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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무서운 영화들

[엘리게이터] 사이즈가 문제다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2.2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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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1999-9-23]   음. 나 어릴때 - 그러니까 한해에 들어오는 영화 편수가 뻔할 때- 여름이면 항상 피빛 영화가 극장에 내걸렸었다. 그런 호러물 중 제일 처음 본 것은 아마도, 형과 함께 본 <13일의 금요일>이었을 것이다. 난 두 장면에서 놀랬었는데 그때 형은 무덤덤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날 이후 엄청 많은 영화를 보고서야 호러영화의 규칙을 알게된 나로서는, 당시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형이 무척이나 용감해보였고 전지전능해 보이기까지 했었다. 왜냐하면 조용한 음악장면 다음엔 칼이 나타날 것이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13일의 금요일>같은 여름 작품은 해마다 한국관객에게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데드쉽>, <헬 나이트>, <버닝>..같이 호러영화 계보에서는 저만치 떨어진 B급 영화들이었지만, 당시의 한국관객 수준이나, 영화 수입업자의 심미안은 그 수준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 당시 수입된 영화 중에 <엘리게이터>가 있었다. 악어 이야기인데, 제작년도가 80년인걸로 보아 아마 그 때쯤 수입되었겠지, 무척이나 오래 전 영화인데, 오늘 텔레비전 보면서 줄곧 다음 장면이 기억나는 걸로 보아, 당시 어린 마음에 꽤나 충격적으로, 혹은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영화같다.

사실, 이 영화는 놀라운 영화이다. 나중에 <고질라> 같은 영화(?)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영화이다. 그래서 작가 John Sayles에게 관심이 가서 찾아보니, <Mimic>(97), <Lone Star>(96), <Apollo 13>(95), <Quick and the Dead>(95), <Piranha>(78) 등 조금은 알려진 영화들에 이런 저런 식으로 각본 참여한 사람이란 것을 알수 있었다.

내용은 재미있다. 1968년 플로리다의 전형적인 미국 마을(나중에 마을을 헤집고 다니는 악어를 잡기위해 하늘에서 헬리콥터 타고 아래를 내려다보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보면 마치 <ET>에서 자전거타고 날아갈때 내려다 보이는 미국 가정처럼, 그림같은 넓은 정원, 집집이 갖춘 수영장, 뭐 그런 풍경이다)의 한 집안에 꼬마 소녀가 선물로 악어새끼 (pet alligator)를 받는다. 하지만, 곧 이어 신경질적인 아버지가 아무 곳에나 배설을 하는 이 골치 아픈 파충류 애완동물을 화장실 변기 속으로 던져버린다. 회오리 물살처럼 시야에서 사라지는 불쌍한 악어새끼 혹은 새끼악어... 세월은 휭하니 흘려 12년 뒤.

강력계 형사 David Madison (Robert Forester)는 하수종말 처리장에 불러가서는 끔찍한 시체조각들을 보게된다. 무언가에 물어뜯긴 것 같이 팔 하나, 다리 하나, 걸레조각이 된 옷가지 들을 보면서, 도대체 어떤 살인마가 이렇게 사지절단의 살인극을 벌이고 있는지 조사하게 되는 것이다. 메디슨 형사에게는 개인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그것은 그의 머리가 점차 빠지는 대머리 증세(젊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라는 유머스러운 문제와 함께 이전에 한 동료경찰과 작전수행 중 그 동료가 자신의 총에 맞아 죽은 사건이다. 그에 대한 설명이 나중에 애인이 되는 여자에게 말해 줄때까지는 관객은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하수도에서 물어뜯긴 시체가 더 많이 발견될수록 하수도 속에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래서 메디슨은 신참 동료와 함께 하수도에 내려간다. 하지만, 동료가 눈앞에서 엄청난 악어에게 물러간다. 손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딴 만큼 큰 악어가 하수구에 있다는 그의 말을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도시에 있는 파충류 전문박사 Marisa Kendall (Robin Riker)-여자임-의 견해는 단호하다. 그렇게 큰 악어는 야생상태에서도 없다. 또한 빛도 없는 하수도에서 살아날수 없다. 뭐, 그런 식으로.. 하지만, 관객은 이 영화의 엉성하지 않은 - 그렇다고 굉장히 복잡한 플롯이나 복선을 층층이 깔고 있는 것도 아니다 - 사건의 전말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된다. 이 마을의 시장을 좌지우지하는(적어도 선거자금이라는 미끼로) 제약회사의 회장이 새로운 신약을 개발하고 있었다. 어려운 소리는 빼고 (아니, 적어도 1980년 제작 당시에만해도 단지 하나의 영화적 상상력과 과학적 상상력의 결과로 제시되는) 호르몬의 조작으로 한 개체의 크기를 확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요즘 유전자 조작과 슈퍼 송아지 "둘리"의 탄생으로 반쯤은 현실화된 것이다. 이 실험을 위해 동네 개들이 자꾸 행방불명된다. 한 할머니의 증언을 들어보자. 이 할머니 자신의 행방불명된 개가 하수도에서 걸렸다기에 확인하려 갔다. 사라질 때는 요만하던 개였는데 시체로 발견된 개는 이딴 만하다는 것이다. 다른 "개"겠지 하고 넘어간다면 이제 이 조각시체 사건은 영원히 미궁에 빠져버릴 것이다. 하지만 그 파리떼같이 스캔들만 쫓던 기자하나 때문에 사건은 급진전한다. 메디슨 형사에 대해 꼬치꼬치 파고들던 이 기자는 "하수도의 살인마 악어"라는 말에 특종에 눈이 멀어 직접 들어가본다. 그리곤 자신이 악어의 밥이 되고 만다. 물론 씹혀먹으면서도 카메라 셔트를 연신 터뜨리고 그것이 하수종말처리장에 걸려온다. 이제 메디슨형사가 보았다는 어마어마한 악어의 존재는 실제하는 슈퍼악어로 체포작전이 펼쳐진다. 물론 그만한 크기의 악어는 절대 없다고 면박주었던 켄달박사는 메디슨에게 사과하고, 둘은 연인이 된다. (원래 미국영화는 그렇다!)..  결국, 악어 (약 12미터쯤 되는 크기임)는 하수구를 뚫고 지상으로 나타난다. 이제 킹콩같은 야생의 동물이 고질라가 되어 마을을 엉망으로 만든다. 영화는 좀 맥빠지게 정리된다. 악어는 제약회사 회장 딸의 결혼식장에 나타나서는 시장을 씹어먹고, 회장을 그 단단한 꼬리로 뭉개버린다.--; 그리곤 유유히 강물로 나간다. 메디슨과 캔들박사는 이 괴물악어가 곧 자신의 보금자리-하수구-로 돌아올 것을 안다. 그 괴물악어는 12년전에 버려진 소녀 캔들의 바로 그 새끼악어, 혹은 악어새끼였었고, 그 제약회사에서 비밀리에 연구하고 버려지는 시체 "개"를 먹고는 그렇게 큰 놈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소설적 로맨스와 과학적 성과가 이처럼 멋지게 조화된 영화를 본적이 있는가? ^^) 어쨌든 회귀본능의 짐승답게 악어는 그 곳으로 돌아오고 메디슨은 다이나마이터로 날려버린다. (기억을 되살리자면 <죠스>란 영화에서 스필버그는 괴물상어를 산소통으로 날려버렸다!)

