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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영화리뷰

[옥관음] 조미, 사정봉, 허안화, 그리고 해암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2.22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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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2004-7-15]    우리나라에선 조미(趙薇)가 TV드라마로 먼저 인기를 끌었다. 경인방송(iTV)에서 [황제의 딸]이 방송되고 잇따라 그녀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들이 잇따라 소개되면서 앳된 외모와 통통 튀는 듯한 매력으로 많은 팬들을 거느렸다. 주성치의 홍콩영화 [소림축구]에 출연하면서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최근 중국 아이돌 스타들의 출연 작품들이 다들 그러하듯이 조미의 팬들은 인터넷 동영상이나 중국산 VCD로 제한된 접촉만을 할 뿐이다. 아쉬워할 것은 없다. 우리보다 훨씬 큰 영화시장을 가진 일본에서도 '중국영화'는 동호회 수준의 대접을 받을 뿐이니 말이다.

  각설하고, 작년 조미는 네 편의 영화에 잇따라 출연했다. 정이건과 공연한 [포제여붕우], 강문과 공연한 [녹차], [천지영웅], 그리고 [옥관음]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조미는 이들 영화를 통해 '연기력의 한계'와 '박스오피스의 독약'이라는 악평을 들어야만 했다. 과연 그럴까?

  [옥관음]은 이리 보아도 흥미롭고 저리 보아도 관심 가는 작품이다. 중국의 인기 작가 해암(海岩)의 원작 소설을 영화로 옮긴 것이며, 인생 드라마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인 허안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홍콩의 청춘스타 사정봉과 공연한 영화라고 하니 어찌 화제가 되지 않으리요.

 단순히 중국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알려진 '해암'은 중국 공안 고위관리 출신이며 현재는 쿤룬호텔(昆侖飯店) 사장이기도 하다. 그가 공안 계통에 일한 덕분에 영화에서 표현되는 공안들의 애환과 범인 검거 작전들이 예사롭지 않은 면이 있다. 문제는 해암 원작소설 [옥관음]은 이미 중국에서 TV드라마로 만들어져서 꽤 높은 시청률을 올렸다는 사실이다. 20부작 드라마를 통해 중국 시청자들은 여자주인공이 어떻게 되고, 마지막에 누가 죽는지에 대해 다들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사람들은 '다' 읽고, '다' 봐서, '다' 아는 내용을 홍콩의 허안화 감독이 조미와 사정봉을 캐스팅하여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까 궁금했다. 우선, 책도 못 봤고, TV드라마도 못 봤을, 그리고 당분간 이 영화를 볼 기회가 없을 사람에게 이 영화의 내용을 잠깐 소개한다.

 영화는 북경에서 시작된다. 건달 같은 양루이(楊瑞)는 어느 날 친구의 태권도 도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하연홍(何燕紅-조미)을 보게되다. 그녀의 청순한 외모에 반해 버린 그는 곧바로 '작업'에 들어간다. 겉보기와는 달리 만만하게 달려들었다가 조미의 태권도 옆차기에 나가떨어지면서 두 사람의 로맨스는 시작된다. 하지만 양루이는 곧 하연홍에게 숨겨둔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양루이가 하연홍에 대해 알려고 하면 할수록 그녀는 더 복잡한 과거를 가진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애당초 하연홍은 운남성 시골 오지의 공안이었고 원래 이름은 안심(安心)이었다. 운남 시골마을에서 안심은 그곳에서 기자 철군(진건빈)과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 그런데 어느 날 미끈하게 생긴 젊은이 모걸(毛杰-사정봉을 알게 되고 하룻밤 사랑을 나누게 된다. 모걸은 마약 운반책이었다. 공안의 대대적인 색출작전에 마약사범이 사살되거나 체포된다. 안심과 마약사범 모걸의 부적절한 관계가 법정에서 밝혀지면서 철군과의 관계가 위태로워진다. 게다가 출옥한 모걸 형제는 복수를 하기 위해 안심의 집을 들이닥치고 철군이 총에 맞아 절명한다. 그리고 아이는 납치당한다. 안심은 결코 인정하기 싫었지만 모걸에게 "그 아이는 당신 아이에요."라고 울부짖는다. 모걸은 이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안심에게 총을 쏜다.

  언뜻 보아도 한 여자가 세 남자를 거치면서 겪는 인생유전이란 게 연기하기가 무척 힘들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사정봉과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는가 하면 마약사범과 총격전을 펼치는 액션까지 감당해야 한다. 게다가 미혼모로, 외도한 아내로, 한 아이의 모친으로 조미는 다양한 연기를 펼쳐야 한다. 그런데 '소연자'의 이미지로 이런 연기를 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갓난아이를 안고 액션활극을 펼치는 장면은 보기에 안쓰럽기까지 하다. 조미의 연기뿐만 아니라 사정봉의 연기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사정봉은 이 영화의 주제가를 직접 작곡하고 노래까지 불렀다. 조미와 마찬가지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물론 허안화 감독은 이 영화를 찍을 때 SARS 파동으로 촬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영화의 응집력마저 떨어뜨린 모양이다.

  복잡한 과거를 가진 조미를 지켜보며, 용서하고, 거두어 주는, 그래서 전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중책을 맡은 양루이 역의 유운룡은 자신의 배역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털어놓기도 했다. 원작에는 양루이가 처음엔 도시의 뺀질이에 가깝게 묘사되지만 이 영화에서는 완전 시골 촌로같은 복장에 답답한 연기만을 해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오히려 돋보인 것은 유운용과 조미의 공안 상관 역을 맡은 손해영(孫海英)이다.

  제목 [옥관음]은 옥으로 만든 '관음보살'을 이야기한다. 조미의 목에 걸려있는 이 옥관음상 목걸이는 화해와 자비의 상징이다. 하지만 영화에선 그런 중요한 역할의 목걸이가 그다지 중요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아마도 장편소설을 압축시키는 영화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깊이가 없는 감동'이란 게 적절한 표현일 듯하다.

  영화를 보며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안심(조미)의 애절한 과거를 알게 된 양루이가 그녀의 아픔을 다독이자 조미가 내뱉은 대사이다.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는 사람을 '상유이말'(相濡以沫)이라고 했던가요... "라는 대사이다. 이어지는 대사가 흥미로와 찾아보았다. 중국 고전 철학서라 할 수 있는 [장자](莊子) 내편(內篇) 대종사(大宗師)에 나오는 문구이다.

泉涸,魚相與處于陸,相구以濕,相濡以沫,不如相忘于江湖
(샘물이 말라 물고기가 메마른 땅위에서 모여 서로 축축한 물기를 끼얹고 서로 물거품으로 적셔 줌은 강이나 호수에서 서로의 존재를 잊고 있는 것만 못하다.)

  장자에 나오는 말답게 세상사의 괴로움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초월적, 절대적 세계에서 유유자적하라는 소리이다. 정작 이 영화가 그러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박재환 2004/7/15)

옥관음 玉观音 玉觀音 (2003) Jade Goddess of Mercy
홍콩개봉: 200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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