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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화리뷰

[카운슬러 리뷰] 선의를 위한 나라는 없다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13.11.25 10:06

 

 

 

카운슬러 (The Counselor, 리들리 스콧 감독,2013)

 

코맥 맥카시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리들리 스콧이 감독을 맡았다니. 캐스팅도 화려하다. 마이클 패스벤더, 페넬로페 크루즈, 카메론 디아즈, 브래드 피트, 게다가게다가 말이다. 하비에르 바르뎀이 나온다니. 이것은 정말 대박 캐스팅의 기대작임에 분명할 것이다. 테렌스 맬릭의 비밀스런 신작을 만나보는 것과 같은 기대를 갖게 한다. 제목이 ‘카운슬러’. 시사회를 갖기 전까지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었다. 지난 주 기자시사회를 갖더니 곧바로 개봉되었다. 이럴 수가!

 

더 나빠질 가능성은 없다

 

영화가 시작되면 젊고 유능한 변호사 카운슬러(마이클 패스벤더)가 사랑하는 연인 로라(페넬로페 크루즈)와 뜨거운 키스를 나눈다. 카운슬러는 호화로운 삶에 빠진 타락한 사업가 라이너(하비에르 바르뎀)를 만나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멕시코에서 분뇨수거차량으로 위장된 화물차 안에 실린 2천만 달러의 마약을 미국으로 실어 나르자는 것이다. 라이너의 애인 ‘말키나’는 그런 작전의 위험성에 대해 짐작할 수 없는 참견을 할 뿐이다. 애인을 위해 암스테르담에서 3.8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를 산 카운슬러는 정체가 모호한 마약중개인 웨스트레이(브레드 피트)를 만나 마약운반의 위험성에 대한 충고를 듣는다. “만약 만에 하나 잘못 되기라도 하면 스너퍼 필름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경고까지 듣는다. 그런데 코맥 맥카시의 소설이 그러하듯이, 상황은 최악을 넘어 극악으로 치닫는다. 마약밀매차량이 누군가에 의해 중간에서 강탈되고, 이 일에 관여한 사람은 백방으로 해결책을 찾아 뛰지만 하나씩 제거된다. 끔찍하게.

 

공포의 보수

 

‘늘씬한 비키니 여자’와 ‘값비싼 보석’으로 치장한 사람들이 술잔을 기울이는 호화저택에서 열리는 비즈니스맨들의 은밀한 수영장 파티는 곧 파멸과 연결될 것이라는 불안한 예상이 맞아떨어진다. 그들이 위험한 마약거래에 관여하면서 말이다. 일확천금의 대박기회를 결코 놓칠 수 없지만 그런 과욕/탐욕은 애인과, 친구와, 마지막으로 자신의 생명까지 위태롭게 만든다. 하지만 코맥 맥카시는 어떤 음모가, 누구의 배신인지를 설명하는데 긴장감을 허비하지는 않는다. 욕망에 갇힌 캐릭터 누구나 상황을 역전시켜보려 발버둥 쳐보지만 모래늪에 빠진 자들처럼 절망적이다.

 

코맥 맥카시의 묵시록

 

코맥 맥카시의 소설은 어렵다. 난해하다. 무엇을 말하는지 알겠지만 그것이 정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독자의 살아온 세상과 인생관에 달려있다. 그의 소설 ‘피빛 자오선’, ‘로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그러했듯이. 저 멕시코 황량한 사막에서 불어오는 불온한 바람만 맡고 살아온 듯한 맥카시는 사람들의 선의나 갱생의 가능성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살아있을 때 겸허하고 긍휼한 삶을 제안한다. 이 영화에서도 코맥 맥카시의 주특기인 ‘현인의 잠언’을 캐릭터의 입을 통해 부지불식간에 쏟아낸다. 말키나가 “진실에는 온도가 없어.”라고 말하는 순간 그게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차라리 웨스트레이가 불쌍한 입장에 놓인 카운슬러에게 “당신이 총알받이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친구라고 생각한다면 당신한테 친구는 없어.”라고 말할 때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그런 맥카시 풍의 대사는 구구절절 화려하고, 맞고, 옳고, 훌륭하지만 현장의 당사자들에게는 바람에 실려 오는 찬송가일 뿐이다.

 

 

 

 

만약, ‘주위의 우려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코맥 맥카시의 카운슬러’를 보게 된다면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시절의 ‘카메론 디아즈’나 ‘델마와 루이스’의 귀여운 악당 브레드 피트를 한번 쯤 생각해 보게 될지 모른다. 적어도 파멸에 이르기 전 누구나 아름다운 시절은 있었을 것이라는 맥카시 적 회상. ‘평범한 욕망’과 ‘과도한 욕망’의 차이는 ‘다이아몬드 반지’의 값어치 그 아래 어느 지점에 위치할 뿐이다. (박재환 201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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