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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화리뷰

[리뷰] 아메리칸 허슬. 즐거운 사기꾼들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14.02.26 16:44

 

사람의 ‘가장 나약한 점’을 노리고 법 집행기관이 펼치는 ‘함정수사’란 것이 꼭 불법인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곧잘 ‘함정수사’가 논란이 일기는 한다. 그런데 이건, 횡단보도에서 펼치는 함정수사 수준은 아니다. 주지사와 국회의원을 옭아 넣기 위해 가짜 ‘아랍족장’까지 등장시키는 스펙터클한 FBI작전이다. 내달 2일 열리는 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있는 데이빗 O.러셀 감독의 ‘아메리칸 허슬’( American Hustle, 2013)이라는 유쾌한 작품이다. 물론 수사의 목적은 ‘부정부패박멸, 사회정의실현!’ 하지만, 그 수단은 사기꾼을 동원한 함정수사이다. 그런데 FBI의 작전은 당초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고, 사기의 판은 점점 커져만 간다.

 

FBI, 사기꾼 동원하다

 

듀크 엘링턴의 ‘Jeep's Blues’와 폴 매카트니의 ‘Live and Let Die’ 같은 노래가 끊임없이 울려 퍼지던 그 시절, 사기꾼 커플 어빙(크리스찬 베일)과 시드니(에이미 아담스)는 소소한 대출알선사기로 큰 재미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만 FBI요원에게 발각되고 죄를 묻지 않는 조건으로 큰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FBI의 디마소 요원은 자기 지역구에 대형 카지노장을 열려는 카마인 시장(제레미 레너)를 함정수사로 엮어 넣겠다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중동부호가 카지노장 개설에 큰돈을 투자하겠다는 것이고, 카지노를 열기 위해서는 인허권자를 위해 곳곳에 기름(!)을 쳐야한다는 것. 그런데 디마소 요원의 열정과 ‘어빙-시드니’ 커플의 환상적인 사기술수에 사기/수사의 판은 점점 커진다. FBI의 수사망에는 지역 정치인뿐만 아니라 전국 규모의 국회의원들이 굴비 엮듯 엮이고, 무시무시한 마피아 보스(로버트 드 니로!)까지 끼어든다. 이 위태로운 함정수사를 더 꼬이게 만든 것은 어빙의 아내 ‘로잘린’(제니퍼 로렌스). 이혼도 안 해 주고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 사건만 부풀린다. 어빙과 시드니, 로잘린과 디마소 등 애매한 러브 라인이 흔들릴수록 상황은 악화된다. 과연 미합중국 유사 이래 최대규모의 FBI ‘함정수사’ 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정의구현을 위해서라면, 영화적 재미를 위해서라면

 

‘아메리칸 허슬’은 1978년 말에서 80년 초에 미국에서 실제 진행되었던 FBI의 함정수사를 영화로 옮긴 것이다. 부동산관련 사기사건을 뒤쫓던 FBI가 워싱턴에 위장회사를 차리고 본격적으로 함정수사에 나선다. 그들은 압둘( Abdul)이라는 가공의 인물을 아랍족장이라고 내세운다.  FBI에 걸려든 것은 뉴저지주 캠든 시의 부패한 정치인들이었다. 이들은 아틀랜틱 시에 도박사업 면허를 내주겠다며 (위장한 FBI요원에게) 뇌물을 요구했고, 이후 (있지도 않은) 압둘의 자금을 미국에 투자받기 위해 미국망명과 행정적 절차 편의 제공을 위해 뒷돈을 요구한다. FBI는 그들에게 돈 봉투를 전달했고 현장은 은밀하게 녹음녹화되었다. FBI의 작전에 연방 상하의원, 주의회의원, 그리고 여러 부패공무원들이 줄줄이 걸려들었다. 미국 언론은 압둘( Abdul)과 속임수( scam)의 합성어로 ‘Abscam 스캔들’이라며 이 사건을 다뤘다. 그리고 25년 만에 영화로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영화가 시작되면 자막이 먼저 오른다. “내용 중 일부는 진짜 있었던 일입니다.”라고. 그러니, 없었던 일이 더 많이 섞였다는 말일 것이다. FBI의 함정수사와 사기꾼이 참여했다는 것, 고위직 인사가 줄줄이 유죄선고 받은 것은 사실에 속한다. 대신, 영화적 재미를 위해 적당히 스토리가 더해졌음은 짐작할 수 있으리라.

 

놀라운 감독, 놀라운 배우

 

데이빗 O.러셀 감독은 촬영장에서 연기자들과 싸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상대가 조지 클루니(쓰리 킹스), 릴리 톰린(아이 하트 헉커비스) 같은 대배우라도 상관없다. 자신의 연출스타일에 맞지 않으면 쌍욕에 주먹다짐까지 아끼지 않는 열혈감독이다. 그런데 그의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이 줄줄이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오르니 할리우드의 탑스타들은 ‘예술혼’을 위해 기꺼이 출연한다. 이번 ‘아메리칸 허슬’에 출연한 배우들 - 크리스찬 베일(남우주연상), 에이미 아담스(여우주연상), 브래들리 쿠퍼(남우조연상), 제니퍼 로렌스(여우조연상)-이 모두 아카데미 연기자상 후보에 올랐다. 놀랍지 않은가.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후보에 오를만하다고 인정하게 될 것이다. 사기꾼 어빙 역의 크리스찬 베일은 ‘캐릭터’에 맞춘 고무줄 몸무게배우로 유명한데 이번 작품에서도 대머리, 배불뚝이아저씨 모습을 보이기 위해 온몸을 바친다. 제니퍼 로렌스의 정의내릴 수 없는 묘한 매력의 연기도 이 영화를 더욱 숨 막히게 한다. 후보에 오른 배우뿐만 아니라 부패시장 역의 제레미 레너와 FBI 중간간부 루이스C.K.의 연기도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러니 이 많은 배우들의, 그 많은 멋진 장면을 엮어낸 데이빗 O.러셀 감독의 연출력은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이 리뷰엔 함정이 있다

 

나쁜 놈은 잡아야겠고, 가만 뒀다가는 더 나쁜 짓을 저지를 것 같은 ‘정치인’과 ‘공무원’을 잡아넣기 위해선 이 정도 ‘함정수사’는 용인할 듯하다. ‘은밀하게, 정으로 통하는’ 이런 계통의 범죄현장을 잡기위해서는 통상적인 방법보단 이 계통을 더 잘 아는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약수사에서 함정수사가 곧잘 쓰인다고 한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영국의 유명한 작가 버나드 쇼가 어느 날 영국의 사회지도층 인사들에게 무작위로 전보를 보냈단다. 내용은 “다 들통 났음, 빨리 도망쳐라”라는 간단한 내용. 뒤가 구린 정치인들이 난리를 쳤단다. 아마도, 할리우드나 충무로에서 이 이야기도 곧 영화로 다룰 것 같다. 물론 "Some of this actually happened".라는 말은 필요할 듯. (박재환, 201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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