영화는 그렇게 끝났느냐고? 아니 미국 영화답게 그 어두운 하수구를 다시 한번 비춰주는데 어디선가 또다른 새끼악어가 톡 떨어지면서 꼼지락되며 영화는 끝난다. 적어도 속편을 만들려면 1편에서부터 어떤 조처를 취해야하니까 말이다....

이 영화 상당히 재미있다. 호러영화다운 끌림과 동참의 묘미가 있고 말이다. 처음에 메디슨이 신참 동료와 함께 하수구를 뒤질때 갑자기 동료가 사라진다. 악어의 습격을 받은듯. 메디슨은 겁에 질려 어두운 하수구를 미친듯 헤매고, 카메라가 서서히 그의 뒤로 접근한다. 뒤에 깔리는 음악은 그 유명한 <죠스>의 변주곡이다. 그리곤 그의 엉덩이를 덥썩 문다. 기억난다. 10여 년전 극장에서 난 그 장면에서 "악!"했었지... 물론 그 장면은 그의 숨어있던 신참 동료의 장난이었다. (그리고 그 장난이 있은지 불과 몇 분뒤 그 젊은 놈은 진짜 악어밥이 되었고 말이다)

피와 살점이 튀는 일반 호러물과 달리 이 영화는 곳곳에 개그적 요소를 담고 있다. 처음에 메디슨이 애완견 센터에서 주인과 나누던 대화. 대머리개그. 특히나 캔덜박사와 메이킹 러브한 다음에 여자가 메디슨의 머리를 만지작 거리자 메디슨이 신경질적으로 하던 대사. "당신은 지금 나의 가장 민감한 곳을 건드리고 있어. 손대지 마!"하는 장면은 재미있다. 그리고 악어 한 마리 때문에 난리가 나자, 등장한 악어 악세서리 사업. 장난감 악어를 열심히 팔고 있는 신속한 사업수완들이 감탄을 불러일으키고, 하수도를 빠져나온 악어가 수영장에 숨어있을때, 아이들이 <피터팬과 후크선장>장난을 하며 한 꼬마 아이를 수영장 다이빙대에서 밀어떨어뜨릴때, 바로 밑에서 정말, 진짜 악어가 입을 따악 벌리고 있는 장면 등은 보기에 따라 굉장한 시나리오 감각임을 느낄수 있을 것이다.

  음.IMDB에서 나온 travia에 따르자면, 이 영화 마지막의 하수구 벽에는 다음과 같은 낙서가 있단다. (나는 워낙 화면이 어두워 그런것은 신경안 써고, 그냥 새로 떨어진 악어새끼만 보았는데 말야...) "Harry Lime Lives" 해리 라임이 누구냐하면 오손 웰즈의 <제 3의 사나이(49년작)>주인공이다. 그는 하수구에서 죽는 걸로 묘사되어 있다. 참, 기발한 오마쥬이다.  (박재환 1999/9/23)

Alligator (1980) 
감독: Lewis Teague (루이스 티커)
주연: 로버트 포스터, 로빈 리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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