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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인연, '탕웨이' 시애틀에서 인연을 만나다 본문

중국영화리뷰

시절인연, '탕웨이' 시애틀에서 인연을 만나다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14.01.05 23:06

 


[시절인연] 요즘 중국영화계 현황

 

다시 말하지만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중적이다. 경제적인 면에서 보자면 중국과의 무역수지 흑자가 대한민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것은 이미 고착화되어버렸고, 군사/외교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북한변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카운터파트너가 되어있다. 그런데 대중문화 측면에서 보자면 ‘한류열풍’이라는 일방향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 그 아무리 망가 오타쿠와 미드팬들이 넘쳐나더라도 중국문화 콘텐츠는 여전히 비주류이다. 적어도 20여 년 전의 홍콩 느와르 열풍에 비하면 말이다. 지상파에서 중국드라마 만나보기는 어렵고, 멀티플렉스에서 최신 중국영화 보기란 하늘의 별따기이다. 이런 현상을 중국영화 자체의 경쟁력만으로 논하기는 어렵다. 시의적절하게 새해 벽두에 최신 중국영화 한 편이 개봉된다. ‘시절인연’이란 제목을 달고 있는 영화인데 중국영화계의 핫한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특별한 영화이다.

 

중국 ‘춘장녀’, 시애틀에서 사생아를 낳다

 

 

 

 

영화가 시작되면 탕웨이가 시애틀공항에 입국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중국 여자 특유의 도도함과 자신감, 우월감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풍긴다. 그녀는 중국의 한 기업체 회장(유부남)의 애인(정부)이다. 임신한 상태이고 중국에서 아이를 낳기 곤란하여 미국까지 날아와서 아이를 낳을 요량이다. 그녀가 머물 곳은 시애틀의 조산원. 미국 내 브로커의 소개로 가정식 조산원에 들어간다. 중국계 미국 산부들, 대만에서 온 임산부들과 함께 생활하게 된 도도한 중국 임산부 탕웨이의 ‘아메리칸 문화 체험’이 시작된다. 탕웨이는 돈 많은 중국애인의 카드로 그야말로 돈을 물 쓰듯 쓴다. 이런 ‘차이니스 스타일’이 줄곧 미국에서 살아온 다른 중국인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다 중국의 남자 애인에게서 문제가 터진다. 기업비리로 한순간에 몰락하면서 탕웨이의 돈줄이 딱 끊기는 것이다. 이제부터 ‘잘난 척만 하던’ 탕웨이는 조산원에서 알바를 하며 혼자 어렵게 애 낳을 준비를 하게 된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미국으로 건너와 어렵게 살고 있는 ‘프랭크’란 남자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된다. 탕웨이는 미국에서 아이를 낳고 중국으로 건너가서 워킹맘, 싱글맘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뒤 미국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의 전망대에서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톰행크스-맥 라이언 커플처럼 프랭크와 운명적인 재회를 하게 된다.

 

중국영화, 미국에서 찍기

 

‘시절인연’이란 제목이 붙었기에 우선은 정우성이 중국 미녀배우 고원원과 중국 쓰촨성에서 찍은 ‘호우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시절인연’의 중국어 원제목은 ‘北京遇上西雅圖’이다. 서아도(西雅圖)는 시애틀을 말한다. ‘베이징이 시애틀을 만나다’라는 뜻이다. 중국의 괄괄한 여자가 저 멀리 미국 시애틀까지 날아간 이유가 있을 것이고, 시애틀까지 갔으니 특별한 인연은 만들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여자는 여자대로 사연이 있고, 남자는 남자대로 과거가 있다. 게다가 각자의 아이가 있고, 현재 사귀는 사람들에 대해 확실한 믿음이 없어 흔들린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엠파이어빌딩 꼭대기 전망대에서 우연히 ‘자신에게 딱 맞는 그 사람’을 만나게 된다는 것은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스토리임에  분명하다. 톰 행크스의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1957년에 만들어진 영화  ‘러브 어페어(An Affair To Remember)라는 캐리 그란트, 데보라 카가 출연한 영화의 주요 설정이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전망대가 무슨 마술적인 힘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의 임산부에게까지 인연을 맺어준다는 설정 차용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중국영화산업의 현재

 

이 영화는 작년(2013년) 3월에 중국에서 개봉되었다. 흥행수익은 5억 1천만 위안. 작년 중국에서 개봉된 영화 중 8위에 해당한다. 5억 위안이면 우리 돈으로 870억 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박스오피스를 흥행수익금이 아니라 관객동원수로 이야기한다. 그래서 비교하기가 애매하다. 작년 중국 흥행성적 1위의 영화는 주성치의 ‘서유항마편’으로 12억 4600만 위안이다. 우리 돈으로 2172억 원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작년 128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톱을 차지한 영화 ‘7번방의 비밀’의 매출액이 914억 원이었단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중국에서는 대박흥행성공의 커트라인이 1억 위안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5억, 10억 위안의 초특급 흥행영화들이 줄줄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흥행추세는 갈수록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영화스토리를 친(親)중국적으로 바꾸는 일이 속출하고, 한국영화계가 중국에서 영화 만들려고 기를 쓰고 있는 것이다.

 

중국영화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은 ‘영화만큼 대중적인 오락거리’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넘치는 영화관객을 소화해 내기 위해 중국 도시 곳곳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멀티플렉스극장이 들어서고 있고, 그 극장을 채우기 위한 영화들도 쏟아지고 있다. 중국에서, 할리우드에서, 한국에서 말이다.

 

그런 배경에서 ‘시절인연’은 중국영화관객의 입맛에 맞춘 2013년, 그리고 2014년의 중국영화 현재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해외원정출산 논란이 먼저 일겠지만, 정작 중국에서는 중국의 출산제한정책이나 미국국적 취득문제에 대한 논란은 없다. 단지, 중국인이 글로벌한 로맨스를 펼치고, 자기정체성을 깨치는 하나는 수단과 지리적 배경으로 미국이 사용되었고, 엠파이어빌딩이라는 클래식 할리우드 영화가 차용된 것이다.

 

비록 자기 돈은 아니지만, 한 여인네가 자신의 능력(!)으로 백화점에서 명품쇼핑을 펑펑하다가 하루아침에 알거지 신세가 되고, 그제야 자신의 정체성을 느끼게 되고, 개과천선(?)하고, 사람을 보는 눈이 확 뜨인다는 것은 뻔한 스토리임에 분명하다.

 

이안 감독의 ‘색계’와 현빈과 공연한 ‘만추’를 통해 한국관객에게 아주 친근한 탕웨이는 이 영화에서 도도하고, 자신감 철철 넘치는 정통적 중국 여자 역할을 당당하게 해낸다.

 

이런 영화를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제작자 쟝쯔창(江志强)은 ‘와호장룡’, ‘색계’, 수많은 장예모 작품을 만든 인물이다. 그리고 한국영화계와의 인연은 정우성의 ‘데이지’와 전지현의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의 제작에도 참여했던 인물이다. 감독 설효로(薛曉路,슈에샤오루)는 북경전영학원(베이징필름아카데미) 문학계 출신의 여성으로 CCTV교육채널 연출, 드라마 각본 등을 담당하다 영화감독이 되었다.

 

 아마도,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생각하고 이 영화를 본다면 시애틀의 수산물시장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낭만을 기대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탕웨이의 여전한 호방함과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국영화의 최신작을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리라. 물론, 이상하게 중국영화는 한국에서 흥행이 잘 안 되지만 말이다. 1월 1일 개봉된 영화인데 현재 서울에선 단 한군데 극장에서만 상영 중이라니..... (박재환, 20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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