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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영화리뷰

[여친남친] 여자친구 남자친구 대만청춘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12.10.09 15:42

 

 

 

대만의 역사나 사회분위기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대만영화를 보면 오해하기 쉽거나 단편적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한동안 대만영화의 대표작품은 후효현 감독의 <비정성시>이었다. 그런데 <비정성시>는 대만의 불행하고도 비극적인 현대사를 다뤘음에도 대부분의 한국 영화팬들은 이 영화를 ‘매혹적인 양조위의 눈빛연기’ 정도로 받아들인다. 어쩔 수 없다. 낯선 나라의 낯선 이야기는 본래의 색깔은 퇴색하는 선글라스 쓴 감상일 소지가 깊으니.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꾸준히 대만영화가 소개되고 있는데 대부분 대만의 역사를 가슴에 품은 멜로드라마이다. 이번 17회(2012) 부산영화제에서도 그런 대만영화 작품이 하나 소개된다. <여친 남친>이라는 제목의 2012년도 신작이다. 중국어 원제는 <女朋友。男朋友>이다. 조금 뉘앙스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냥 친구니? 아니면 걸 프렌드?”같은 어감의 차이. 그냥 친구를 넘어서는 관계를 의미한다.  과연 대만 현대사 30년을 관통하는 남자와 여자, 남자와 남자들의 이야기는 무엇을 담고 있을까.

 

까오슝에서 타이베이로, 청춘에서 인생으로

 

영화는 짧은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다가 서둘러 1985년의 대만 까오슝으로 이동한다. (까오슝은 대만 남부의 해안도시로 우리나라의 부산에 비견된다) 한 고등학교의 남학생과 여학생들의 학교생활 모습을 보여준다. 당시 대만은 아직까지 계엄령 아래의 억압된 삶을 살고 있다. 1949년 중국 대륙을 모택동의 공산당에게 빼앗긴 장개석의 국민당 군대는 대만이라는 조그만 섬으로 쫓겨 와서는 절치부심 대륙수복의 기회를 노린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황당하게도!) 장개석 총통은 대만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언젠가는 진정한 중국의 주인이 될 것을 기원한다. 당시대만은 (박정희 시절의) 우리나라와 유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경제부흥이 1순위이고, 공산당에 대한 총력투쟁인 0순위였다. 고등학생들은 군사훈련인 ‘교련’을 배워야하고, 국가와 손문에게 충성을 바쳐야하는, 그리고 국기 하강식을 꼬박꼬박 지켜야하는! (남녀공학의) 피 끓는 학생들은 연애도 하고, 자유도 기원한다. 자유를 갈망하는 그들의 시는  교련선생(학생주임)에 의해 교지 게재가 금지된다. 이런 시절, 이런 분위기의 학교에서 남학생, 여학생이 연애를 한다. 몰래. 단체생활에서뿐만 아니라 생활력도 강한 계륜미는 수영부의 쿨한 장효전과 특별한 사이로 보인다. 친구들이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 둘 사이엔 언제나 조금은 모자라 보이는 봉소악이 있다. 어느 날 장효전이 봉소악에게 말한다. “사실 우리 둘이 사귀는 건 아냐.” 그제서야 봉소악은 계륜미에게 대쉬하고, 장효전은 그런 그의 모습에 안타까운 시선을 거둘 수가 없다. 그들은 까오슝을 떠난다.  타이베이에서 대학을 다니는 장효전과 봉소악. 일찌감치 생활전선에 뛰어든 계륜미. 대만사회는 들끓고 있다. 자유와 민주를 요구하는 학생시위가 연일 계속된다. 타이베이 수도 한복판에 있는 커다란 공원(여의도공원처럼) ‘중정기념당’에서 대규모 학생시위가 있던 날, 계륜미와 봉소악, 그리고 장효전은 사랑과 우정의 현실을 뼈저리게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세월이 또 흘러 이들은 재회한다. 너무나 바뀌었다. 봉소악은 돈 많은 처가 덕분에 상류사회이 우아한 삶을 살고 있지만 여전히 계륜미를 잊지 못한다. 설마 했던 장효전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아 남자와 동거 중이다. 이들은 지난 세월의 우정과 사랑을 잊지 못하면서 현실을 받아들이려한다. 아니 현실에서 도피하려고 한다. 대만의 삶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녹록치 않다.

