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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베르테르 (엄기준,이지혜) 2013.12.28.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공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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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베르테르 (엄기준,이지혜) 2013.12.28.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공연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14.01.02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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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테르 리뷰베르테르 프레스콜(2013.12.6)

 

 

 

베르테르는 왜 자살했을까

 

독일 작가 괴테가 25살 때 쓴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예전엔 ‘젊은 베르테르의 번민(煩悶)’이라는 다소 고답적인 제목을 달기도 했었다. 이 작품은‘질풍노도의 청년기’에 밀어닥친 ‘사랑의 좌절’의 깊이와 비극성을 잘 표현한 작품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원작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1770년. 우리나라 조선 영조시대이니 꽤 된 셈이다. 독일의 한 감수성 풍부한 청년 베르테르가 어쩌다가 ‘롯데’라는 임자 있는 여자에게 홀딱 반해 번민의 시간을  보내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된다는 내용이다. ‘베르테르의 슬픔’은 딱, 그 입장에 서 있어야 제대로 그 정서와 그 결말에 공감할 수 있다. 너무나 공감해서 200여 년 동안 수많은 청춘남녀가 따라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괴테의 베르테르’가 뮤지컬로 공연된다. 라이선싱과 대작 뮤지컬 틈바구니에서 ‘베르테르의 번민’에 어울릴 우아함과 긴장감을 갖춘 무대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뮤지컬 ‘베르테르’는 지난 2000년 무대에 처음 오른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의 대표작이다. 그동안 서영주, 조승우, 김다현, 송창의, 박건형 등 많은 배우들이 베르테르를 연기했었다. 이번 공연에서는‘엄테르’엄기준이 7년 만에 다시 베르테르로 돌아왔고, 그와 함께‘황태자’ 임태경이 더블 캐스팅되어 각자의 매력으로 뮤지컬 팬들을 유혹한다.

 

뮤지컬 베르테르는 괴테의 원작소설에서 캐릭터와 줄거리와 결론을 그대로 따왔다. 물론 서한체 중편소설 ‘베르테르의 슬픔’을 뮤지컬로 만드는 작업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소설의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연애초보 청년의 치기어린 치정극이 메인 스토리이고, 사랑을 쟁취하지 못하자 비장하게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 이 드라마의 최고 하이라이트이니 말이다. 그 사이에 베르테르는 세상의 모든 고통과 슬픔을 안고 우거지상을 하고 방황해야한다. 뮤지컬은 그런 소설 속 내용을 기승전결의 드라마로, 캐릭터간의 갈등구조를 부각시켜야한다. 게다가 전편을 노래로 조화롭게 엮어야 한다.

 

베르테르가 처음 롯데를 만나는 것은 공원이다. 베르테르는 – 생뚱맞게도 - 공원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 더 생뚱맞게도 – 인형극을 펼치는 롯데를 만나게 된다. 롯데는 공원에 나온 사람들을 상대로 ‘자석산의 비밀’이라는 인형극을 펼친다. 불행히도 그 ‘자석산의 비밀’이란 것이 베르테르의 마지막과 어떤 의미로 연결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단지 베르테르가 공원에서 롯데를 처음 만나는 설정으로 이용된다.

 

원작소설에서는 베르테르가 롯데에게 빠져들기 시작할 때의 불안한 마음을 전하면서 할머니에게 들었다는 이야기가 짧게 언급된다. “자석산이 있고, 배가 그 산에 너무 가까이 접근하게되면 갑자기 쇠붙이란 쇠붙이는 모두 빨려가 버리고 배는 침몰하고, 그 배에 탄 사람은 모두 비참하게 죽는다는 것이다.” 아마도 못 오를 나무에 오르려 하다가는 비극을 맞이하게 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혹은, 적당한 거리감을 두어야 신비감과 긴장감을 유지시킬 수 있다는 밀당의 전범을 이야기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극의 제일 초반에 롯데가 직접 이야기한다는 것은 조금 생뚱맞다.

 

어쨌든 베르테르는 롯데를 처음 보는 순간부터 구김살 없이 행동하는 그녀에게 마냥 빠져든다. 그런데 롯데에게은 이미 멋진 남자, 약혼자 알베르트가 있는 것을 알고는 본격적으로 고뇌하기 시작한다. 롯데의 집, 장식장에 모셔져 있는 권총은 극의 비극성을 담보한다. 뮤지컬 극본가(고선웅)는 아마도 ‘별 줄거리가 없는(?) 원작’을 뮤지컬로 만들려다보니 갈등구조를 하나 더 집어넣는다. 그것은 원작에선 이름조차 없는 카인즈와 여주인의 애틋한 로맨스를 ‘치정살인극’으로 꾸민다. 카인즈의 살인사건과 그를 둘러싼 마을사람들의 구명운동, 변호에 나서는 베르테르와 이에 대비되는 알베르트의 과단성 있는 처형결정 등은 작품의 후반부를 나름대로 폭풍같이 비극으로 몰아넣는다.

 

이 장면에서는 요즘 뮤지컬의 하나의 패턴을 볼 수 있다. 마을사람들이 모여서 웅성대며 무슨 이야기든 펼치게 되는 ‘소통의 장소’로서의 술집의 존재와, ‘레미제라블’마냥 순식간에 군중화되는 앙상블들. 뮤지컬 베르테르는 그렇게 소설과는 다른 형태로 종말로 치닫는다.

 

소설에서는 베르테르가 서재에서 권총을 관자놀이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것으로 묘사된다. 뮤지컬에서는 이 순간의 극적 효과를 더하기 위해 많은 고심을 했다. 그래서 극의 배경이 되는 마을-발하임-을 ‘화훼도시’로 설정했고, 해바라기가 만개한 곳에서 베르테르의 최후를 상징화시킨다. 관객들은 내용/결말을 다 알면서도 마지막 순간의 극적 효과에 긴장하고, 열광한다.

 

엄기준의 베르테르는 사랑에 빠진, 대책 없는 청년의 갈등과 고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아마도 베르테르는 자기보다 크고, 멋있고, 남성적인 ‘알베르트’에 여러모로 주눅 들고 좌절했을 것이다. 롯데가 웃음을 보였지만 자신을 더 사랑하는 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잘 알기에. 젊은이의 고뇌, 번민은 가장 극적인 해결책으로 끝나는 것이다. 남은 사람, 롯데와 알베르트의 삶은 또 얼마나 황당하고 힘들까. 그런 생각도 한번쯤 해 보시길.

 

뮤지컬 베르테르는 원작소설이 가진 비장미를 고스란히 재현한 간결성이 돋보인다. 확실히 지난 13년간 무대에 지속적으로 오르며 잘 다듬어진 창작뮤지컬로서의 생명력을 가진 정제된 작품임에 분명하다. 1월 12일까지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은 계속된다.(박재환,2013.1.2.)

 

*2013년 12월 28일 엄기준(베르테르), 이지혜(롯데), 양준모(알베르트) 출연공연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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