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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영화리뷰

[비응] 양자경의 실버 호크 다운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2.20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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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2004-2-7] [와호장룡]에서 주윤발과 장쯔이 사이에서 쌍칼을 들고 우아한 무술 실력을 선보였던 양자경은 말레이시아 출신 화교이다. 어릴 때부터 운동과 무용으로 몸매를 가다듬은 양자경은 84년 홍금보 영화로 홍콩영화계에 진출하였고, [예스 마담] 시리즈 등 줄곧 액션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어느새 20년. 양자경은 이제 우리나이로 마흔 셋이라는 중년이 되어버렸다. 영원한 리얼 바디 액션스타 성룡만큼이나 양자경의 액션을 본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일 수도 있다. 재작년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 부으며 만든 영화 [터치]가 흥행실패로 돌아간 뒤 양자경은 자신의 영화 인생에 대해 좀더 심각한 고민을 했을 듯 싶다. 그러나, 양자경은 자신의 인생의 동반자(연인)이며 영화제작의 동료인 종재사와 함께 좌절이란 없다는 듯이 세계시장을 목표로 새 영화 [비응]을 준비했다.

 [터치]가 그러했듯이 [비응]도 겉과 속이 다른 마케팅 전략이 동원된 셈이다. 두 영화는 모두 세계시장을 노리고 제작된다. 많은 외국배우가 주연급으로 출연하며 대사처리도 영어와 중국어, 때로는 광동어로 녹음된다. '중국적' 배경에서 세계영화팬이 보편적으로 감응할만한 액션이 연출된다. 그러나 [터치]가 티벳을 배경으로 하면서 이해하기 힘든 정치색을 가미했듯이 [비응]도 이와 유사한 친중국적 화면을 일부 선사한다.

영화 첫 장면은 그 유명한 양자경의 모터사이클로 만리장성을 뛰어넘는 장면이다. 자신들의 역사문화유적지에는 '공안'을 동원해가며 보호하는 중국당국이 '만리장성'을 한때 퇴폐적 자본주의 산물인 영화에 등장하는 것을 허락해 줄 리가 만무하다. 이미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한 [툼레이더]를 찍을 때에도 같은 요청사항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던 대국 아닌가. 하지만 이미 [터치]로 중국시장을 개척한 종재사와 양자경은 BMW 모토사이클 CS650이 만리장성을 가볍게 넘어가는 광경을 찍도록 허락했다. 이 장면은 굉장한 화제를 불러모았지만 영화에서는 정말 싱겁기 짝이 없게 나타난다. 와이어 액션이나 CG가 이용되지 않은, 스턴트맨도 없이 양자경의 리얼 액션으로 촬영된 장면이라지만 심심하기가 그지없다. 그게 만리장성이었는지도 모를 정도이니 말이다.

  어쨌든 만리장성을 모터사이클로 뛰어넘은 양자경은 컨테이너 트럭을 추적한다. 여기서는 [미션 임파서블2]나 [매트릭스2]에서 보았던 장면이 연출된다. 달리는 컨테이너 트럭 위에서 양자경이 어수룩하기 그지없는 남자 악당 다섯 명과 액션을 펼친다. 그리곤 컨테이너 속에서 납치 당한 중국의 보물 팬다 곰을 구해낸다는 것이다. 이런 동화 같은 내용 때문인지 [터치]처럼 홍콩에선 흥행실패, 중국에선 어느 정도 흥행성공이라는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비응]에서의 양자경의 역할은? 양자경은 은빛 마스크와 금속성 느낌을 주는 복장을 한 '비응'(나는 독수리)이란 정체불명의 해결사로 등장한다. 2009년, 가공의 도시 중경(中京)의 어디선가에서 범죄가 일어나면 소리도 없이 나타나서 놀라운 무술 솜씨를 보여주며 악당을 일망타진하는 중국판 배트맨이다. 그녀는 중경시민의 영웅 중의 영웅이지만 중경시 경찰당국은 자신들의 위상을 깎아 내리는 못마땅한 존재이다. 그래서 경찰당국은 비응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플레이보이 기질이 있는 요원 문인(임현제)을 특파한다. 알고 보니 비응과 문인은 어린 시절 함께 무술을 배웠던 사형사제지간. 이 두 사람은 함께 힘을 합쳐 천하제일의 악당과 맞서 싸운다.

