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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훈정 감독 “마녀를 보았다” (마녀 인터뷰)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18.07.20 17:50

[인터뷰] 박훈정 감독 “마녀를 보았다”

2018-07-04 17:25:28

 


 

 

 

*주의: 인터뷰에는 영화 <마녀> 및 이후 만들어질지 모를 속편에 대한 스포일러성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박훈정 감독은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2010)와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2010) 두 편의 영화의 시나리오로 충무로의 열광적인 찬사를 받았다. 박훈정 감독은 곧바로 <혈투>라는 괴이한(?) 영화로 직접 감독데뷔를 한다. 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확실히 갈릴 때  <신세계>로 다시 격찬을 받는다. 그리고는 <대호>와 <브이아이피>로 다시 한 번 호불호가 갈린다. 영화 팬들은 <부당거래>와 <신세계>의 박훈정을 기억하기에 언제나 그의 신작에 기대를 건다. 그의 신작은 <마녀>이다. 전작들이 톱스타들이 즐비하게 나오는 ‘마초영화’에 가깝다면 이번 영화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다. 평범해 보이는 한 여고생이 알고 보니 엄청난 ‘비밀병기’였다는 대반전을 담은 액션영화이다. 스포일러라고? 그럼 앞으로 펼쳐질 박훈정 감독과의 인터뷰는 아예 읽지 마시기 바란다. 박훈정 감독은 이 영화의 앞이야기와 뒷이야기를 술술 풀어놓았다. 어떻게 주워 담을지 걱정이 될 정도로. 지난 주 영화개봉 이틀 뒤 청와대 인근 한 카페에 마주앉았다.

 

마녀의 본성은 잔인하고잔혹하다

 

감독님은 개봉 전에 성선설, 성악설에 대해 몇 번 언급하였다. 소녀/마녀의 본성은 어땠나. “처음 도망갈 때 닥터 백(조민수)이 미스터 최(박희순)한테  본사에는 죽은 걸로 보고하라고 말한다. 폭주하다가 죽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마녀의 본성이 평범하게 살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자윤(김다미)은 본성을 누르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잔인하고, 잔혹하고, 일반 우리와는 다른 무서운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부모님은 알고 있었다.”

 

영화 오프닝 장면에서 피라미드부터, 마야/잉카문명, 나치의 생체실험 같은 이미지들이 나온다. 그런 판타스틱한 그림을 오프닝에 담은 이유는? “실제 있었던 일을 보여주는 사진이다. 이 영화는 만화 같은 내용이지만 인간은 역사적으로 그런 일들을 벌였고, 지금 어디선가 그런 일을 자행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를 깔고 싶었다.”

 

자윤의 가족이 되는 농장의 아버지(최정우)는 다리를 절고 어머니(오미희)는 치매를 앓는다. 뇌기능과 연관이 있는 설정인가? “장애적 요소라기보다는 나이가 들면 인간에게 자연스레 나타나는 신체노화 현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알츠하이머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그에 반해 자윤은 만들어진 아이이고 신체재생능력이 뛰어나다. 조금이라도 대비를 해보고 싶었다.”

 

박희순의 얼굴에 난 흉터는 뇌수술 자국인가? “박희순의 경우는 뇌만 가지고 한 실험이다. 이미 다 성장한 군인을 데려다가 뇌수술을 통해 신체능력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1세대이다. 그런데 실험은 실패해서 후유증이 좀 있다. 그 다음 세대는 아예 처음부터 유전자를 조작한 것이다.“

 

마녀의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구자윤은 그렇게 실험실에서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다. “1편에서는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구자윤의 전사에 대한 이야기를, 그 설정만 가볍게 들려준다.”

 

감독은 이 이야기를 어디까지 생각해 두었을까. “자윤의 뿌리까지는 설정해 두었다. 두 가지가 있다. 자윤은 자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자신의 뿌리를 찾아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선택해야한다. 만약 선을 택하면 집으로 돌아갈 것이고, 악을 택하면 절대악이 된다. 그 뒤에 새로운 마녀가 등장할 것인지, 그 뒷이야기를 계속할 것인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할 것이다.”

