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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영화리뷰

[귀신이 온다] 우리 안의 적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2.20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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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2000-10-12] '강문'의 역사인식은 독특한 면이 있다. 일본이 만주에 주둔하고 있던 시기에 벌어지는 이 블랙코미디는 표피적으로 바보같고 노예근성에 사로잡힌, 혹은 일본의 침략을 자포자기 받아들이는 용기없는 중국민초의 이야기를 포복절도할 정도로 극도로 희화화시키고 있으며, 같은 방식으로 군국주의 일본의 잔인무도함과 국민당 해방군의 형편없는 역사의식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단지 깐느에 출품되었다는 이유로 중국정부가 중국내 상영을 금지하고 외국영화제의 출품을 막았다는 것은 다소 아이러니이다. 그 깊은 내막을 자세히 알수는 없지만 이 영화는 보기에 따라 상당히 곤혹스런 영화이기도 하다.

부산국제영화제기간동안 이 영화가 상영된 극장안은 영화시작부터 끝날때까지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야말로 포복절도할 드라마인 것이다. 어수룩한 시골마을에 한 밤중에 '귀신'으로 사료되는 존재로부터 부대 두 개를 건네받은 '마다산'(강문이 직접 주인공 역을 맡았다)은 이 반갑지 않은 이 접수물로 인해 죽을 맛이다. 그 부대에는 일본군 둘 - 정확히는 일본 병장 하나와 중국인 통역관이 들어가 있었다. 마다산과 마을사람의 회의에서는 이들을 죽이자는 쪽과 숨기자는 이야기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마다산을 지하창고에 숨겨놓는다. 그의 집앞에는 매일같이 일본군들이 행진하고 지나가며, 포로들은 어떻게든 탈출하러한다. 마다산은 마을사람과 이런저런 마찰을 겪어가며 무려 6개월을 은닉하다 결국은 그 포로들을 일본군에게 넘겨주기로 한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강문감독은 무려 2시간동안 '포로 두 명'과 어리숙한 '중국인민'들은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인의 수다와 코미디는 '장진'급 이다. 그리고 후반 40분은 여태까지와는 또다른 회오리같은 급속한 이야기진행을 선보인다.

장예모 감독의 <붉은 수수밭>에서 강문이 어떻게 죽어가는지를 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에서 그가 어떻게 될지 관심이 갈 것이다. <붉은 수수밭>이나 <귀신이 온다>는 결국 외세 군국주의 일본의 침략에 반응하는 중국인민의 반응을 날카롭게 꼬집은 것이다. 아무리 넓은 중국땅이라지만 일본을 대하는 모택동식 공산당과 장개석식 국민당만큼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는 민초는 아무리 좋게 보아도 함량미달의 역사의식의 민초인 것이다.

이 영화는 명확하게 '노신'(제가 졸업한지가 오래되어서인지 잠깐 착각했네요. 손문이 아니라 노신입니다. 얼마전에 어느 분이 메일로 지적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의 기억을 뒤쫓는다. 중국 현대문학의 왕별이자, 혁명중국의 스승인 노신은 청년시절 일본으로 의학공부를 떠났었다. 어느 수업시간, 일본학생들이 영사기에서 일본 군인들의 선전영화를 보게되었다고 한다. 그때 영사된 화면은 일본군들이 중국농민들을 모아놓은 가운데 독립군들의 목을 댕강댕강 자르는 처형장면이었다고 한다.(<붉은 수수밭>에도 나오고, <귀신이 온다>에도 나오는 장면들이다) 노신은 훗날 이 때를 회상하여 이렇게 표현했다. "그날 내가 충격받고 분노한 것은 필름에 담긴 중국인민들의 표정이었다. 그들은 분노할 줄도, 부끄러워할 줄도 몰랐다. 자기 나라 땅에서 자기들을 위해 죽어가는 애국자를 보면서 마치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구경하는 것이었다. 한 사람의 병은 의술로 고칠수 있지만, 국민의 병은 의술로도 못 고친다." 그리고는 손문은 그날로 의학수업을 그만두고 중국의 자유와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펜을 든 셈이다.

이러한 역사적 시각을 강문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 '마다산'은 처음에는 무지렁뱅이 농민에 불과했지만, 일본군 포로를 손아귀에 쥐고서 이고생 저고생 다 한 끝에 마침내 민족적 투사로 승화한 것이다. 물론, 목이 댕강 달아나는 것과 독립활동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강문은 자신의 영화가 중국당국으로부터 불순한 영화로 판정받고 향후 영화제작을 불허한다는 선고를 받을동안 줄곧 자신의 영화를 변호했었다. "내 영화는 사랑으로 충만한 영화이다. 평화를 사랑하고, 국가를 사랑하고, 민족을 사랑하고, 문명을 사랑하는 영화이다. 모두에게 이로움이 있는 영화이다."고 했다. 물론, 중국당국과 강문 사이에 어떤 묵계, 혹은 타협점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몇 가지 유추는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는 양안관계 때문에 문제가 되었을 수도 있다. 이미 장예모가 <인생>으로 깐느에 진출했을때 유사한 사태가 발생했었기 때문이다.

강문 감독 자신의 설명에 따르면 <귀신이 온다>에서 보여주고자 한 것은 것은 인간본성의 사악함과 사건의 근원적인 문제점이라고 한다. 후반 40분의 역사적 배경은 분명 1945년 8월 15일이다. 일본군 대장은 이미 천황의 '항복문서'를 받아든 상태였으며, 나머지 모든 사람들-일본군도, 중국인민도-은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최고 지휘자로서의 이러한 극단적 상황수습은 사실 '일본'의 입장에서 보자면 상당히 곤혹스럽고 '사실관계'에서 많은 논란을 불려일으킬 수도 있는 일이다. 그리고, 이 마을을 접수한 국민당군(채널 브이의 인기 진행자 '오대유'가 이 뻔뻔스런 역을 해낸다)의 행동도 너무나 희화화된 것이다. 강문 감독은 관객에게 웃음을 주려했는지 아니면 '무지(無知)'의 공포를 보여주려 했는지간에 자신의 목이 떨어져나가기까지 자신의 민족의 운명에 대한 따뜻한 눈길을 결코 보여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냉소와 절망의 눈빛인 것이다. 사실 집단 처형의 장면에는 민족의 분노나 인민의 광기는 일절없고, '쇼'에나 어울리는 웃음과 무관심의 기운만이 느껴진다. 강문이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든지간에 중국당국과의 껄끄로운 관계는 어쩔 수 없을 것이며, 중국인민은 계속 '멍청하게' 표현될 것이다. <허삼관 매혈기>도 그러한 범주를 벗어나기는 힘들 것 같다. 강문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영화를 만들고 있는 것일까? 역설의 미학? 자유분방한 상상력의 극치?  (박재환 200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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鬼子來了 (2000) Devils on the Doorstep
감독:  강문
출연: 지앙 웬 (강문)(마다산), 지앙 홍보(유아), 카가와 데루유키(하나야), 유안 딩(동한천), 사와다 겐야(사카츠카 아노키치), 카가와 테루유키
한국개봉: 2001/10/26
2000년 제 53회 칸느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
2000년 제5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의 창' 공식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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