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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케유케 두번째 처녀]가자, 가자.. 전공투시대의 청춘연가 본문

일본영화리뷰

[유케유케 두번째 처녀]가자, 가자.. 전공투시대의 청춘연가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2.19 13:04


[Reviewed by 박재환 2004/6/17]
 
와카마츠 코지(若松孝二)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 사람은 지난 2000년 여름에 열렸던 제1회 서울 넷페스티벌(세네프)에서 처음 소개되었던 일본 감독이다. 당시 세네프에서 일본 로망 포르노를 전반적으로 소개해주는 섹션이 마련되었었는데 그 때 그의 69년도 작품 [광란의 질주](狂走情死考)가 상영되었다. 1936년 태생인 와카마츠 감독은 고등학교 때 가출 무작정 상경하여 이 일 저 일 하다가 '야쿠자' 생활까지 한 놀라운 전력을 가진 인물이다. 그가 텔레비전 조감독을 거쳐 1963년 [달콤한 덫](甘い?)이라는 핑크영화를 만든 후 지금까지 무려 100여 편의 영화를 찍어낸 다작 감독이다. 지금은 일본 영화감독협회 이사로 있다고 한다. 그가 세네프 당시 한국을 찾았는데 자신의 30년 전 작품이 한국에서 상영된다고 하여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었다. 그가 당시 찍었던 이른바 '로망 포르노'는 오늘날 정치적인 함의로 해석된다. 당시 '적군파', '전공투'..... 이런 세대의 갈 곳 없는 일본 청년들의 방황이 섹스와 에로스, 그리고 폭력과 아나키즘 등으로 변색되어 '로망 포르노'라는 뜻밖의 장르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런 불온한 시대에 특이한 경력을 가졌던 와카마츠 코지가 69년에 내놓은 65분 짜리 흑백영화 [유케유케]는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이다. 와카마츠 코지 감독의 대표작 중의 하나이며 전공투 시대의 음영을 엿볼 수 있는 걸작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한 소녀(17세)의 윤간장면이 보여진다. 한 허름한 아파트 옥상에 네 명의 놈팡이들에게 붙잡혀 올라간 소녀는 반항하지만 결국 네 명의 소년들에게 강간당한다. 이 광경을 안경 쓴 왜소한 소년이 옆에서 줄곧 지켜본다. 아침이 되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소녀는 바닥의 핏자국을 보며 하염없이 중얼거린다. 안경 쓴 소년은 여전히 그 소녀를 지켜만 본다. 소녀는 자신을 죽여달라고 애원한다. 하지만 이 소년은 이 소녀를 동정은 하지만 죽일 이유가 없다. 자신을 윤간했던 네 명이 다시 나타나자 소녀는 자신을 죽여달라고 떼를 쓴다. 하지만 또다시 강간을 당할 뿐이다. 소년은 그제야 소녀를 이끌고 그 아파트의 어느 방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는 놀랍게도 네 명의 성인(남2여2)이 벌거벗은 채 피바다가 되어 죽어있었다. 소년은 자신을 짐승같이 다루던 이들을 식칼로 모두 살해한 것이다. 소녀는 이들처럼 자신도 죽여달라고 애원하지만 소년은 그 소원을 결코 들어주지 않는다. 소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강간당한 뒤 낳은 게 자신이며, 이전에도 윤간 당한 적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살하고 싶다고만 계속 이야기한다. 다시 한밤. 옥상에는 그 윤간하던 놈팡이들이 계집애를 끌고 올라온다. 끝까지 이들을 외면하던 안경쓴 소년은 갑자기 칼을 뽑아들고는 이들은 차례로 죽이기 시작한다. 옥상 출입구는 잠겨있고 한밤에 그 7명은 모두 소년의 칼에 찔러 죽는다. 이제 피를 뒤집어쓴 소년과 이 광기를 지켜보던 소녀는 어떤 동질감을 느낀다. 소외된 소년과 윤간 당한 소녀에게는 아름다운 세상이란 없고 평온한 현재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은 엄마에게 가자면서 옥상에서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으로 뛰어 내린다.




