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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독립영화관

런치 박스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17.08.16 08:47

 

 

[독립영화관] 런치박스, 잘못 배달된 운명의 도시락

 

 

지난 주말 KBS 1TV ‘독립영화관’ 시간에 방송된 ‘런치 박스’는 한밤의 시청자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 인도영화였다. 인도 출신으로 현재 미국 뉴욕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리테시 바트라 감독의 ‘런치박스’는 세계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면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후 올 초 아트극장에서 잠깐 상영되었다. 한국독립영화/단편영화와 함께 해외의 우수 아트계열 영화를 소개하는 ‘KBS독립영화관’을 통해 한국시청자에게 다시 선보인 것이다.

 

‘런치박스’는 인도 뭄바이의 명물인 도시락배달 시스템을 보여준다. ‘다바왈라’라 불리는 인도의 도시락 배달부는 우리나라 식당 배달시스템과는 조금 다르다. 작년 KBS ‘리얼체험 세상을 품다’에서 에드워드 권이 출연하여 인도도시락 배달부를 뛴 적이 있다. 인도 마하라슈트라 주의 주도인 뭄바이(이전에 봄베이라 불린). 고된 노동을 하는 시민들에게 빠르고 정확하게 점심도시락을 배달해 주는 직업이 바로 다바왈라이다. 택배시스템처럼, 매일 아침 집 앞에서 주부에게서 도시락을 건네받아 자전거를 타고, 지하철에 실려, 때로는 기차로, 들통에 실려 각 사무실, 지정된 사람의 책상 위에 도시락을 옮겨놓는 것이다. 다 먹은 도시락 빈 통도 똑같이 수거되어 본래의 집으로 돌려준다. 120년 전통의 이 다바왈라는 인도경제를 먹여 살리는 전통적 배달시스템인 것이다. 문맹률이 40%에 이르는 이곳에서는 배달처를 표시하는 주소도 때로는 자신들만이 아는 기호로 대체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제때에 도시락이 책상 위에 올라가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학에서도 이 배달체제의 정확성에 대해 연구한 적이 있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영화 ‘런치박스’에서는 이 정확한 ‘다바왈라’가 마치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잘못된 배달이 때로는 드라마틱한 상황을 연출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뭄바이의 중산층 주부 일라(님랏 카우르)는 최근 들어 소원해진 남편을 위해 두 배로 정성을 들여 도시락을 준비한다. 이 특별한 도시락이 다바왈라에 의해 전해진 것은 아뿔싸, 정년퇴임을 앞둔 중년 회사원 사잔(이르판 칸)의 책상 위다. 사잔은 이날따라 유난히 맛있는 배달도시락을 만족스레 먹는다. 그런데,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제야 일라와 사잔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알게 된다. 일라는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에 속상해 있고, 곧 정년퇴임할 홀아비 사잔은 마음이 싱숭생숭한 상태였다. 두 사람은 무언가에 끌려 계속 도시락을 배달하고, 받아먹고, 감사의 편지를 도시락 통에 집어넣는다. 세상에서 가장 붐비고, 가장 바쁘고, 가장 외로운 사람들만이 사는 듯한 뭄바이에서 상대의 정체도 모른 채, 잘못된 도시락배달로 연이 맺어진 두 사람이 우정을 나누게 되는 것이다.

 

편지를 통해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상대에게 전한다. “때로는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다다르기도 한다.”는 영화 속 대사처럼 두 사람은 삶의 활력소를 찾고, 자신의 갈 길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주말 밤 1시 5분 KBS 1TV에서는 따뜻하고, 소박한 독립영화가 시청자를 찾는다.  (박재환 2014.11.17 KBS TV특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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