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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영화리뷰

[크레이지 스톤] 중국 대중영화의 힘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2.14 17:08

[리뷰  박재환  2007/8/27]   중국영화는 중국경제만큼이나 급성장 중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이른바 제 5세대 감독들의 작품들이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잇달아 수상을 하며 그들의 존재를 알렸고 최근 들어서는 폭발적인 경제성장에 힘입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전체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로서의 영화산업을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는 있지만 그것이 중국내 영화 팬들의 대중적인 지지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대신 ‘한국’만큼이나 이상한 ‘흥행의 법칙’이 지배하고 있다. 한때 해외영화제에서 잘 나가던 장예모, 진개가 감독 같은 명감독이 엄청난 자본을 끌어들여 ‘중국’이란 나라만큼이나 큰 규모의 영화를 만들고는 영화당국과 미디어의 전폭적인 지지 하에 대규모 홍보전을 펼친다. 그리곤 놀라운 흥행모습을 보여주지만 그에 비해 ‘겉은 화려, 속은 빈곤’이라는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다. 영화산업의 규모화에는 성공했지만 콘텐츠의 내실화 측면에서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뜻밖의 영화 한 편이 중국영화계를 흔들어놓았다. 닝하오(寧浩)감독의 [크레이지 스톤]이란 작품이다. 이 작품은 단지 300만 위안의 저예산으로 만들어졌고 무려 7배에 달하는 2,000만 위안의 흥행수익을 올리며 중국영화계의 미래를 밝게 만든 것이다.

  [크레이지 스톤]은 기존 중국영화와는 확실히 다르다. 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는 문예적 감동보다는 통속적 재미에 주력했다. 그러면서도 현 중국의 실상을 리얼하게 그려내는 ‘컬트’적 매력까지 더하였다. 또한 [크레이지 스톤]은 홍콩의 영화스타 유덕화가 제작에 참여했다는 것이 또한 흥미롭다. 유덕화는 최근 중국 영화, 나아가 아시아 영화의 부흥을 위해 ‘포커스 프로젝트: 아시아신예감독 계획’을 진행했다. 홍콩, 중국, 싱가포르 등의 재능 있는 신예감독들의 작품에 제작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닝하오 감독도 이 프로젝트의 수혜자로 300만 위안으로 만들고 싶었던 작품을 완성하게 된 것이다.

  영화는 중국의 중경(重慶,충칭)에서 벌어지는 보석전시회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한바탕 소동을 다루고 있다. 고색창연한 낡은 건물과 하루가 다르게 쑥쑥 치솟는 현대식 건물이 기묘하게 공존하고 있는, 그리고 어디에서나 일상의 바쁜 생활에 정신없는 현대인과 어디가나 최고의 솜씨를 보여주는 사기와 도둑, 그리고 가짜들의 세상을 보여준다. 어느 날 한 오래된 건물 철거현장에서 엄청난 가치를 지닌 비취보석이 발굴된다. 건물 주인은 큰돈을 벌기위해 비취보석 전시회를 열기로 한다. 전시회 경비를 담당한 보안과장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비취를 노린 도둑은 세 그룹이다. 건물 주인의 못 말리는 난봉꾼 아들, 중국 토종 3인조 도둑, 그리고 최첨단 장비로 무장한 홍콩에서 건너온 고수이다. 이들과 한판 지략대결을 펼치게 되는 보안과장이 지독한 전립선염에 시달린다는 설정이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이 영화는 가이 리치 감독의 코미디 범죄물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Lock, Stock And Two Smoking Barrels, 1998)의 재미를 전해준다. 진짜 비취가 가짜로 바꿔치기 당하고, 진짜와 가짜를 서로서로 강탈하고, 도둑들은 상상을 초월할만한 상황설정에서 포복절도할 재미를 안겨준다. 물론 영화를 보면서 중국인들의 상술과 범죄에 대처하는 그들만의 흥미진진한 방식을 전해준다.

  이 영화는 표준중국어(북경어)를 배운 사람에겐 알아듣기 힘든 말들로 가득 차 있다. 중경지역 사투리가 대부분 쓰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중국영화의 한 경향은 이처럼 토착 민중의 애환과 삶을 리얼하게 담아낸 작품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언어측면에서도 말이다. 이 영화가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뒤 중국의 영화학자(교수, 평론가)들이 이 영화를 두고 토론회를 갖기로 했다. 중국평론가들은[크레이지 스톤] 같은 영화가 20편, 아니 10편만 있으면 중국영화시장 자체가 변할 것이라고 평했다.

  [크레이지 스톤]은 중국 영화도 충분히 재미있다는 사실과, 오락 영화에도 수만 가지 설정을 아기자기하게 설치해 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크레이지 스톤]은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어 국내에 한 차례 소개되었었다. 이번에 CJ중국영화제에서도 상영된다.

  이 영화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몇 가지 사실을 알려준다.

  1. 이 영화는 감독을 포함하여 4명이 4개월 동안 30여 차례나 수정을 거듭한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가 장점이다. 각본에 참여했던 악소군(岳小軍)은 영화에서 토종도둑 3인조 중의 한 명으로 나온다. 참, 닝하오 감독도 나온다. 첫 장면 비뇨기과 의사가 바로 닝하오 감독이다.

2. 유덕화는 닝하오 감독의 이전 작품을 보고 그의 유머감각에 큰 점수를 주어 [크레이지 스톤]에 투자했다. 닝하오 감독은 유덕화를 카미오로 출연시키고 싶어 했지만 스케줄이 맞지 않아 유덕화는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유덕화의 히트곡 [망정수](忘情水)가 영화에 몇 차례 흘러나온다. 또한 유덕화가 모델로 있는 중국 캐주얼 브랜드 ‘발레노’에 대한 개그도 등장한다.

3. 이 영화는 중경지역 사투리가 주 언어이다. 홍콩 고수 도둑으로 등장하는 마크는 ‘頂你个肺’ 라는 홍콩사투리를 몇 차례 구사한다. 상황으로 봐서는 ‘X됐네..“ ”야단났네.“정도의 의미로 사용되었는데 이 말이 작년 중국에서 최고의 유행어가 되었었다. 나중에야 이 말이 그다지 고급스럽지 않은 홍콩 말이란 게 알려졌지만 젊은이들은 이 대사를 시도 때도 없이 중얼거렸다. 마크 역은 련진(連晉)은 유덕화의 친구이기도 하다. 홍콩에서는 그다지 유명세를 누리지 못했지만 이 영화가 중국에서 대박을 터뜨리며 제2의 연기 인생을 누리고 있다.

4. 요즘 중국영화에도 PPL이 유행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BMW나 코카콜라는 공식 PPL이 아니다. 영화 끝나고 올라가는 크레디트에는 메모리카드 업체 ‘Sandisk’와 캐주얼 브랜드 발레노가 등장한다. 영화 속에서 확인하는 것도 재미있다.

5. 참고로 이 영화는 중국에서는 대박이었지만 홍콩에서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유머코드의 차이라든지 중국 오락영화의 한계라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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