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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리뷰

[효자동 이발사] 특강, 대한민국 현대사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13.09.25 16:54

효자동 이발사

 (임찬상 감독 출연: 송강호,문소리,이재응,손병호,박용수 개봉: 2004/5/5)

 

 

 

 

* 2004년 작성 리뷰입니다 *    그제 서울극장에서 [효자동 이발사] 시사회가 있었다. 영화상영이 끝난 후 감독, 배우들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카메라맨과 기자들로 벅적대는 극장로비 뒤편에는 심재명 대표가 서 있었다. ", 명필름 작품이었지." 사실 임찬상 감독이라는 신인 감독이 이 작품을 만든다고 했을 때 [공동경비구역 JSA]를 기대하기보다는 [YMCA야구단]의 우려가 먼저 일었다. 그런데 명필름은 이번에 [효자동 이발사]를 직접 제작을 한 것이 아니란다. 배급을 줄곧 하던 청어람이 제작을 하고 명필름은 마케팅을 담당했다고 한다. 재미없는 충무로 영화산업이야기는 이 정도 하고. 나는 이 영화를 감동적으로 보았다. 실제 꽤 공들인 몇 장면에서는 절로 눈물이 났다. 보고나선 이 영화가 [박하사탕2]라고 생각되었다.

 

영화는 소문대로 이승만 시절 3·15 부정선거에서부터 4·19의거, 5·16혁명(쿠데타)을 거쳐 박정희 시절을 관통한다. 김신조 사건도 나오고 10·26사태도 나온다. 마지막엔 청와대의 새 주인으로 대머리 아저씨도 등장한다. 이런 역사적 파노라마는 장예모 감독의 [인생]이나 할리우드의 [포레스트 검프]를 보며 우리나라에도 저런 드라마가 있었음 했는데 마침내 등장한 것이다. 실제 이런 현대사를 활용한 영화가 있기 했다. [서울무지개]는 함량미달이었고 대신 장진 감독의 [기막힌 사내들]이 그러했다. 실제 본 영화는 안 그랬는데 그 영화 홍보전단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한 도둑의 전력인데 5·16때 다리를 건너고 10·26때 뭘 했고.. 하는 식으로 현대사의 중요고비마다 공교롭게 도둑질을 했다는 식이었다. 난 언젠가 이 사람이 제대로 된 멋진 한국현대사물(물론 따뜻한 코미디)을 만들 것이라 기대했는데 임찬상 감독이 선수를 친 셈이다.

 

초반부에 '사사오입'이야기와 청와대에 이발사로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은 솔직히 연출과잉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코믹적 요소가 오히려 떨어진다. , 신인감독이 의욕과잉으로 재밌는 이야기를 재미없게 풀어 나가구나 안타깝게 생각했는데 그런데... 정말 말도 안 되는 김신조 일당 에피소드가 시작되면서 영화는 급속하게 긴장감을 높인다. 김신조 일당이 퍼뜨렸다는 '마루구스' 설사병에 대한 이야기는 이 영화를 [지구를 지켜라] 이상의 컬트로 만들 것이 분명하다. 그것은 [신체강탈자의 침입] 이후 이데올로기의 침투에 대한 공포와 AIDS확산전염의 공포가 동급으로 취급되는 동시대적 위기감을 보여준다. 물론 독재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술수이지만... 특히 어린 아들 '낙안이'가 남산지하실로 잡혀가서 전기고문 당하는 장면은 이 영화를 판타스틱 걸작으로 만들기에 족하다. [델리카트슨]을 능가한다. 혀 짧은 고문관의 우스운 행동은 유신독재시절의 비정상적 국가권력기관의 하수인과 그 시절을 살았던 처참한 민중의 일그러진 모습을 정말 '영화예술적'으로 승화시킨 명장면 중의 명장면이다.

 

 

 

물론, '낙안이'가 하반신 불구가 되어 돌아왔을 때 아버지 송강호가 끝없이 아이를 일으켜 세우는 장면. 일으키면 곧 쓰러지고 또 부축하여 일으키면 곧바로 땅에 쓰러지고, 아버지는 그래도 또 다시 아들을 일으킨다. 아이는 또 쓰러진다. 이 반복된 행동에서 가족사의 아픔을 현대사의 비극으로 단순화시키면서도 엄청난 심적 충격을 준다. 이 영화에는 독재에 대항하는 민중의 화염병도 없고, 유신의 심장에 총알을 쏟아 붓는 야수의 애국심도 없다. (물론 그런 에피소드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영화적 장치에 불과하다) 단지 소시민으로서 아이의 아버지로서, 꼬박꼬박 세금내고, 시키는 대로 다하는 나약한 대한민국 국민이 있을 뿐이다.

 

대통령이 죽고 국화꽃에 가득 덮인 장례차가 이발소 앞을 지나갈 때 화장실(변소)에서 용을 쓰고 있는 송강호의 모습에서 웃음과 함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는 [지구를 지켜라][박하사탕][빌리 엘리어트][델리카트슨]의 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 마지막에 낙안이가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돈다. 그 장면은 분명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의 오마쥬이며 이 위대한 영화의 위대한 대미일 것이다.

 

이젠 대한민국의 대표 연기파배우가 된 송강호 특유의 인간미 넘치는 코믹 연기와 베니스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문소리의 또 다른 연기력-이는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의 이미숙 이후 최고의 억센 아줌마 연기이다- 그리고 연극무대에서 갈고 닦은 연기자들의 담백한 독재자, 소시민의 연기가 이 영화의 완성성도를 한껏 높인다. 임찬상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올해 초강추 한국영화이다. (박재환 200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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