  1969년의 일본은 정치의 계절이었고 폭발하는 시민의 사회였다. 그 해 일본에는 처음 캔 커피가 시판되면서 일본인에게 커피 붐이 일기 시작한 해라고도 한다. 그 시절 이른바 산업화의 부산물로 각종 사회문제가 일어나기 시작하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을 아파트의 옥상에서, 그리고 닭장 같은 그 아파트의 옆집에서 이렇게 광기 가득한 일- 윤간과 살인-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까. 윤간의 희생자와 사회적 약자는 어떻게 그런 극단적인 방법으로 복수를 하고 영혼의 안식을 추구하게 되는 것일까. 와카마츠 감독은 이미 그 시절에 이런 섹스와 폭력이 점철된 전위적인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영화는 줄곧 흑백으로 이어지다가 살인 장면에서만 유독 컬러가 쓰인다. 너무나 붉어서 오히려 이상한 핏자국들은 죽음과 에로스에 대한 환상을 불러일으킬 정도이다.

  와카마츠 코지 감독이 무척 궁금해진다. 그리고 막연하게 알고 있는 당시의 적군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2000년 일본에서는 시게노부 후사코(重信房子)라는 여자가 전격 체포되었다. 오랫동안 일본 적군파의 리더로 활동하던 그녀는 30년 동안 국제적으로 지명수배를 받아오던 인물이었다. 일본 공산당에서 분파된 적군파(JRA)는 세계 곳곳에서 항공기 납치, 대사관 폭파 등등 각종 테러를 자행했었다. 요도호를 납치하여 평양으로 날아가기도 했고 팔레스타인 테러단체와 연계하기도 했었다. 시게노부 후사코는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사이에 딸을 낳기도 했다. 시게노부 후사코는 전 세계를 떠도는 도피 생활 끝에 고국 일본에서 체포되었지만 줄곧 딸아이의 일본 국적 취득을 위해 노력했었다. 중동 땅에서 자란 딸아이는 팔레스타인 게릴라들이 비틀즈 노래를 좋아한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정말 낭만테러리스트!!!) 와카마츠 코지 감독은 1960년대 말 신주쿠의 한 술집에서 시게노부 후사코를 우연히 만났다고 한다. 71년 깐느에 참석하였던 와카마츠 감독은 팔레스타인으로 건너가서 일본 적군파와 합류하여 팔레스타인 해방인민전선을 필름에 담았다. 바로 [적군-PFLP세계혁명전쟁선언](赤軍-PFLP 世界革命戰爭宣言)이란 작품이다. 이 영화는 1970년대에 일본 공안의 철저한 감시하에 일본 대학가에 서 인기 리에 상영되었었다. 어쨌든 시게노부 후사코가 체포되면서 일본의 한 시대가 종말을 고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낭만적으로 전했었다.

  대단한 시대의 대단한 감독 아닌가. 시게노부 후사코의 일대기를 영화로 만들면 참 멋있을것 같다. 누가? 아마도 박찬욱 감독이라면....

  참.. 이 영화는 오래된 아파트 건물에서만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여자가 바닷가에서 윤간 당하는 짧은 회상 씬만 제외하면 전부 아파트옥상과 시체가 널브러진 방에서 왔다갔다할 뿐이다. 일본 자료를 찾아보니 그 곳은 메이지도리(明治通り)와 오모테산도(表參道)의 교차점이란다. 하라주쿠 근처란다. 다음에 일본에 갈 기회있으면 꼭 그 동네 찾아가 볼테다 얼마나 바뀌었는지.. ^^

ゆけゆけ二度目の處女
Go, Go, Second Time Virgin
감독: 와카마츠 코지 (若松孝二)
출연: 아키야마 미치오(소년), 코자쿠라 미미(소녀)

일본신좌익 신문 http://www.jimmin.com/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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