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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리뷰] 피부색깔=꿀색, “내 이름은 융”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14.05.06 10:06

 

 

지난 2009년 개봉되어 84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스포츠영화 '국가대표'는 어릴 적 해외에 입양되어 미국 알파인스키 국가대표까지 된 남자주인공(하정우)이 모국을 찾아 자신의 한 많은 뿌리를 찾는다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영화 ‘피부색깔=꿀색’에 등장하는 해외입양아는 모국에 대해, 아니 자신을 낳아준 친부모에 대해 그리움과 함께 원통함을 안고 있다. 입양되어간 나라가 얼마나 잘 살고, 양부모가 아무리 잘 해주어도 자신의 뿌리에 대한 어쩔 수 없는 그리움과 숨길 수 없는 피의 무게를 보여준다. 제3자의 입장인 관객이 보기엔 과연 그럴까라고 생각할지라도 말이다. 해외입양아들은 공통적으로 모국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갖고 있으리라. 다섯 살 남짓의 나이에 저 멀리 벨기에로 입양된 한국출신의 애니메이션 작가의 심정은 어떨까. 조금은 시적인 제목의 영화 '피부색깔=꿀색'이라는 애니메이션이다.

 

고아 전정식, 융 하네가 되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장 통에서 꼬마는 길을 잃는다. 순경의 손에 이끌러 소년은 아동복지기관(홀트아동복지회)에 넘겨지고 곧 비행기를 타고 저 멀리 새로운 가정에 입양된다. 벨기에의 한 가정집. 온 식구가 공항에 마중 나왔고 누군가가 8밀리 카메라로 도착장면을 찍기도 한다. 소년의 입양서류 ‘피부색깔’ 항목엔 ‘꿀색’이라고 표기된다. 이미 네댓 명의 자식이 있는 벨기에 중산층 가정에 입양된 한국소년은 그렇게 ‘해외입양아’가 된다. 소년은 형제자매와 함께 평범하게-개구쟁이로, 사춘기 소년으로- 무럭무럭 자란다. 자라면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자신의 뿌리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원망하고, 그리워하게 된다. 자신을 내버린 ‘얼굴도 모르는’ 부모를 한없이 원망도 하게 된다. 어른이 되어 한국 땅을 찾아 한국의 공기를 맞으며 한국인의 뿌리를 생각하게 된다.

 

16만 해외입양아

 

적어도 전통적인 한국인의 출산/육아관념은 전근대적이라 할 수 있다. 꽤 많은 자식들을 줄줄이 자연 출산하여 되는대로 ‘와글와글’ 키워 행복한 가족의 울타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평범하고도 정상적인 것으로 인식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 키우는 것이 힘든 세상이 되었다. ‘피부색깔=꿀색’에서는 영화 도입부에 이런 변화의 순간을 한국전쟁이란 변수로 설명해주고 있다. 전쟁고아와 참전군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나고 버려진 혼혈아의 존재, 그리고 개발시대(?)와 함께 미혼모가 급증한다. 역시 내버려진 아이들. 오랫동안 이들의 국내입양은 여러 이유로 꺼려졌고 대신에 바다건너 해외로 입양되어나갔다. 미국으로, 유럽으로. 한 통계에 따르면 1950년대 이후 모두 16만 명의 한국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어나갔단다. 그들이 미국인, 벨기에 인으로 자라는 동안 한국은 잊고, 한국인이란 사실을 망각할 것이다. 아니면 한국을 증오하고 한국인을 미워할지도 모른다. 입양된 곳에서 제대로 못 자라거나 삐뚤어질 경우엔 말이다.

잃어버릴 때 다섯 살 정도였다고 추정되고, 서류엔 이름이 ‘전정식’ 이라고 남아있었기에 전정식은 벨기에에서 융(정)이라 불렀다. 우리와는 조금 다른, 하지만 교육과 훈육의 목적은 똑같이 ‘착하고 바르게 살아야한다’는 부모 밑에서 융은 사춘기의 불안감과 뿌리에 대한 회의감으로 삐뚤게 자라기도 했다. 물론, 마약과 범죄에 빠지지는 않았다. ‘융’의 그림그리기 소질은 만화가가 될 수 있었고, 사람들의 좋은 관계와 긍정적 인도는 그를 오늘날의 그를 만들 수 있었다.

