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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포포] 라면의 생명은 국물 맛이다. 본문

일본영화리뷰

[담포포] 라면의 생명은 국물 맛이다.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2.19 12:52


[Reviewed by 박재환 1998 여름]

   음..꿀꺽.. 쩝쩝.. 꼬르륵.. 후르륵 훌쩍훌쩍... 꺼~~억. 맛있는 소리가 들린다.

이 영화는 85년도 일본작품이다. '담뽀뽀'는 이 영화의 여자주인공 이름이며, 소재는 라면이다. 주제는 음식 하나에 들어있는 깊고도 치열한 인생을 다룬다. 이 영화 처음은 마치 타케시 감독의 <모두 하고 있습니까>처럼 장난스럽다. 극장 안, 제일 앞 좌석. 마치 특석처럼 생겼다. 갱단 보스쯤 되어 보이는 백바지 백구두의 아저씨가 그에 어울릴만한 여잘 옆에 차고 앉는다. 옆에선 똘마니들이 와인이랑 음식을 챙겨준다. 그리고 이 남자 카메라 들여보면서 한다. "아, 당신도 영화 보십니까?" 그러면서 자기는 극장 안에서 포테이토 칩 과자 먹는다며 부스럭 댄다든지, 삐삐 소리가 너무나 싫다고 그런다. 감독이 처음에 이런 장면을 삽입한 것은 장난도 장난이지만, 적어도 음식이라는 소재를 앞에 두고 조금은 경건해지자는 의미일 것이다.

자, 영화가 시작되었다. 비 오는 고속도로 변, 대형트럭을 모는 남자 주인공과 그 조수가 따분한 듯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조수가 무슨 책인가를 읽어주는데 내용은 ... 한 남자가 고수 할아버지로부터 라면 제조의 비법을 배운다. 라면을 끓일 땐 이렇게 저렇게 하고, 먹을땐 저렇게 이렇게 해야 하니..어쩌니..."

(아..중요한 이야기.. '라면'이라기에 신라면 같은 인스턴트 라면으로 인식하면 안된다. 차라리, 우리 식으로 냉면이나 칼국수 ...쯤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라면이라 하지 않고, '라미엔'이라할 터이니, 특별한 음식을 지칭함을 이해하기 바란다.)

라미엔 이야기에 배가 출출해진 두 사람은 근처 분식집에 들어간다. 그 집에서 맛 본 라미엔은 맛이 없다. 이 운전사 남자는 한 '라미엔'하는 사람인 모양이다. 얼굴을 찡그리자, 이 분식집 주인 -남편 잃고, 초등학교 다니는 외아들을 키우며 라미엔 집을 운영하는 중년의 아줌마-은 남자에게 매달린다. 최고의 라미엔을 만들고 싶다고...그래서, 이제부터 일본 섬내에서 최고의 라미엔 집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아주 아주 감동적이고, 아주아주 맛있게 펼쳐진다. 그리고, 이 영화에선 정도가 심할 정도로 전혀 상관없는 화면들이 중간중간에 끼어든다.

