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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찍고, 나는 쏘고] 홍콩킬러와 홍콩영화의 공통점 (팽호상 감독) 본문

중국영화리뷰

[너는 찍고, 나는 쏘고] 홍콩킬러와 홍콩영화의 공통점 (팽호상 감독)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2.14 22:00



[Reviewed by 박재환 1999/3/11]
 홍콩 영화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홍콩 영화인들 스스로가 이미 파악하고 있다. 장르 영화에 집착하고, 집단 최면이라고 말할 정도로 유행에 민감하며, 흥행작품에 대해 거리낌 없이 복제 재생산해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홍콩 영화는 [동방불패] 류의 무협물 아니면, [영웅본색] 류의 홍콩 느와르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 와중에 왕가위 같은 특이한 감독의 특별한 작품이 각광받고 있는 셈이다. 여기 팽호상(彭浩翔)이라는 감독의 신선한 작품을 하나 만나볼 수 있다. [매흉박인](買兇拍人)이라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지난 7회 부산국제영화제(2002년) 때 [너는 찍고, 나는 쏘고](You Shoot, I Shoot)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고, 요즘 홍콩 영화가 다들 그러하듯이 몇 일 정도 극장에서 개봉은 했었다는 소문과 함께 곧바로 비디오로 출시되었다. 팽호상은 두기봉 감독의 [풀타임 킬러]의 원안을 쓴 글쟁이로 영화감독 데뷔작인 이 작품을 비롯하여 [대장부](03), [공주복수기](04), [AV](05) 등 모두 네 작품을 만들었다. 네 작품 모두 소소한 줄거리를 기본으로 하는 아이디어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이다. 그의 작품 세계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너는 찍고 나는 쏘고]이다.


 바트(갈민휘) 홍콩에서 활동하는 킬러이다. 방금 의뢰받은 인물을 죽이고 수고비를 받으려 한다. 그런데 이 의뢰인은 "부동산투자로 난 빈털터리야. 난 죽을 거야."하고 빌딩에서 뛰어내린다. 그게 홍콩 킬러 바트의 현실이다. 홍콩 경제가 옛날 같잖아 의뢰자도 없고 약속받은 돈도 제때 수금할 수가 없다. 그런데 새로운 작업제안이 들어온다. 여자이다. 자신과의 섹스장면을 비디오로 찍어 유포시키는 놈을 죽여달라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죽이지 말고 꼭 죽는 장면을 비디오로 찍어달라는 것이다. 바트는 엉성하게 비디오를 몸에 달고 그야말로 핸드헬드 카메라로 한 작품 만들지만 찍은 결과가 신통찮다. 돈을 못 주겠단다. 바트는 어쩔 수 없이 카메라 전문가를 하나 고용한다. 미국에서 영화공부를 하고 온 조감독 츄엔(장달명)이다. 꿈은 '마틴 스콜세지'이지만 홍콩에서의 영화만들기는 그야말로 비참함 그 자체이다. 츄엔은 이 이상한 작업이지만 자기의 작품세계를 한 번 맘껏 펼칠 수 있다는 희망을 걸게 된다. 바트는 총을 들고 사람을 죽이고, 츄엔은 디지털 카메라로 찍고, 편집하고, 재촬영하고, 특수효과를 조금 집어넣어 그럴 듯한 '스너프 필름'을 만들어낸다. 청부살해 의뢰인은 대만족이고 그 테이프가 조금씩 유포되면서 바트와 츄엔에게는 청부살인 의뢰가 쏟아진다. 그 중에는 홍콩 암흑가 최고 보스의 후임을 둘러싼 엄청난 청부살인과 그 과정을 적나라하게 담아내는 마지막 '살인극'도 포함되어 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홍콩영화에서 지겹도록 본 청부살인극을 홍콩 영화계의 현실에 대입시켜 만들어낸다. 홍콩 영화계는 아이디어는 고갈하고 영화 제작하려는 사람을 갈수록 떨어져 나가고 그렇고 그런 졸작만이 남아서 빌빌대고 있는 셈이다.


  바트와 츄엔은 수용자(청부살인의뢰자=영화관객)가 원하는 참신한 영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민하고, 고뇌하고, 아이디어를 짜내는 것이다. 마지막 살인극 촬영현장은 그야말로 '영화현장' 그 자체이다. 연기와 재연, 작품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영화감독이거나 조폭이나 비슷한 수준이다. 우디 앨런의 [브로드웨이를 쏴라](Bullets Over Broadway, 1994)에 버금가는 열정의 순간이다.

  이 영화에서 바트 역을 맡은 갈민휘가 처음으로 주목받은 것은 [첫사랑](97)이란 작품이다. 물론 그 작품 이전에도 많은 영화에서 조연으로 활동했지만 이 작품은 그의 감독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왕가위 감독 작품으로 소개되면서 한바탕 소동이 일기도 했었다. 왕가위 감독 작품보다 더 튀는 작품이었으니. 장달명 또한 코믹 영화에서 자주 보아왔던 배우. 두 사람은 이 영화에서 절박한 삶의 연기를 아주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임설,유이달은 이들 막강 콤비 킬러조의 등장으로 찬밥신세가 킬러로 잠깐 등장한다.

  영화에서 장달명은 자신의 우상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자주 들먹인다. 대신 갈민휘는 아랑 드롱을 최고의 킬러로 받든다. 가끔 그의 방에 비치는 영화포스터는 프랑스 장 피에르 멜빌 감독의 걸작 느와르 [사무라이](67)이다. 이 영화의 홍콩 제목은 [독행살수](獨行殺手)이다. 최근 오우삼 감독이 리메이크에 욕심을 낸다는 소문이 있다.

買兇拍人 You Shoot, I Shoot (2001)
 너는 찍고, 나는 쏘고
 감독: 팽호상
 출연: 갈민휘, 장달명, 방자선, 왕합희, 방평, 임설, 유이달, 곡덕소
 개봉: 2001/8/16(홍콩) 2004/2/13(한국)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팽호상 감독과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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