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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접검] 초원감독 쇼브러더스 걸작 무협물 본문

중국영화리뷰

[유성호접검] 초원감독 쇼브러더스 걸작 무협물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2.21 09:07


[Reviewed by 박재환 2004-7-11]
 
작년 부천국제영화제에선 장철 감독의 [복수], [독비도], 호금전 감독의 [대취협] 등 쇼 브라더스 걸작 무협물이 상영되었었다. 올드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올해에도 쇼브러더스 회고전이 준비되었다. 우선 그 중 한 작품을 소개한다.

  영화 [유성호접검](流星蝴蝶劍)은 고룡(古龍) 원작 무협소설을 인기 판타지 소설가이기도한 예광(倪匡)이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SB(쇼브라더스)의 명감독 중의 한 사람이었던 초원(楚原) 감독 1976년에 만든 작품이다. 당시 수많은 SB무협극의 액션장면을 연출한 당가(唐佳)와 원상인(袁祥仁)이 이 영화의 무술감독을 맡아 요즘과는 사뭇 다룬 스릴을 느끼게 하는 액션장면을 연출한다. 고룡의 [유성호접검]은 1993년에 양자경, 임지령, 왕조현, 견자단, 양조위 등 쟁쟁한 스타들이 출연한 [신유성호접검]이란 영화로 다시 만들어지기도 했다. 오늘날 영화팬에게는 이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모두 낯설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1960~70년대에 은막을 그야말로 날아다니는 액션 스타들이었다. 종화, 곡봉, 악화, 능운, 나열, 등등. 하지만 눈썰미 있는 영화팬이라면 이수현, 서소강, 원규, 원표 등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사람들도 이 영화 어느 장면에서 살짝 얼굴을 내비치니까 말이다.

  김용 원작소설의 영화화에 항상 수반되는 문제처럼 이 영화도 길고 긴 장편소설을 100분 짜리 영화에 구겨 넣어야만 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을 어느 정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상당히 많은 캐릭터와 상당히 복잡하고, 사연 많은 이야기를 풀어헤치고 있다. 혹시, 오래 전에 이 영화를 보았을 사람이나, 이번 부천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볼 사람을 위해 줄거리를 좀 자세히 소개한다. 이른바 친절한 스포일러... --;

  영화가 시작되면 막 킬러 하나가 다리 위에서 또 다른 킬러를 눈 깜짝할 사이에 처치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 사람은 맹성혼(孟星魂). 기루를 운영하는 의매가 그에게 새로운 오더를 내린다. 강호에서 최고의 위상을 떨치고 있는 용문방(龍門幫)의 방주 손옥백(곡봉)을 암살하라는 것이다. 손옥백 자신의 무공도 높을 뿐더러 그의 주위에는 기라성 같은 무사들이 즐비하다. 언제나 삿갓을 눌러쓴 신비의 보표(보디가드) 한당(韓棠-나열), 72가지 비밀무기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모사가 율향천(律香川-악화), 친아들 손검(孫劍-왕종) 등. 맹성혼은 이 불가능한 암살명령을 받고 길을 떠난다. 가는 길에 나비의 숲을 지나다가 소접(小蝶-정리)이라는 아가씨를 만나게 된다. 첫눈에 소접에 반한 맹성혼. 소접에게 반드시 돌아오리라 약속하고 길을 떠난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소접은 바로 손옥백의 친딸이다. 맹성혼이 소접을 연모하기 몇 해 전, 맹성혼의 동료인 섭상(葉翔-능운)이 먼저 호접을 사랑했었다. 하지만 방주 손옥백은 부하 한당을 보내 섭상을 죽이라고 명했었다. 어찌된 일인지 한당은 섭상을 살려보냈고 그날부터 섭상은 킬러 일을 그만두고 술만 마시며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나중에 섭상은 맹성혼이 자신과 같은 운명에 처하게될 것임을 전해듣고 친구를 구하러 나선다. 한편 용문방 방주 손옥백 주위에서 알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한다. 아들 손검과 최고의 칼솜씨를 가진 한당이 누군가에게 죽고 자신의 생명마저 위협받는 것이다. 바로 그토록 오랜 세월 옆에서 자신을 보필하던 율향천의 음모였던 것이다. 율향천의 암기를 맞은 손옥백은 수십 년 전에 미리 마련해둔 비밀 통로로 가까스로 도망을 쳐서 생명을 부지한다. 그리고는 주도면밀한 작전 끝에 율향천을 죽음에 내몬다. 배신자를 처단하고 용문방을 되찾은 손옥백. 맹성혼과 소접은 길을 떠난다. 더이상 무림에 나서지 않겠다며 자신의 검을 (장인이 된) 손옥백에게 넘겨준다.

  이 영화는 워낙 많은 인물과 많은 액션 장면이 펼쳐지는 까닭에 누가 누구를 죽였다고 말하여도 사실 영화 보는데 크게 지장은 없다. 단지 무림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강호의 일들이란 것이 서로 죽고 죽이는 배반과 복수로 가득하다는 사실만을 확인시켜줄 뿐이다. 이 영화를 보면 우선 손옥백의 주도면밀한 사전준비에 놀라게 된다. 이 영화의 주제라면 아마도 '강호의 의리'나 '무사의 사랑'이 아니라 '유비무환의 미덕'일 것 같다. 수십 년 전부터 땅을 파고, 길을 닦고, 사람을 심어놓은 원모심려(遠謀深濾) 말이다. 그 과정에서 방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비인간적인 일도 일어난다. 손옥백의 탈출을 우연히 보게된 어린 아들 딸과 함께 자결하는 심복의 이야기는 무사의 충성심보다는 전근대적 비장미를 내보이기는 측면이 있다. 영화는 수많은 무사들이 나와 복잡하게 이어지는 계략으로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소접을 둘러싼 무사의 사랑은 요즘 관점에서 보면 '빅토리안 로맨스'라고 할 만큼 너무나 우아하다. 낭만파 자객과 낭만파 여주인공은 하룻밤 만리장성을 쌓은 것도 아니요 구구절절 애끊는 연서가 오고가는 것도 아니면서 평생을 기약한다.

  영화제목 유성호접검은 '자객의 운명은 떨어지는 유성처럼 덧없고, 사랑의 아름다움은 나비처럼 유한하다'는 시적인 해석도 가능하지만 분리해석이 가능하다. '유성'은 번쩍 하는 순간에 상대를 쓰러뜨리는 킬러의 칼날처럼 찰나적 시간을 의미하며, 호접은 사랑을 검은 권력을 상징한다. 영화를 제대로 보면 이런 철학적인 사고도 할 수 있으리라.

  작년 부천영화제에서 [복수] 등의 작품을 선보였던 장철 감독이 남성적인 영상미+비장미로 가득 채운 영화를 찍을 동안 초원 감독은 같은 무협물을 찍어도 감성적, 때로는 에로틱한 화면을 구성한다. 남녀가 운우지정을 나누는 장면에서 춘화(春畵)가 삽입되고 여자의 젖가슴을 드러내는 장면들이 두어 번 등장하여 적잖이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초원 감독의 에로틱한 면은 다른 영화에서 좀더 자세히 소개하겠다. (박재환 2004/7/1)


流星蝴蝶劍 (1976) Killer Clans
감독: 초원 (楚原)
출연: 정리(井莉),악화(岳華),종화(宗華), 진평(陳萍),능운(凌雲) 원작: 고룡(古龍)
각본: 예광(倪匡)
動作指導:唐佳.袁祥仁
音樂:陳永煜
邵氏兄弟片庫
홍콩개봉: 1976/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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