 

 

 

 

대만영화, 열심이다

 

대만영화는 나름대로 자신만의 길을 열심히 가고 있다. 부산영화제에 출품되는 영화들을 보면 한결같다. 블록버스터급 영화로 가끔 나오지만 대부분은 소소하다. 청춘연애담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역사적 고통과 번민의 시간은 잊지 않고 언급된다. <여친 남친>도 그런 대만의 고민이 녹아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의 감독 양아츠(楊雅喆,양야쯔)는 작가 출신의 감독. 그의 대표소설 <남색대문>은 영화로 만들어져서 역시 부산영화제에 소개되었다. (계륜미와 진백림이 출연했었다) 2007년 <좌절금지>(囧男孩)라는 재미있는 영화로 감독데뷔를 했었고 <여친 남친>은 그의 두 번째 감독 작품이다. 물론 시나리오는 자신이 직접 썼고 말이다. 대만의 현대사를 잘 모르면 영화 중간에 등장하는 중정기념당에서의 대규모 학생운동 장면이 마치 공산 중국의 천안문광장의 민주화 시위로 착각할지 모르겠다. 영화에서 계륜미와 장효전이 학비를 벌기 위해 장마당에서 헌책을 파는 장면이 있다. 한 사람이  <<자유>>라는 잡지를 사면서 <<포모사>>(美麗島) 최신호 있냐고 물어본다. 계엄령/독재시절 대만 민주화인사들이 발행하던 잡지였다. (우리나라 장준하 선생의 <사상계> 같은). 이 시절의 이야기는 서소명 감독의 <비탄의 섬>(1995)(▶박재환 영화리뷰보기)에 자세히 묘사되었다. 장개석이 죽고 장경국이 총통이 되어 대만 사회 전체가 급속도로 민주화되어가면서 계엄령이 해제되었다.(1987년) 그리곤 열심히 그 시절을 떠올리며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영화는 대만에서 지난 8월에 개봉되었다. 우리나라 관객에게는 여주인공 계륜미(桂綸鎂,꾸이룬메이)가 가장 잘 알려졌을 것 같다. 주걸륜의 멋진 피아노 배틀이 기억나는 <말할 수 없는 비밀>에 출연한 히로인이다. 다음 작품은 양채니의 감독데뷔작인 <크리스마스 장미> (聖誕玫瑰)이다. 장효전은 현재 대만에서 가장 활발한 연기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 영화와 TV드라마, 광고판에서 맹활약 중이다. <영원한 여름>에 이어 또 다시 퀴어 분위기의 영화에 출연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건진  또 한 명의 대만배우는 봉소악(Rhydian Vaughan)이다. 영국인 아버지와 대만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아버지가 바이올린 주자이고 어머니는 팬터마임 연기자라서 어릴 때부터 전 세계를 돌았고 풍성한 문화적 환경에서 자랐다고. 한 마디로 훈남. 이국적 외모 일찌감치 광고계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드라마와 영화계의 블루칩. 기타연주도 잘 한다.

 

영화가 보여주는 것이 대만역사와 관련된 무거운 내용이다 보니 자칫하면 사랑을 놓칠 수도 있다. 청춘의 꽃망울이 만개한 시절의 첫 우정이 세월이 가면서 어떻게 탈색, 혹은 변색해 가는지 지켜보는 것이 이 영화를 감상하는 포인트이다.

 

 

 

 

(스포일러.) 계륜미는 결국 봉소악의 쌍둥이 딸을 낳다 죽고, 장소전은 그 아이의 아빠 노릇을 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두 딸을 행복하게 바라보는 장소전의 모습이다.

 

 

 

매력폭발  봉소악(鳳小岳,Rhydian Vaughan)

 


이 영화는 내달 열리는 49회 대만 금마장영화시상식에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남녀주연상 등 7개 부문 후보에 올라있다.  (박재환 201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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