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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 아버지, 사랑의 방법을 모르다 본문

중국영화리뷰

[아버지와 아들] 아버지, 사랑의 방법을 모르다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2.20 20:45

[Reviewed by 박재환 2006-11-28] 1980년대 초반 홍콩 영화계에서는 의미심장한 흐름이 있었다. TV방송사에서 드라마를 찍던 사람들이 대거 영화계로 유입하며 새로운 스타일의 영화가 잇달아 발표하였다. 이들 가운데에는 오늘날 홍콩 영화계의 거물이 된 서극 감독과 꾸준히 사회드라마를 찍은 방육평, 허안화, 장국명 감독 등이 있다. 오늘날 이들을 홍콩 신낭조(新浪潮), 홍콩 누벨버그 감독이라고 통칭한다. 그 가운데 <명검>과 <열화청춘>을 감독한 담가명 감독은 홍콩 신낭조의 대부라고 부르기도 한다.

   담가명 감독은 새로운 방식의 무협드라마 <명검>과 폭발할 것 같은 홍콩 청년의 고뇌를 그린 <열화청춘>으로 홍콩 신낭조의 최정점에 이른다. 당시 청춘스타 장국영을 캐스팅한 <열화청춘>은 당시 홍콩의 사회적 풍조를 감각적으로 보여주어 이후 많은 홍콩 영화감독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오늘날 담가명 감독은 왕가위 감독의 <아비정전>과 <동사서독>의 편집자로 더 유명하며 그 때문인지 ‘왕가위의 스승’이라고도 불린다. 담가명 감독은 지난 89년 양조위가 주연을 맡은 <살수호접몽>을 끝으로 감독에서 손을 뗀 상태이다. 그가 무척 오랜만에- 17년 만에- 감독으로 돌아왔다. 바로 <아버지와 아들>(父子)이란 드라마이다.

  이 영화의 배경은 말레이시아의 중국인 사회이다. 곽부성은 비열하기 짝이 없는 아버지 역을 맡는다. 아내(양채니)는 아름답고 아들(오경도)는 너무나 귀엽다. 얼핏 겉으로 보자면 남부러울 것 없는 행복한 가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아내와 귀여운 아들은 폭력적 남편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어머니의 잘못도 아들의 잘못도 아니다. 아버지 곽부성이 펼치는 폭력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만큼 심리적으로 위태로운 수준이다. 아버지는 도박에 빠져 가족의 붕괴를 이끈다. 그러나 아버지의 진짜 문제는 가족을 사랑하는 방식을 모른다는 것이다. 돈 몇 푼으로, 혹은 하룻밤의 휴가로 가족의 상처를 아물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상처는 정말 깊게 패는 법이다.

  결국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던 ‘아내’ 양채니는 집을 떠난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아들마저 남겨두고 말이다. 남편은 아내를 되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다가 빚쟁이에 몰려 도망 다니는 신세가 된다. 아들은 아버지가 무섭지만 감히 아버지를 떠나지 못한다. 단지 아버지라는 이유 때문에.

  그 못난 아버지는 못된 짓을 거듭하다고 마지막엔 어린 아들에게 좀도둑질을 강요한다. 몰래 담을 넘어 도둑질을 하다가 붙잡혀 무지막지하게 매를 맞는 아들. 저 밖에서 망을 보고 있는 아버지에게 애타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지만 비겁한 아버지는 아들을 내팽개치고 도망가 버린다. 아버지를 믿고 내키지않은 도둑질까지 하며 아버지의 사랑을 기대했던 아들. 그 아들은 절망한다.  소년원을 찾아온 아버지. 소년은 그런 아버지가 원망스럽다. 아버지의 한 쪽 귀를 물어뜯는다. 아버지와 아들은 그렇게 자신들의 인생의 한순간을 단락 짓는 것이다.

  이 영화는 지난 10월 새로 출범한 로마 국제영화제와 같은 시기에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잇달아 공개되었다. 곧 중국에서도 정식으로 개봉될 예정이다. 지난 주말 대만에서 열린 43회 금마장 영화상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한때 아이돌 스타로서 주가를 올리던 곽부성은 이 영화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아홉 살이 믿어지지 않을만큼 깊은 내면 연기를 보여준 소년 오경도는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에서 곽부성의 아내로 나온 양채니와 곽부성의 하룻밤 애인으로 등장하는 임희뢰의 연기도 굉장하다. 특히 담가명 감독이 연출해낸 숨 막힐 듯 한 에로티시즘은 감탄할 정도이다.

  한때 말레이시아에 머물던 담가명 감독은 신문 사회면에서 본 실제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이 영화의 각본을 썼다고 한다. 결국 <추적 60분>같은 TV 프로그램에서 보아온 가족폭력의 드라마를 담는다. 폭력아버지 밑에서 산산조각 나버린 가족의 붕괴를 담담히 그려내는데 성공했다. 사랑의 방식에 요령부득인 아버지. 결국 아들을 범죄자로 만들고, 가족은 풍비박산난다. 아들의 행복은 어디서 누구에게 보상받을 수 있단 말인가. 국내에 수입되었으면 하는 중국영화 중 하나이다. (박재환  2006/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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