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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클럽] 미친 짓거리에 대한 푸닥거리 본문

일본영화리뷰

[자살 클럽] 미친 짓거리에 대한 푸닥거리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2.19 12:50

[Reviewed by 박재환 2004/5/10]   자살을 미화하거나 경배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자살은 무조건 죄악이며 몹쓸 짓거리이다. 그 점을 분명히 해두며 [자살 클럽]이라는 일본영화를 리뷰 한다.

  지난 2002년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때 소개된 [자살클럽]은 전형적인 일본영화이다. 소재부터 발상까지 모두 현대적 일본을 포괄하고 있다. 어느 날. 일본 동경의 신주쿠 지하철 역. 여느 날과 똑같다. 학교를 마친 여학생들이 지하철을 기다린다. 일본 여학생 특유의 옷차림. 발랄함이 묻어나는 재잘거림.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 있고 끊임없이 누군가와 수다를 떤다. 플랫폼에는 일본의 세일즈맨들도 섞여 있다. 일상에 찌든 일본인의 모습. "전철이 다가오니 안전선 안으로 물러나세요."라는 안내방송이 들리자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나란히 줄은 선다. 손에 손을 잡고 "하나, 둘,.." 외치더니 그냥 철로로 뛰어 든다. 눈 깜짝할 사이 54명의 여학생이 집단 투신자살을 한 것이다.

  이 충격적인 오프닝 씬부터 [자살 클럽]은 현대적 일본병폐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하려는 듯 하다. 과연 왜, 이 꽃다운 일본 여학생들을 자살로 몰아넣었을까?

  경찰은 경찰 나름대로 집단 자살의 원인을 찾아 나선다. 일본 열도는 열병에라도 걸린 듯 자살광풍이 불어닥친다. 학교 옥상에서 수십 명이 집단으로 뛰어내린다. 건물에서 뛰어내리고, 무대에서 공연하다 칼로 목을 찌른다. 넋이라도 나간 듯 자신의 생명을 아낌없이 내던진다. 수십 명, 수백 명이 마치 종교적 제의라도 하는 듯이 자살한다.

  IMF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자살이란 것이 낯설지는 않다. 게다가 인터넷 자살모임이 이끄는 자살 사건도 심심찮게 보도된다. 최근엔 정치적 비리에 연루된 지도자급 인사들이 자살하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전혀 한국적이지 않아 보이던 자살이 삶의 마감 방식이 우리나라에서도 일상화된 것이다. 아니,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살율이 OECD에서도 꽤 높은 편이라고 한다.

  자살은 죄악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삶이 고달프더라도 살아 남은 사람-가족이나 연인, 혹은 이전에 당신을 가슴아프게 했던 그 사람들-의 찢어지는 가슴보다 더 고달플 수 있을까?)

  이 영화의 감독은 시온 소노이다. 특이하게도 이 감독은 18살에 시집을 낸 적이 있다. 이렇게 감수성 예민한 감독이 자살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면 왠지 기대를 할 만도 하다. 일본인 특유의 전체주의적 휩쓸림에 대한 냉정한 사회학적 분석? [링] 등에서 나타나는 엄청난 전염성 자살 바이러스의 창궐? 사회문제, 가정문제, 학교문제가 믹싱 되어 일어나는 사회병리학적 현상? 아니면 옴 진리교 등과 같은 세기말적 광신도의 등장? 아니면 극단적 상상력으로 점철된 일본 망가의 또 다른 버전?

  그러나 영화는 벌여 놓은 현상을 수습하지도 못하고 허둥대다가 막을 내리는 것 같은 불완전함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집단자살의 증후가 사회병리학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찰나적 광기에 의한 혹은 무목적성의 관성이라도 작용한 듯한 낙하만이 있다.

  영화는 '데저트'라는 일본 아이돌 팝 싱어의 존재를 전면에 내세운다. 평균 연령 12살 반이라는 네댓 명의 여자 애들이 춤을 추며 자살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비디오드롬]도 아니면서 TV를 통해 자살을 전파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스타의 노래를 들으며 집단자살이라는 숭고한 팬 의식이라도 치른단 말인가. 인터넷은 뭔가? 자살의 방식을 전달하는 매개체인가? 이 영화에서 '인터넷 시대의 마릴린 맨슨'이라는 또라이 교주도 등장하긴 한다. 하지만 풍자도, 카리스마도 없다.

  여하튼 보고 나서도 그다지 느낌이 없는 허술한 영화이다.

  참, 지난 주에 [주간조선]에 한 정신과 의사가 쓴 자살에 대한 칼럼이 생각난다. 최근 빈곤, 민생고, 실직, 비리관련 등등 자살의 이유가 곧잘 보도되는데 언론매체에서는 자살의 방식 뿐만 아니라 이런 자살의 이유 또한 보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곰곰 생각해 보면 우리는 매체를 통해 너무 많은 정보를 얻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自殺サークル(2001)
Jisatsu circle
감독: Sion Sono(園子溫)
출연: 료 이시바시, 나가스 마사토시, 사토 타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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