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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프레지던트 (김재환 감독,2017)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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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프레지던트 (김재환 감독,2017)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17.10.26 19:05

[리뷰] 미스 프레지던트 “한강의 기적, 촛불의 기적”


[박재환 2017-10-26]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흉탄’에 맞아 ‘서거’했다. ‘큰 영애’(令愛) 박근혜는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헌재에 의해 탄핵되고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기이하게도 10월 26일에 맞춰 <미스 프레지던트>라는 다큐멘터리가 개봉한다. 제목부터 소개하자면 '미스'는 당연히 '여자'를 의미하며, '보고 싶은'의 뜻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신화(myth)와 ‘잘못된’(mis-) 등 다양한 의미도 숨기고 있다. 감독은 일부러 이런 중의적 타이틀을 삼았다고 한다.

연출을 맡은 김재환 감독은 성역이 없는 작품을 찍은 것으로 유명하다. <트루맛쇼>에서는 지상파 음식프로그램의 맛집 소개프로그램을 해부했다. 시청자들이 알면서도 속는, "진짜 맛있어요~" "엄지 척!"이 화면에 나오는 그 뒷이야기를 방송사 관계자들이 “허걱!”할 만큼 잔인하게 추적한다. 다음 작품 <MB의 추억>에서는 17대 대선과정에서의 이명박의 선거과정을 뒤쫓는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BBK도 아니고, 대운하 논쟁도 아니다. 시장에서 떡볶이를 먹는 장면이다. 선거철이면 후보들은 서민 대통령임을 내세우며 시장으로 달려간다. 골목 상인들과 스스럼없이 부대끼며 서민음식을 먹는다. 유권자들은 그게 다 쇼란 것을 안다. MB는 그날 정말 끝없이 먹는다. (편집의 힘이지만!) 아마, 대선에서 이뤄지는 그 어떠한 토론이나, 선거유세장면보다도 떡볶이 장면의 인상은 오래 간다. 그의 다음 작품 <쿼바디스>에서는 거대 교회의 어두운 면을 파헤친다. 한국에서 종교를, 거대교회를 고발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다 알 것이다. 어쨌든 그런 작품을 내놓았던 김재환 감독이 내놓은 신작이 '미스 프레지던트'라는 사실이 놀랍다.

그런데, 작품을 보고 나면 더 놀라게 된다. 김재환 감독 작품이라면 기대치가 있을 것이다. 분명 최순실 의상실이나 청와대 유리방, 혹은 태블릿이 등장할 것이라고. 그런데 그것은 김어준 스타일이지 김재환 스타일은 아니었다. 김재환 감독은 뜻밖에 ‘친박’을 넘은 ‘숭박’의 사람들을 보여준다. 박정희와 육영수, 박근혜를 한없이 숭배, 숭모하는 사람들이다.

영화의 첫 장면은 옛날 청와대에서 행복했던 한 가족의 모습을 담은 오래된 흑백필름을 보여준다. 하필이면 “즐거운 나의 집”이 배경음악으로 쓰인 가운데 앳된 모습의 박근혜, 박근영, 박지만을 볼 수 있다. 그렇게 행복했던, 최고의 로얄 패밀리는 40여 년 뒤 어떻게 되었나.

영화는 충청북도 청주의 조육형 할아버지의 일상을 보여준다. 이른 아침, 할아버지는 새벽같이 일어나서 의관정제 하신다. 그리고는 박정희 -육영수의 영전에 큰 절을 하고, 성스러운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감독은 이어 박정희 대통령과 '영부인' 육영수 여사를 여전히 잊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의 가게에 두 사람의 사진을 가득 붙인 사람도 있다. 그리고 해마다 동작동 국립묘지를 찾아 추모제를 지내고, 육영수 여사의 숭모제를 위해 모인다. 이 사람들은 정권이 여러 차례 바뀌어도 절대 변하지 않는 사무친 흠모의 정을 보여준다.

그렇게 '숭모의 여정'을 따라가던 작품은 박근혜 탄핵에서 흔들린다. 서울은 촛불과 태극기 집회로 나뉘고, 친박의 사람들도 혼란스럽다. 조육형 할아버지도 아침 일찍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을 찾는다. 태극기집회에 서 있는 모습이 애처롭다. 그리고 이내 헌법재판소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

카메라는 박정희 향수에 여전히 젖어 있는 사람들을 담담하게 쳐다본다. 그들은 지긋지긋한 이 땅의 가난을 알고, 죽을 것 같은 배고픔을 겪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원조 박통의 새마을운동을 가슴에 새기고 현대의 신사임당이라며 육영수 여사의 은혜로움을 잊지 못한다. 그들이 박근혜에 대해 품는 애틋한 마음은 그 연장선상일 것이다.

이 영화를 박사모 영화나 친박영화, 혹은 영악한 디스 영화라고 하기엔 너무나 담백하다. 감독은 아마, “이런 사람도 있다”와 “이런 사람은 이런 마음을 갖고 있다‘를 카메라에 담으려고 한 모양이다.

그 누구도 누군가의 대표가 될 수 없고, 그 어떤 행동도 무언가를 상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영화 <미스 프레지던트>는 딱 그런 영화이다.

대신, 이 영화에서 뜻밖의 발견이라면, 재인식이라면 박정희 대통령이 1968년에 선포한, 그래서,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은 누구나 다 아는 <국민교육헌장>이다. 조육형 할아버지는 40년 동안 매일 아침 ‘국민교육헌장’을 읽으셨단다. 가만히 들어보니 정말 군더더기 하나 없는 명문이다. 특히 놀라운 구절은 “명량하고 따뜻한 협동정신을 북돋운다”라는 부분이다. 정말 놀랍다! (by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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