 

‘터미네이터’처럼 ‘스타워즈’처럼 근사한 프랜차이저가 될 것 같다. “가능하면, 갈 수 있는 데까지 가고 싶다.”고 대답한다.

 

그렇게 장대한 이야기구조라면 넷플릭스에서 만드는 것도 생각했음직하다. “처음에는 넷플릭스 쪽에서 관심이 많았다. 워너랑 계약하기 전에는 말이다. 드라마 제안을 받았는데 몇 개짜리로 할 것인지 이야기를 하다 피드백이 늦어지면서, 워너(브러더스)쪽이랑 급진전된 것이다. ” 박훈정 감독은 전작 <브이아이피>에 이어 이번 <마녀>도 워너와 함께 작업했다.

 

할리우드 영화사 워너랑 작업했지만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세트작업에도 압박이 많았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연구소 장면도 원래 계획은 넓은 공간에 최첨단 장비가 갖춰진 세트이다. 하지만 비용을 줄이고, 빼고, 최소화해야했다. 화면에 썰렁한 느낌이 아니라 뭔가 휑해서 조금 살벌한 느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차가운 느낌을 구현하고 싶었다.”

 

구자윤의 목덜미에 바코드 같은 게 찍혀있다. “그들만의 표기로 숫자 1번이 찍혀있다.” 그럼, 박희순은? “박희순 배우는 없다. 그는 1세대다.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진 시제품, 테스트용이라 일련번호가 없다”.

 

영화에서 최우식이 계속 자기 손톱을 물어뜯는데. “영화는 구자윤에게 집중되어있다. 다른 인물은 소개할 여유가 없어 그냥 행동이나 습관에서 그런 것을 드러낼 필요가 있었다. 약간의 결핍이 있을 때 손을 입에 가져간다. 귀공자가 결핍의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최우식 배우가 그런 아이디어를 냈고 좋다고 했다.”

 

‘쫓기는 인간병기 실험대상’을 그린 영화 중에는 시얼샤 로넌이 나왔던 <한나>(2011, 조 라이트 감독)가 있다. ‘한나’는 CIA가 만들던 인간병기였다. <마녀>에 등장하는 ‘본사’는 어디를 염두에 뒀나? “그건 뒷이야기에서 주로 다뤄질 내용 같다. 당연히 군산복합체일 것이다. 미국에 ‘울트라 프로젝트’란 것이 있었다. CIA가 했던 실제 비밀실험이다. 내 영화는 그 비밀실험이 세상에 드러난 뒤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CIA의 실험이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 미국에서 실험을 하지 못하니 그 연구자료, 대상들을 해외로 보낸다. 7군데로..”

 

“감독님 이런 이야기 막 말해도 됩니까?”라고 물어보았다. 박훈정 감독의 대답은 “어, 속편을 만들 것 같나? 분위기가?”란다. 넷플릭스와는 처음 ‘1편’에 해당하는 이야기만 했었단다.

 


 

*다시 주의! 스포일러 있음 *

 

그럼, 마지막 장면에서 조민수(닥터 백)의 쌍둥이 동생이 나오고, 김다미 옆에는 또 다른 소녀가 있는데 정체가 무엇인가. “자윤이 옆에 있는 새로운 여자아이는 자윤과 같은 시설에 있었던 아이이다. 폐기명령이 떨어지던 날, 닥터 백의 동생이 미리 빼돌린 아이 중의 하나이다. 일련번호로 따지자면 앞부분에 있을 것이다.”

 

속편이 만들어진다면,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도 같다. 워너가 더 많은 제작비를 투입한다면 훨씬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말이다. 아니면 아예 할리우드에서 스칼렛 요한슨 주연으로 리메이크될지도 모를 일!

 

감독님 원래 잔인하세요?

 

<악마를 보았다>, <신세계>, <브이아이피> 등의 표현수위에 대해 이야기하다 “감독님 원래 잔인한 면이 있습니까?”라고 물어보았다. “하하 그렇진 않고. 표현수위는 작품의 톤에 맞춰야 된다고 생각한다. <브이아이피> 때는 그 작품의 톤앤매너는 그 정도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신세계> 때도 그 작품의 폭력은 여기까지 가야한다고 생각했었다. <마녀>도 작품의 톤앤메너는 맞춰야한다고 생각했다. 영화의 분위기와 톤이 이런데 액션을 마블처럼 만들 수는 없다. 마블 작품 중에 맞춘다면 <로건> 정도는 가야지”

 

마지막 장면은 어디서 찍은 것인가. “제주도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태국이었는데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어 못 갔다.”