할리우드의 007영화나 각종 슈퍼 히어로가 주인공인 영화에 등장하는 악당은 주인공만큼이나 묘한 매력, 혹은 특징을 갖고 있다.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권력과잉의 사이코라는 것이다. [비응]에 등장하는 악당 알렉산더(루크 고스)는 특별한 첨단과학기술을 이용하여 세계인을 자신의 통제 밑에 넣겠다는 것이다. 악당이 사용하는 첨단기술은 '2004년적 상상력'이다. 하총 박사가 개발한 A.I.칩을 세상의 모든 휴대폰에 장착시키고 인공위성으로 특수한 주파수를 발산시켜 인간의 뇌파를 조종한다는 것이다. 악당의 허황한 지구지배야욕이 어떻게 가능할까? 단지 50% 할인 판매한다고 그런 기능이 첨부된 최첨단 단말기가 일시에 수 억대 씩이나 일반인에게 팔릴까?

이처럼 주인공이 마스크를 뒤집어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구를 구할 영웅의 존재에 대한 미스터리이다. 하지만 양자경의 정체는 너무 쉽게 드러난다. 그리고 자신을 쫓는 경찰과의 트러블이 하나의 갈등구조가 될 수도 있지만 그런 복잡한 심리드라마는 애당초 필요 없는 모양이었다. 공적인 정의를 구현하는 경찰 문인에게 사적으로 정의를 구현하는 비응이 이런 말을 한다. "악당을 잡아야 한다는 출발점만 같을 뿐이다. 당신은 증거가 필요하고 난 필요 없다!" 이런 목적론적 정의는 숱한 영화의 소재이자 주제가 되어 왔다. 어쨌든 '시민 조로'처럼 홀연히 나타나서 순식간에 정의를 구현하고 또다시 홀연히 사라지는 '비응'의 미스터리는 이 영화에서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

  주로 DC코믹스나 마블스 같은 만화책에서 튀어나온 미국산 영웅처럼 홍콩에서도 이런 망가적 영웅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1950~60년대 홍콩에서 인기를 끈 만화책 주인공이 바로 이러한 미스터리 히어로였다. 그리고 1970년대에는 '흑장미'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인기를 모았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도 각시탈이나 일지매 같은 복면영웅이 있긴 하다.

 이 작품은 [동경공략], [성원]의 마초성이 감독을 맡았다. 50여 편의 홍콩영화에서 촬영을 담당하던 그가 감독을 맡은 후 남긴 작품은 사실 뚜렷한 특징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 되어 버렸다. 마치 [시티 헌터]에서의 플레이보이 성룡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임현제는 콧수염만큼이나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주진 못했다. 양자경이 미국에서 발굴하여 차세대 스타로 키우려는 장탁남(張卓楠)은 [터치]에 이어 이 영화에도 등장한다. '비응'의 열렬한 팬인 컴퓨터도사로 출연한다. 이 영화에서 대사 한마디 없이 염색한 머리 결을 찰랑거리며 '비응'과 맞짱 뜨는 여자악당은 중국에서 인기 있는 이빙빙(李氷氷)이란 배우이다. 원래 이 악당 역할은 일본에서 활동 중이던 보아에게 돌아갈 뻔했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보아가 출연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박재환 2004/2/7)

飛鷹  Silver Hawk
감독: 마초성(馬楚成)
출연: 양자경, 임현제, 이빙빙,장탁남,루크 고스
중국개봉:
홍콩개봉: 200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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