여주면서 정부와 사회의 관심을 촉구한다. 그리고 또하나 관심을 가질만한 대목은 '신문의 역할'에 관해서이다. 티나는 서 선생을 며칠 따라 나섰다가는 비분강개하여 신문에 자기가 보고 들은 것을 기사화한다. '진패'가 이혼당하고 아들과 아내에게서 격리되었을 뿐 아니라 아파트에 갇혀서 생닭을 죽이고 물어뜯고 있으니 사회는 이를 보호해야한다는 기사를 낸 것이다. 그런데, 그 기사의 파장은 비극이다. 아파트 주민들은 그런 정신병자가 한 건물에서 같이 산다는 것이 너무나 위험한 일이라며 몰려와서는 린치를 가하고, 겁에 질린 진패는 유치원으로 뛰어들어, 광란의 살인극을 펼치게 되는 것이다. 이 부분은 정의를 위해 펜을 드는 기자의 짧은 생각과 영웅심이 어떻게 사회를 더욱 파멸과 비극으로 몰고 가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정말 섬뜩한 정신병자 역할을 해낸 진패는 뛰어난 연기로 금상장 조연상을 수상했다. 양조위는 이 영화에서 보여준 인상적인 정신병자 역할로 영화계 데뷔 2년만에 주목받는 배우로 성장하게 되었다.

이 영화의 감독 이동승은 흥미로운 궤적을 가진 영화인이다. 1940년대 중국(상하이 기반의) 영화계의 주요인물이었던 양친의 영향으로 일찌기 영화계에 뛰어든다. 그의 가문은 20여 명의 영화인을 배출했다는 영화 명문가이다. 이동승은, 한때는 장철이나 호금전 감독과 나란히 홍콩 무협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추위앤(楚原) 감독의 <三少爺的劍>(77년)에 배우로 처음 등장한다. 그후 그는 30여 편에서 영화배우로서의 캐리어를 쌓는다. 또한 이동승은 열 편 가까운 영화에서 '촬영감독'을 맡기도 하였다. 그는 1986년에 바로 이 영화 <전로정전>으로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것이다. 영화의 내용은 정부의 허술한 관리로 사회의 위험요소로 간주되는 '정신병자' 혹은 '행려병자'를 충격적으로 묘사한 것이었다. 바로 그 이유때문에 홍콩 당국에 의해 처음에는 상영금지당하기도 했다. 몇 차례 쟁의를 거친후 일반에 공개되었고 흥행성적도 뛰어났다. 이 영화는 6회 금상장 영화제(第六屆香港電影金像奬)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주요부문에 후보에 오르기도 하였다. 그해, 금상장은 <영웅본색>이 휩쓸었었다. 이 영화는 홍콩영화평론가들이 뽑은 '80년대 최고 홍콩영화 10편'에도 선정되었다. 이동승은 이후, <인민영웅> 등 사회성 짙은 드라마를 계속 만들어 황량한 홍콩영화계의 촉망받는 작가영화인이 되었다. 그후 그의 감독 작품으로는 유덕화 주연의 <열화전차>, 홍콩고전걸작을 리메이크한 <신불료정>, <진심화>, <색정남녀> 등이 있다.

전로정전 癲佬正傳  (1986)
감독: 이동승
출연:  풍쉬범, 엽덕한, 진패, 주윤발,양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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