 

본사가 있는 미국이 아니고 왜 태국이었나? “이야기 진행상 바로 본사(미국) 찾아가는 게 아니다. 약품을 찾는 설정이다. 일단 태국에 있는 연구소를 찾아가야한다.”

 

미국 영화아카데미 회원

 

최근 미국 영화아카데미협회에서 신입회원을 대폭 받아들였는데 그 명단 중에는 박훈정 감독도 포함되어있었다. 감독이 아니라 시나리오작가로 아카데미에 초청된 것이다.

 

연락이나 통보는 어떻게 받았나. “요즘 인터넷을 안 한다. 지인들이 연락을 주더라. 워너에서도 연락을 줬고. 처음에는 잘못 안 것 아니냐며 다시 알아봐달라고 그랬다.”

 

아카데미 신규회원은 기존회원의 추천 과정이 있다고 알려주자, “내가 쓴 작품 중에 <악마를 보았다>와 <신세계>가 미국에 리메이크 판권이 팔렸다. 그것 때문인가? 워너랑 두 작품 해서 그랬나? 누가 추천을 했는지 모르겠네”란다.

 

아카데미회원이기도 한 시나리오작가 박훈정 감독에게 한국에서 시나리오를 쓰는 것에 대한 질문도 던져보았다. 예전에 영화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울분을 표한 적이 있는데. “울분은 아니고, 짜증을 좀 냈다.”면서 “지금은 그 때보다는 좋아진 것 같다. 시나리오작가들의 처우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 중에 하나는 만족시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충무로 시나리오 작가

 

두 가지? “금전적 보상이랄까. 작가가 작업에 대한 합당한 금액을 받아야한다. 그렇게 금전적인 만족감을 주든지, 아니면 자기 작품이 영화화되었을 때 작가로서의 만족감, 성취감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 시나리오를 완성해서 돈 받고 팔면. 그때부터는 잊힌 존재가 된다. 그 시나리오가 어떻게 고쳐지든 간에 권리가 없다. 저 배우는 진짜 내가 쓴 시나리오 캐릭터에 안 어울리는데 그냥 들어가고. 결과물을 보면 이렇게 쓴 게 아닌데 저렇게 나오면 박탈감이 심하다. 둘 중 하나는 되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면서 "이전에 많이 겪었고, 주변작가들도 그런 일로 하던 일을 때려치우고 다른 것 한다. 직접 감독하든지 드라마로 가든지. 저는 운이 좋은 케이스이다. ‘부당거래’나 ‘악마를 보았다’의 경우 두 감독님들이 원작에 손상을 안 가는 선에서 더 업그레이드해서 완성했으니 시나리오 작가로서 운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시나리오 작가로서 예비 시나리오작가에게 조언을 하나 해 주신다면? “어떤 영화를 보던 간에 단점보다 장점을 더 많이 찾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단점을 자꾸 찾다 보면 나중엔 분석하게 된다. 그건 이야기를 하는데 크게 도움이 안 된다. 단점을 찾기 시작하면 본인이 글을 쓰면서 자기검열하게 된다. 이건 안 되지 이건 안 되지 하다보면 계속 막힌다. 대신, 어떤 영화든지 그 영화가 왜 왜 만들어졌을까 한 번 생각해 보시길. 영화를 만드는 작업은 한 사람이 결정하는 게 아니다. 많은 사람이 관여한다. 어떤 장점이 있기에 만들어진다. 왜, 어떤 미덕이 있어 만들었을까 생각을 하는 게 시나리오를 쓰는데, 이야기를 만드는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써놓으신, 구상하신 작품은 많을 것 같다. 차기작은? “구체적으로 생각한 작품은 없다. 여러 작품 중에서 생각하고 있다". <마녀2>가 되었든, 할리우드 신작이 되었든 기대가 된다. 파이팅! (KBS미디어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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