우선은 라미엔 만들자고 하면서 스파르타 훈련이 시작된다 물통 들기, 조깅하기.. 그러다가 끼어든 것이 고급 레스토랑이다. 초로의 신사들이 고급 레스토랑에 들어와서 자리를 잡았는데 메뉴판에서 딱 멈추어버린다. 음 뭘 시킬려고 해도 뭐가 뭔지 모르잖은가? (음 이런 경우는 누구나 당해 봤으리라...^^) 한 남자가 무얼 시킨다. 뭐랑, 스프는 뭐랑,, 술은 그냥 맥주로.. (음..체면 손상인데..에이..) 하이네켄으로..꼭.. 그러자 나머지 사람도 모두 다 한결같이 똑같은 걸 주문한다. 그때 한 놈은 아주 잘 아는 듯이 이것 저것 시킨다. 술은 몇년도 무슨 와인으로 까지... 음.. 식당 에티켓은 중요한데... 타이타닉에서 잭 도슨이 헤매던 것 보니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그런데 저쪽 편에선 또 무슨 주부 교양강좌팀이 와서 직접 실습을 하는 모양이다. 스파게티를 먹을땐 포크를 이렇게 저렇게 해서..요렇게 먹습니다. 절대 소리를 내면 안됩니다. 그런데 저쪽 편에선 진짜 외국인이 온갖 후루룩 소리를 다 내어가며 스파게티를 아주 맛있게 먹고 있는 장면을 클로즈 업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또 끼어드는 딴 이야기는, 첫 장면의 그 두 남녀가 이번엔 호텔 침대 위에서 뭔가를 한다. 남자가 여자의 젖꼭지에 설탕을 뿌리고, 레몬 즙을 짜서는 맛있게 음미한다. 그리고, 살아있는 새우를 여자의 배꼽 위에 놓는다. 아마..이러한 장면의 삽입을 올바르게 이해할 정도라면 당신은 먹는 것과 섹스의 의미를 이해하는 사람이리라. 아니면 섹스를 아주 로맨틱하게 즐기던 사람이든지. 어쨌든 놀라운 것은 이 남자가 누구냐 하면... 바로. 야쿠쇼 코지라는 배우이다. 그래도 누군지 잘 모를 것이다. <쉘 위 댄스>와 <실락원>의 그 중후한 아저씨이다. 이 영화에선 그 사람의 10년 젊은 모습을 볼 수 있다.

다시, 담뽀뽀 아줌마의 라미엔 이야기..

"라미엔의 생명은 국물맛이에요." 라미엔의 종류도 다양하다. 우리나라는 그냥 라면하고, 신라면 두개 밖에 없는데 말이다. 특라미엔, 소프트라미엔, 마늘라미엔, 고기경단라미엔, 기름기 많은 돼지고기라미엔, 보통라미엔, 시나치쿠 안 넣은 라미엔, 콩하고 양배추 넣지 않은 보통라미엔.... 덜 익힌 라미엔까지. 담뽀뽀 아줌마는 국물 맛을 배우기 위해 근처 알아주는 집에 가서 배우고 싶다지만 백만엔을 요구한다. 그날밤 몰래 벽틈새로 배운 것은 국물을 달일 때, 닭을 집어 넣는 것이다. (원래 면 요리에서는 국물 맛이 중요하다. 설렁탕 국물 맛보다 더 중요하다. 춘천에 가면 맛있는 요리가 많다. 강촌 근처에 있는 (식당 이름 잊어버렸네요.. 여하튼 그 집의 )칡냉면이랑, 한림대 앞에 있는 닭 칼국수 맛은 참 좋다. 춘천 가거던 꼭 먹어보기 바란다..음냐리~~)

이런 저런 과정을 거쳐 담뽀뽀 아줌마는 정말 중요한 것들을 하나씩 배우게 된다. 압축하면..

"프랑스요리는 불과의 투쟁이에요."
"요즘은 양배추를 썰면서도 기계를 써요. 혼이 없죠."

그런데, 아까 그 야쿠쇼 코지 아저씨가 또 나온다. 이번엔 더 황당한 해석이 필요한 장면이다. 이 남자, 이 여자와 껴안는다. 남자 날계란의 노란자 만을 입안에 넣는다. 그리곤 그걸 여자입에 건네준다. 여자는 다시, 남자 입에, 남자는 그 노란자를 여자입에 건넨다. 여자 황홀해 하며 다시 남자 입에, 남자는 다시 여자에게, 여자는 더욱 황홀해서 여자 입에..아니 남자 입에... 음..완전히 그렇네...그러다가 결국 여자가 흥분해서(?) 입에서 터뜨리고 만다. 노란 국물이 입가로 흘려내린다.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성인은 알 것 같네.. 음..굉장히 맛있는 요리인 것 같다. 계란 하나로 날 다 흥분시키다니 말이다...