 

‘국가대표’도 ‘피부색깔=꿀색’도, 그리고 TV나 영화에서 곧잘 보게 되는 ‘모국을 찾은 해외입양아’들의 케이스는 보통 좋은 경우이다. 토비 도슨이나 플뢰르 펠르랭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잘못 입양되어 끔찍한 대우를 받고, 잘못 자라 망가져버린 케이스도 많다. 모국이 가난해서, 못나서 강제로 세계화가 되어 버린 핏줄의 비극일 것이다. 융이 입양된 벨기에 가족. 그 양부모는 융을 입양한 뒤 얼마 안 되어 11개월 된 갓난아기를 한 명 더 입양했다. 한국이름은 이성숙, 벨기에에서의 이름은 발레리였던 계집아이. 융은 같은 핏줄을 아껴주고 사랑해주기보다는, 같은 ‘모국에서 버려진’아이에 대한 적대감이 컸던 모양이다. 한동안은 말이다. 그리고 그 발레리도 자라면서 똑같이 방황하거나 모국을 증오했는지 모른다. 슬프게도 발레리는 25살에 교통사고로 죽었단다.

 

애니메이터 전정식은 그동안 몇 차례 한국을 찾았다. 그리고 뒤늦게 찾은 한국에 대해 속 깊은 이해와 사무친 사랑을 충분히 표했다.

 

‘피부색깔=꿀색’은 해외에 입양되었지만 결국은 잘 자라, 자신의 입지를 다진 한 한국인의 이야기이다. ‘한국인의 성공담’이라면 너무나 뻔뻔스런 우리들의 변명일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인류보편적 뿌리에 대한 그리움과, 이방인들 사이에서 질풍노도의 갈등을 겪고 자신의 갈 길을 찾은 인간승리, 굳은 의지의 결정체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참, 전정식(융)과 로랑 브왈로가 함께 작업한 영화 ‘피부색깔=꿀색’은 다큐멘터리필름이 조금 섞인 하이브리드 애니메이션이다. 이미 80여개 영화제에 출품되어 20여 개의 상을 수상한만큼 작품성과 전하고자하는 주제는 뚜렷하다.  이 영화는 가정의 달 5월에, 입양의 날(11일)을 앞두고 8일 개봉될 예정이다.   (박재환, 2014.5.6)

 

 

 


참고로, 해외입양아에 대한 신문기사 내용이다.

 

1. 1953년부터 2007년에 이르기까지 해외입양을 통해 한국을 떠난 사람은 약 16만 명에 이른다. 한국은 해외입양인들의 누적 숫자로 치면 압도적인 1위 국가다.
2.  이들 해외입양아동은 생모의 99%가 비혼모(非婚母. 결혼한 상태가 아닌 어머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에서 비혼모 문제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심각한 것은 결코 아니다. 한국은 1년에 4000여 명의 비혼모가 아이를 낳아 OECD 가입국 중 가장 낮은 비혼모 발생률을 보이고 있다. 이들 비혼모가 낳은 아이들 중 75%가량이 국내나 국외로 입양된다. 반면 미국은 2005년 한 해에 약 150만 명의 아이들을 비혼모가 낳았다. 이중 1%의 아이들만이 입양됐다.
3. 1961년 '고아입양특례법'을 제정해 해외입양의 법률적 근거를 마련했다. 1970년대 중반엔 한 해 5000명이 넘는 아동을 해외로 내보냈다. 해외입양아 수는 전두환 정권 들어 더 늘어나 1986년 아시안게임을 치르기 직전인 1985년엔 8837명으로 그야말로 '호황'을 이뤘다.
4.  한국의 해외입양에 대해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북한이다. 1970년대 초 북한은 한국의 해외입양에 대해 "이윤을 목적으로 서양인들에게 한국 아동을 팔아넘기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었다.
5.  조사에 따르면 스웨덴 입양인의 자살률은 일반인의 3.7배, 약물 중독은 3.2배, 알코올 중독은 2.1배, 전과비율은 1.5배 높다고 한다. 그리고 1999년 이후 스웨덴에 입양된 한국인 중 사망자의 59.1%는 자살이란다.
6. 해외입양은 지금도 계속된다. 국내와 해외 입양비율은 지난 2007년 처음 역전(?)되어 지금은 6:4비율로 국내입양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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