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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리뷰

[턴] 삶과 죽음 사이에 멈춰버린 시간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2.19 12:56

[Reviewed by 박재환 2001-7-8]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2001년)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호금전 영화에서부터 하드고어에 이르기까지 영화라는 매체가 가져다주는 온갖 판타스틱한 즐거움을 전해준다. 히라야마 히데유키 감독의 <턴>이라는 영화도 그러한 판타스틱한 감흥을 전해주기에 손색이 없는 영화이다. <턴>은 교통사고로 코마 상태에 빠진 여인이 겪게되는 드라마로 호러적인 분위기에 멜로 색채가 덧칠된 영화이다.

◇ 삶-일상의 지루한 반복

동판화 작가인 마키의 일상은 단조로왔다. 작업실에서 동판화를 만들어 자전거를 타고 화랑에 나가거나, 어머니가 근무하는 학교에 찾아가서 어린 학생들에게 노래를 가르치는 것을 지켜보는 것, 그리고 도서관에서 미술화첩을 대여해보는 것 같은 단조로운 일상들이다. 그러던 초여름의 하루, 차를 몰고 나갔다가 덤프 트럭과 충돌한다. 그때 시간이 2시 15분 막 지난 시점. 마키가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낯선듯한 일상과 마주치게 된다. 늘 있던 집, 손에 쥐고 있던 미술 화첩, 그리고 자전거로 도서관을 가면서 보게되는 그 집, 그마을, 그 상황들. 하지만, 놀랍게도 자신 이외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오후 2시 15분 되자 스르르 잠이 든다. 그리고, 깨어보니 또다시 똑같은 상황에 놓여있는 자신. 그녀는 자신의 기억이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은 기억으로만 멈춰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루 이틀, 사흘... 그렇게 혼자 내버려진 기억 속에서 살아간다. 가족은 친구는 친지는 어떻게 되었을까? 왜 언제나 화창한 날씨의 여름날에만 멈춰있을까. 그런데, 하루, 놀랍게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단절되었던 전화기의 벨소리가 울린 것이다. 173일만에. 마키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절망적으로 전화기에 매달린다. 전화를 건 사람은 마키가 교통사고를 당하기 직전 화랑에 내놓은 동판화 작품 한점을 산 출판 디자이너. 마키는 자신이 처한 믿지 못할 상황을 이해시키려하고 남자는 반신반의 전화를 계속한다. 그로부터 매일 밤 8시, 마키는 유일한 소통의 수단으로 이 전화에서 저 공간의 남자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 남자는 마키가 전화에서 알려준 것을 확인해본다. 그날 마키는 교통사고로 코마상태(의식불명상태)가 되어 여지껏 병원에 있다는 것이었다. 마키는 영혼이 분리되어 자신의 집에서 언제나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던 것이었다. 마키는 이제 전화를 통해 외부와 소통하게 되며 한 순간에 붙박이가 된 자신의 처지를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친다.

물론, 동일 상황의 반복을 다룬 영화는 몇 된다. <롤라 런>이나 <레트로엑티브>가 최근에 소개된 그러한 영화이다. 하지만, <턴>에서 보여지는 반복된 삶이란 좀더 무겁다. 동판화가인 마키의 삶은 교통사고 전이나 후나 그다지 차이가 없을지 모른다. 동일한 삶의 반복에서 주목되는 것은 그녀의 사회적인 관계이다. 그녀는 화랑 주인이나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었을 뿐 아주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사회생활을 했을 뿐이다. 그러니, 혼자만의 고독을 즐길 준비가 된 상태였다. 그런 그녀가 무려 6개월을 기억의 로빈슨 크로소 생활을 하게 된다는 것은 매력적인 설정이다. 눈뜨면 같은 상태가 계속되면서 그녀는 사회로의 귀환, 활기찬 생을 그리워하게 되고 그 유일한 희망인 전화속 남자를 의지하게 되는 것이다.

적어도 중반까지 지속되던 이러한 조용한 '소외의 상황'들은 비와 함께 찾아온 전화와 함께 진지한 해결책을기대하게 만든다. 올 상반기 개봉되었던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유리의 뇌>에서는 비행기 추락사고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소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소녀는 사로로 오랜시간 의식불명으로 지내다 어느날 갑자기 회복되어, 단지 5일동안 급속 성장을 하게되며 인간사회로 편입되는 비극을 다루었었다. <턴>도 이와 유사하게 단절된 시간을 건너뛰게되는 여정을 다룬다. 보기에 따라서는 희생적 사랑때문에 되살아나는 기적을 다룰 수도 있지만 마지막에서 그러한 감동은 덜하다. 아마도, 이 영화가 헐리우드적으로 변형된다면 코마 속에서 진행되는 또하나의 삶이란 것이 선과 악의 사투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것은 제니퍼 로페즈의 <더 셀>에서 보아온 형태이니 말이다.

어쨌든 충분히 환상적인 영화이다.

タ-ン (2000)
감독: 히라야마 히데유키(平山秀幸)
출연: 마키세 리호(牧瀨里穗), 나카무라 칸타로(中村勘太郞)
5회 부천영화제(2001)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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