그리고, 또 다른 남자가 나온다. 이 남자 음식을 먹다 지독한 통증으로 치과에 간다. 수술을 받는다. 종기제거수술, 수술 후 의사말인즉슨... "부드러운 것부터 먹어보세요.." 그래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데, 한 꼬마애가 유심히 쳐다본다. 그 꼬마의 목에 걸린 푯말이 있다. " 난 자연식품만 먹어요. 과자나 사탕을 주지 마세요. 엄마로 부터..." 인간의 욕망은 원초적이다. 이브가 사과를 따 먹듯이 말이다. 그러니 당연히 이 소년에게 아이스크림을 먹인다.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마다할 리가 있겠는가.

자, 여기까지 오면서 맘껏 웃었다. 그 뒷 이야기도 웃긴다. 마저 할까요? 담뽀뽀 아줌마는 이런 저런 사람의 도움으로 결국은 굉장한 라미엔 국물 개발에 성공한다. 그리고, 무슨 로맨스라도 생길 것 같던 트럭 운전수 아저씨는 손님이 가득찬 담뽀뽀 라미엔 집을 떠나면서, 영화는 끝을 맺으러 한다.... 그런데 끝내기 전에 재미있는 몇 장면.

왠 할머니가 수퍼마켓에 들어와서는 진열된 음식, 식품들에 손가락으로 꾸욱 꾸욱 자국을 내며 돌아다닌다. 그리고, 한 남자가 열심히 집으로 뛰어들어간다. 가족과 의사 간호사가 빙그레 둘러앉아 한 여인의 운명을 기다리고 있다. "여보, 죽지 마. 일어나서 요리해야지." 그러자, 이 여자는 비틀거리며 일어서서는 주섬주섬 요리를 하여 가족들에게 저녁밥을 해 준다. 그러곤 털썩 쓰러진다. 의사왈, "운명하셨습니다." 가족들이 흐느끼자, 남편도 울면서 그런다. "울지마, 먹어..식기 전에 먹어. 엄마가 마지막 한 요리다." 죽으면서 사랑하는 가족에게 먹을 것을 남기는 한 많은 여인네의 운명이여...

음식에 대한 사연인 셈이다. 결국 그 야쿠쇼 쇼지도 왜 죽어야 하는지 모르지만 빗속에 총 맞고 죽는다. 아까 그 여자 나와서 운다. 이 남자 죽어 가며, 이전에 멧돼지 사냥가서 잡아먹은 그 이야기를 읊조린다. "멧돼지를 먹었지.. 먹을 게 못 되더군. 그놈들은 고구마만 먹었지. 창자를 구웠어..고구마소세지." "먹음직했죠." ."죽지 마.". "난 당신하고 그걸 먹고 싶어." "우리 먹을 수 있어요. 겨울에 멧돼지 사냥가요." "쉿! 조용히 해. 내 마지막 영화가 시자됐어." 하고는 죽는다. 마치..갱 영화의 히어로처럼.

그리고, 아까 그 하다만 끝장면 다시 돌아오면...

남자주인공, 트럭을 몰고 멀리 사라진다. 카메라는 필요이상으로 그 트럭을 비추다가 천천히 공원으로 옮긴다. 공원벤치에서도 또 누군가가 뭘 먹는 것을 보여주며 끝난다. 뭘 보여주냐고.. 아기가 엄마의 모유을 먹고 있다. 아주 평화롭고, 아주 천진난만하게...... 그래 가장 좋고 아름다운 것이 엄마 찌찌 아니겠는가.(우리나라 산모들의 모유 먹이는 비율이 20%도 안된다더구나.. 미국은 그 반대로 분유먹이는 비율이 그것조차 안 된다고 한다. 완전히 역전된 것이다... 슬프다... 아빠들이 독점해서 그런 모양이다.. 아기에게도 모유를 먹이자... 보건복지부 제공 공익광고^^)

그럼, 여기까지 맛있게 읽으셨어요?

タンポポ (1985)
감독: 이타미 주죠 (伊丹十三)  ▶ 위키피디아(일본)
출연: 미야모토 노부코, 야마자키 츠토무, 야쿠쇼 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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