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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영화리뷰

[철수무정] PiFan2004, 쇼브라더스, 그리고 나열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2.22 16:05


[Reviewed by 박재환 2004-7-25]
  먼저,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지만 '영화'분야에 있어서도 우리나라엔 정말 '매니아+오타쿠+열성팬'들이 많다. '이른바' 수준 높은 유럽쪽 영화부터, '수준'운운했다간 악플 맞기 딱 좋은 B급 호러에 이르기까지 '전문가'가 즐비하다. 중국어권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영화판이라는 강호에 '쇼 브라더스시절의 영화'에 대한 전문가가 꽤 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지금이야 중국영화전문가네 하고 이쪽 글을 주로 쓰고 있지만 난 그들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내가 기억하는 홍콩영화는 아마도 초등시절에 누군가를 따라가서 본 [비도권운산]과 아마도 수호지의 '무송'이 호랑이 때려잡던 어떤 영화였을 것이다. (남들은 본 날짜까지 다 기억하는데 난 그런 것도 없다! 단지 부산출신답게 당시에 있었던 이른바 3류 극장 - 온천, 동성, 국보극장 중의 하나에서였을 것이다!) 금요일 부천에서 쇼브라더스영화 심야 4편 연속상영이 있었다. 부천복사골문화센터에서 작년 쇼브라더스 회고전을 다룬 메가토크 책자를 샀다. 짐작하다시피 김홍준 피팬 집행위원장과 영화평론가 정성일씨가 자신들의 한 시절을 떠올리며 '쇼브라더스 영화'에 대한 끝없는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정성일씨야 왕가위와 [키노]로 잘 알려진 평론가지만 그 사람이 [로드쇼]시절과 자신의 열혈 영화팬 시절 무용담이 알려지면서 그럴러니 했는데.. 이 사람도 쇼브라더스 시절 동네극장에서 죽치고 내리 몇 번씩 보던 그런 '아련한' 과거를 지닌 사람이었다. 인터넷에서 '철무정'이란 아이디를 가진 사람이 있는데 얼핏 보아도 꽤 공력이 있는 사람 같다. 아니나다를까 이 사람도 엄청난 열혈 '무협'팬이었다. 물론 최근엔 [키노]기자로 있다가 [필름2.0]에서 활동중인 주성철 기자도 젊지만 싹수가 보이는 이쪽 계통 전문가로 쑥쑥 성장하고 있다. 이 정도하고.. 그러니 나를 위에서 언급한 사람들과 동급으로 오해하지 마시기 바란다.

  작년(2003) 부천에서는 [쇼브라더스 회고전]을 갖고 [대취협], [금연자], [십삼태보],[양산백과 축영태],[독비도],[복수] 등 여섯 편이 소개되었다. 올해 심야상영에서는 [철수무정], [자마], [성성왕], [대자객] 등 네 편이 상영되었다. 내가 이미 열혈 영화청년이 아니란 것은 제일 먼저 상영된 [철수무정] 보고는 거의 그로기 상태에 빠져 해롱거리며 불편한 의자에서 곯아떨어졌다는 것이다. --; 인터넷에서 '철무정'이란 아이디를 오래 전부터 사용하는 사람이 있던데 아마 그 사람은 분명 [철수무정]에서 영감을 떠올렸을 것이다. [철수무정]은 장철 감독이 1969년에 내놓은 쇼브라더스 작품이다. 내용부터 소개한다.

  중국의 어느 시절, 어느 곳. 창주(滄州)란다. 부잣집이 연속으로 털리는 범죄가 일어나고 이 지역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포두 철무정(나열)이 이들을 뒤쫓는다. 추적 끝에 일당은 네 명의 고수(四大盜)이다. 이들은 철포두의 추적망을 피해 살인을 저지르며 도망가고 있다. 철포두의 수하-그 중에는 강대위도 있다-가 이들과 목숨을 걸고 싸운다. '사대도'의 우두머리는 마위갑(馬威甲-방면)이다. 마위갑은 절정의 무예를 갖춘 흉악한 도적의 우두머리이지만 남몰래 눈 먼 딸(桂姑-리칭)을 키우고 있는 노인이다. 철무정이 마침내 일당을 일망타진할 기회를 잡지만 마위갑의 칼에 중상을 입는다. 그는 겨우 마위갑의 말에 올라탈 수가 있었다. 그런데 이 말이 그를 마위갑의 딸 '계고'의 집으로 이끈다. 계고는 부상을 입은 철포두가 부친의 친구인 줄 안다. 딸은 자신의 아버지가 천하의 흉악한 범죄자인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철포두는 곧바로 상황을 이해한다. 마위갑도 집으로 돌아오고 눈 먼 딸과 흉악범아버지, 그리고 포두 세 명의 기이한 '합석'이 이어진다. (오우삼 감독의 [첩혈쌍웅]의 한 장면처럼...) 딸을 안심시키고 둘은 밖으로 나와 마지막 대결을 펼친다. 훌륭한 세트에서 화려한 맞대결을 펼치게 되고... 마위갑은 철포두에게 부탁한다. 자신의 정체와 자신의 죽음을 딸에게 알리지 말고 자신은 저 멀리 떠나갔다고 딸에게 말해 달라고...

