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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들의 섬 (김정근 감독,2014) 본문

다큐,인디,독립

그림자들의 섬 (김정근 감독,2014)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17.08.20 22:15

[리뷰] 독립다큐 ‘그림자들의 섬’

 

 

 

“조선소 노동자여 단결하라”

 

[박재환 2016-08-23지난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릴 때 영화제에 참석한 국내외 영화인과 취재기자들 중 일부가 ‘희망버스’로 명명된 버스를 타고 잠시 해운대를 떠나 영도로 향한 적이 있다. 그때 그들이 향한 곳은 부산대교로 연결된 작은 섬 ‘영도’에 위치한 한진중공업 조선소 현장이었다. 조선소에는 대형크레인이 있었고, 그 크레인에서 노조위원장 김진숙이 장기간 고공농성 중이었다. 그 때, 한진중공업 노동자가 시위를 한 것도 처음이 아니었고, 노조위원장이 크레인에 올라간 것도 처음이 아니었다. 그때 김진숙 노조위원장은 왜 크레인에 올라갔을까.

 

당시의 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개봉된다. 30년 한진중공업 노동운동의 압축판이다. 이 작품은 세월호를 다룬 <다이빙벨>을 위시하여 쌍용자동차 파업의 <저 달이 차기 전에>, 용산참사를 다룬 <두 개의 문>, 삼성반도체 <탐욕의 제국>,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 밀양 송전탑 <밀양아리랑> 등 불온(?)한 영화만을 전문적으로 배급하는 시네마달의 최신 배급작이다.

 

한진중공업이 자리잡은 곳은 영도(影島-그림자 섬)이다. 한진중공업은 역사가 꽤 된다. 일제시대 선박수리소에서 출발하여, 해방 후 대한조선공사로 명맥을 유지하다가 1990년에 한진이 인수한 곳이다. 변변찮은 중공업거리가 없는 부산에서 거의 유일한 대형 플랜트공장이다. 그런데 조선소는 산업특성상 위험이 상존한다. 근로조건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개발도상시절엔 다 그러했었겠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인 셈인 김진숙은 어린 나이에, 여자로서는 드물게 대한조선공사에 들어갔다. 김진숙은 더럽고, 위험하고,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부터 풀어놓는다. 쥐똥이 섞인 도시락을 먹으며 화장실이 없어 공사장에서 적당히 용변을 처리해야했던 그 시절의 노동자들.

 

위험한 작업환경에서 도크에서 떨어져 죽는 노동자는 너무 많았다. 추락사고뿐만 아니라 감전사고, 폭발사고 등. 담배 한 개비에 불을 붙이고 애도하는 시간들이었다. 수많은 노동자의 희생을 밟고 노조가 결성된다. 당연히 누려야할 가치와 권리를 내세운다. 그리고 투쟁은 오래되고 또 다른 희생은 계속된다.

 

<그림자들의 섬>은 요동치는 한진중공업의 투쟁을 노동자들의 인터뷰와 낡은 비디오테이프의 영상을 통해 전해준다. 1991년에는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에 참여하려 했다는 이유로 박창수 당시 노조위원장이 공안당국의 조사를 받다가 의문사한다. 이어, 2003년에는 김주익 당시 지회장은 사측에 성실한 교섭을 요구하며 크레인에 올라 농성을 펼친다. 그 끝은 129일째에 85호 크레인 난간에 자신의 목을 맨 것이다. 그 죽음을 보고, 곽재규 조합원이 도크 위에서 몸을 던져 숨졌다.

 

이 영화에는 너무 많은 열사가 등장한다. ‘희망버스’의 연대는 그들에게 힘을 주기도 하지만, 연대의 힘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김진숙 위원장은 정리해고와 파업투쟁의 결과로 생긴 ‘복수노조 체제’의 무력감을 이야기한다.

 

부산 영도의 한진중공업, 그리고 그 노조원들의 투쟁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2016년 한국 조선산업의 앞날이 예사롭지 않다. 이미, 구조조정의 시계 톱니바퀴는 돌아가고 있고, 해결하지 못한 비정규직, 하청노동자의 문제는 시한폭탄이 되어 버렸다.

 

이 영화는 2011년 ‘희망버스’를 다룬 영화 <버스를 타자>(2012)를 연출한 김정근 감독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가 시작된 2010년부터 카메라를 들고 노동자들과 부대끼며 5년 만에 완성시킨 작품이다. 다큐멘터리는 진실할수록, 날 것일수록 파장이 크다. <그림자들의 섬>은 2014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고 국내외 영화제를 통해 상영되다가 25일 개봉된다.

 

 

 

한편 지난 12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는 <그림자들의 섬>의 언론시사회가 있었다. 영화상영이 끝난 뒤 김정근 감독과 영화에 등장하는 노동자(해고자) 김진숙, 박성호, 윤국성, 박희찬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열사가 묻힌 곳은 양산에 있는 솥발산공원묘지이다. (박재환)

 

 

 

글 :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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