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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퐁] 노인을 위한 복지는 있다 본문

다큐,인디,독립

[핑퐁] 노인을 위한 복지는 있다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12.09.24 13:30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는 줄잡아 5~60개에 이른다. 아니 더 될지 모른다. 물론 부산영화제처럼 아주 유명한 국제영화제도 있고 ‘퀴어영화제’처럼 관심 있는 사람만 아는 국제영화제도 있다. 그런 국제영화제 홍수 속에 DMZ다큐멘터리영화제는 독특한 위상을 갖고 있다. 영화장르 중 다큐멘터리에 초점을 맞춘다. 다큐멘터리에 초점을 맞춘 영화제로는 EBS가 해마다 TV와 극장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EBS다큐영화제도 있다. 다큐멘터리라는 것이 삶과 죽음, 지구와 우주, 전쟁과 평화, 스포츠와 장난감 등 그 다루는 주제가 무궁무진하다보니 다큐영화제가 백 개가 열려도 프로그램 수급에는 별 문제가 없을 듯하다. DMZ다큐멘터리영화제는 그런 콘텐츠의 문제보다는 존재의 문제로 그 차별성이 부각된다. 해마다 개막식이 민통선 내 (민간인출입통제구역)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개막식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모두 임진각역에서 엄격한 보안검사를 거친 뒤 특별열차나 버스 편으로 민통선내로 들어간다. 예전에 개성공단이 활성화되었을 때 뉴스에 자주 등장하던 도라선역에서 개막식이 열린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이 제일 먼저 눈이 가는, 거대한 역사 내에서 개막식행사와 함께 개막작을 관람하게 되는 것이다. 밤늦게 개막작 상영이 끝나면 타고 온 그 버스, 그 기차를 이용하지 않고는 빠져나갈 방도로 없는 특이한 개막식인 것이다. 올해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모였다.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피에타>의 김기덕 감독과 조민수, 이정진도 포함되어 있었다. 개막식 행사는 여느 국제영화제와 비슷하게 진행되었다. 한영애와 피아니스트 막심 므라비차의 축하공연에 이어 영화제조직위원장인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흥분에 찬 개막선언이 있었다. 그리고 영화제 홍보대사를 맡은 2AM의 무대인사가 이어진다. 다른 영화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곳을 관할하는 부대장을 특별히 소개하는 자리였다. 지리적 특성상 군부대의 지원과 협조 없이는 진행이 불가능했으니 말이다. DMZ영화제만의 아주 특별한 그림이다. 그리고 서둘러 개막작 상영이 이어졌다. 작년 개막작은 다소 무거운 내용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십 년간 소련의 원폭 실험이 이루어졌던 카자흐스탄의 한 마을의 후유증을 그린 안토니 버츠 감독의 <재앙의 묵시록>(After the Apocalypse, 2010)! 그래서 올해는 조금은 유쾌한 작품 <핑퐁>이 선정되었다. 영국 휴 하트포드 감독의 작품이다.

 

노인들, 마지막 영광을 꿈꾸다

 

<핑퐁>은 어르신네들의 스포츠를 다룬다. 바로 탁구이다. 일정 연령(아마도 80세 이상인 모양이다)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참가하는 탁구대회를 다룬다. 올해 세계 챔피언전은 중국 내몽골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스웨덴, 영국, 독일, 미국, 중국 등의 우승기대주들의 인터뷰와 열정이 한 사람씩 소개된다. 8명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나이를 다 더하면 703살에 이른다. 예상할 수 있듯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탁구에 몰입하고, 대회에 올 인하는 것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건강을 위해, 남은 삶의 기쁨을 위해. 아니면 이번에는 꼭 금메달을 타고 싶은 욕심까지. 이들에게선 월드컵이나 올림픽에서 언급되는 국가와 민족의 영광 같은 의미는 그다지 없다. 심장수술을 한 할아버지와 가만히 서 있기도 불편한 할머니까지. 그들은 세계  각지에서 열렸던 탁구대회에 참석했던 기억과 메달의 추억을 간직하면서 한해 한해를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참가한 수백, 수천 명의 선수들이 토너멘트로 자웅을 겨루기 시작하고 중도 탈락자와 우승자가 가려진다. 젊은 스포츠맨들의 경기와의 차이점이라면 이들 할아버지 할머니의 경기를 보고 있노라면 초조함을 감출 수 없다. 선수들이 갑자기 쓰러질 것 같은 불안함이 존재한다. 그도 그럴 것이 출전선수들의 연령대가 80, 90대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나이 들고 병들고 힘이 쇠약해진다. 많이 쓸쓸해지고 말이다. 그래서 현대 복지국가에서는 노인들을 위한 각종 실버 지원대책이 쏟아진다. 소일거리에서부터 자아실현까지. 그리고 운동을 통해 심신단련과 삶의 의미를 갖게 해 준다. 다큐멘터리 <핑퐁>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삶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어르신네들은 오늘도 라켓을 들고 한 게임 한 게임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경기 참가와 메달 획득은 그야말로 덤이고 말이다.

 

다큐멘터리의 모든 것

 

 

 

제4회 DMZ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는 개막작 <핑퐁>을 비롯하여 37개국 115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전쟁에 얼룩진 지구촌, 날로 도시화하는 중국의 문제, 원전사고 후의 후쿠시마, 필리핀의 부패한 사법체계, 동성애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우간다의 마녀사냥, 암스테르담 홍등가의 쌍둥이자매 이야기, 스탈린시대의 강제수용소 재소자 8천명의 운명, 인도에 마지막 남은 야생호랑이를 쫓는 전문촬영가, 북극으로 떠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작가 제임스 발로 등 그야말로 다큐멘터리에 대한 모든 것을 만나볼 수 있다. 27일까지 파주 일대에서 열린다. (박재환 201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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