  쇼브라더스 영화에 대한 역사 혹은 설명을 하자면 장철 감독과 초원 감독에 대해 비교를 하게된다. 소프트한 여성적인 영화, 물론 때로는 에로틱 사극까지 만들었던 초원에 비해 장철 감독의 작품은 이른바 '양강전영'(陽剛電影)의 전형으로 평가받고 있다. '마초'영화에 가까울 정도로 남성적 힘과 매력을 앞세운 남성미학의 작품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작년에 부천에서 소개된 [복수] 등에서 알 수 있듯이 피와 살점이 뜯겨나가는 고어적 스타일에 남자의 복수와 충절이 영화에 온통 치장된 영화들이다. 이런 극단적인 정서는 나중에 오우삼 감독의 홍콩 느와르에서 현재적으로 묘사된다. [철수무정]에서도 장철 감독의 남성적 강인함이 드러난다. 오늘날 강력계 형사에 해당하는 '포두'와 절도와 살인을 일삼는 '흉악범'과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 칼싸움 등이 씨줄이고, 그 범인의 숨겨진 가족관계나 애틋한 부녀지정이 이 영화의 날줄이다. 당시 장철의 많은 활극영화의 액션 씬은 '유가량'과 '당가' 두 사람이 맡았다. 이 영화도 그러하다. 요즘 같은 견자단-원화평이 만들어내는 이연걸 스타일의 하이퍼-리얼리티는 떨어진다. 쇼브라더스 영화의 아날로그 액션장면은 어찌 보면 코믹하게 느껴진다. 물론 수십 년 전에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정말 팔이 잘려나가고, 피가 뚝뚝 떨어져서 어린 맘에 눈물을 다 흘렸을 그런 화면임에는 분명하다.

  당시 쇼브라더스 영화답게 시공간의 모호성은 영화의 오늘날 정치적 해석을 낳게도 한다. 그 점은 정성일씨가 할 이야기이니 나는 생략한다.

  이번 부천영화제에 맞춰 강대위가 초청되었다. '깡따위'가 아니라 정확한 중국어 발음은 '장따웨이'이다. 이 사람도 오래 전 홍콩을 떠나 캐나다에서 살고 있다. 최근까지 홍콩과 중국을 오가면 TV드라마를 찍는단다. 이 영화에서 철포두 역을 맡아 오늘날 '꽃미남 액션배우'와는 다른 느낌의 액션을 펼친 '나열'은 어떻게 되었을까. [천하제일권]으로 이소룡보다 먼저 서구에 알려진 첫번째 홍콩 액션스타 나열은 쇼브라더스 시절 최고의 액션배우였다. 그후 나이 들고 액션영화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이 사람도 TV드라마에 나왔다. 그러다가 1999년에 이 사람의 비참한 말년이 잠깐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중국 심천으로 생활근거지를 옮겨 동료와 함께 발마사지 업소를 개업했다. (홍콩이나 이쪽 가면 많이 볼 수 있는 발 지압사 말이다) 그러다가 2002년 장철 감독(6월 22일), 원로가수 나문(10/27)이 사망한 얼마 뒤 심천에서 심장병으로 급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11월 2일이었다. 향년 62세였다. 나열의 극영화 마지막 작품은 [연지풍경](戀之風景)의 여감독 여묘설(黎妙雪)의 2001년도 작품 [유리 소녀](玻璃,少女)이다.

  마갑위의 부하인 주막집 주인 역으로 '우마 '가 나온다.



(사진) 2002년 장철 감독 사후, 홍콩영화자료관에서 개최한 장철회고전에 모인 왕년의 쇼브라더스 스타들. 라열은 참석하지 못했다. (박재환 2004/7/25)
 
    
鐵手無情 (1969) The Invincible Fist
감독: 장철
제작: 쇼 브러더스/쇼브라더스 소일부(邵逸夫)
각본: 예광 (倪匡)
촬영: 宮木幸雄
음악: 왕복령(王福齡)
출연: 나열,이청,방면,강대위,곡봉,진성,우마
2004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PiF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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