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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念

김용민과 하워드 스턴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12.04.06 09:23

사실 난 나꼼수를 단 한 편도 들은 적이 없다. 다운받은 적도 없고. 그런데 지난 1년 동안 트위트에선 나꼼수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거론되었다. 서점에 가 보아도 ‘나꼼수’서적이 많이 출간되었다. 그런데 단 한권도 읽은 게 없다. 자랑이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기사가 넘쳐나면 다운받아 들을 만도 한데 난 언뜻 손이 가지 않고 귀가 가지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내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마치 굳이 욕 들어가며 맛있다는 ‘욕쟁이할매 식당’에 가고 싶지 않다는 심리적 이유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비키니 사건을 거치면서 더욱더 나꼼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갖게 되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문제이니 왈가왈부마시길.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나꼼수의 김용민이 야당후보로 서울 강북에 나온다기에 흥미로웠다. 게다가 상대 여당후보는 네임벨류에서 훨씬 처지는 인물이니 말이다. ‘강북 플러스 인터넷’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따 놓은 당상인데 말이다. 그런데 김용민의 옛날 인터넷방송 - 이른바 저질 막말파문이 터졌다. 유튜브에 동영상이 올라왔단다. 굳이 볼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인터넷에 스크립트가 떴다. 적나라하게. 아, 이 사태를 어쩔 것인가.

 

어제 퇴근하니 와이프도 이 사태를 알고 있었다. 끼리끼리 논다고.... 우리 와이프도 동영상은 못 본 상태이고 어디 신문기사와 링크된 이야기만을 근거로 “미친 놈”하며 일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뉴스에서 본 어느 여자 이야기를 꺼낸다. “글쎄 그런 말을 맘껏 할 수 있는 후보라서 마음에 든다... 라고 말하다니.. 그가 한 이야기를 제대로 다 알고나 하는 이야기냐?”라고 화를 낸다. 그래서 와이프에게 물어보았다. “XXX이야기는 들어봤니?” 그게 뭐야란다. 그렇다. 김용민이 8년 전에 한 수많은 인터넷 막장대화는 파면 팔수록, 캐면 캘수록 더럽고, 징그러운, 19금 스토리의 연속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땐 그게 그 사람의 일이었고, 방송의 목적이었으니.

 

사실 인터넷에는 입담꾼이 한정되어 있다. 특히나 정치풍자 부문에서는. 진중권 정도는 되어야 네티즌들이 빨려들고 동의하거나 반박할 터인데.. 모두가 고성국일 필요는 없다.  그런 면에선 김어준이 최고일텐데. 그런데 김어준은 모든 사람들보다 한 레벨 더 높은 사람이다. 정당으로 치자면 유시민에 준하는 최고대표위원급 말이다. 김용민은 그 라인에서 실제 전투를 치르는 최전선의 입담꾼 전사이다. 김어준이나 김용민은 과거엔 ‘19금의 추억’을 공유하는 인터넷 최강자들이다. 2000년대 초 <딴지일보>의 콘텐츠의 수위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김어준이나 딴지일보가 정상적인 저널리즘에서 한참이나 벗어나, 아니면 전혀 별개의 미디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난, 딴지일보 사이트에서 진행하던 자유게시판, 그리고 네티즌투표에 충격 받았었다. 아, 인터넷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해도 되나 보지. 글의 대상이 되는 사람, 투표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인권은 아예 존재하지 않나 보지.. )

 

평상복 차림의 유시민의원 (연합뉴스 2003.4.29)


유시민이 16대 국회의원으로 처음 국회에 갔을 때. 4.24 보궐선거에 당선되어 국회에 입성했다. 신입의원으로 의원선서를 할 때 그는 백바지에 면티, 청색 캐주얼 재킷을 입고 단상에 섰다. 그러자 평소 그를 달갑잖게 보는 의원나리들(쉽게 표현하자면 보수꼴통의 한나라당의원들)이 “국회의 권위를 무시하는... 생쇼”라며 유시민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깐느국제영화제 시사회장에 기자들은 턱시도 차림의 정장만 입장할 수 있다. 세계적인 딴따라의 전당에서도 권위와 품격을 요구한다!!!) 물론, 강기갑 의원은 예의 한복 차림으로 국회에 나간다.

 

국회에서 이런저런 잡스런 다툼이 벌어지면 우리 언론은 반백년 밖에 안 된 우리 의정문화에서 좋은 예를 찾기 어려워서인지 영국이나 미국의 의회민주주의를 자주 거론한다. 언어에 대한 품격을 유지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 오늘날의 민주대국을 만들었다는 그런 이야기. 혹시 TV를 통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이 장관 불려놓고 의정 질문하는 것 본적 있는가. 어찌 보면 참 기이한 장면이다. 만날 의원들이 싸움하고, 정부 욕하는 것 같지만.. 마이크를 잡으면 첫 멘트는 똑같다. “존경하는 의원동료 여러분, 존경하는 장관님....” 누굴 존경한단 말이지? 첫마디부터 거짓말하는 것 아냐?

 

자, 여기에 김용민이 국회에 진입한다면 불을 보듯 뻔 한 것 아닌가. 최루탄 가스를 뿌려도 “그럴 사항이었다.” 육박전을 펼쳐도 “어쩔 수 없었다.” 나꼼수스타일의 욕설이 난무해도 “그런 욕 들을만했다.”인 국회에서 말이다.

 

그런데 잠깐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는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고 언론의 자유가 있으니...  사기꾼도 개과천선(했다고 주장)하면 의원이 될 수 있고, 창녀도 국정에 참여할 수 있다. 먹고살기 위해 그 옛날 인터넷에서 포르노중계방송을 했다고해서 결격사유가 된다는 법조문은 없으니 말이다. 그 지역 주민들이 어떻게 그렇게 판단했다면 말이다.

 

19대 국회 모습을 그려보자. 박근혜 의원이 단상에서 “우리 민주주의가.. 어쩌구저쩌구. 저 한 목숨 바쳐... 민생을 살리고.....” 단하에서 어느 의원이  “X 까!”

 

그럼 조중동에서 , 유튜브에서 동영상이 넘쳐나고 갑론을박하겠지. “그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손가락 보지 말고 달을 보라고...” 그런 이야기도 나오겠지. ‘국회의원의 품격’과 ‘나꼼수 레벨의 속 시원~하다’라는 반응이 상존하는 국회가 될 것이다.

 

김용민이 의원뱃지만 달고 있지 않다면.. 그는 무슨 말이든 금도도 브레이크도 없이 떠들 수가 있을 것이다. 야당입장에서도 나꼼수는 활용하고 싶은 굉장한 우군이니 말이다. 근엄한 정치지도자가 ‘내심은 그래도 차마 말 못하는 사안’을 김용민은 육두문자를 써가며 네티즌의 귀를 마구잡이로 끌어당길 수 있으니 말이다. 그게 우리나라 ‘문제적 정치’의 생활정치화, 대중정치화의 첫걸음이 될지도 모른다. 그가 국회의원이 되는 순간. 이제 품격의 논란에 설 테니 말이다. 말은 그 사람의 얼굴이라며....  원래 그렇지 않은 사람을 당연히 그래야하는 사람으로 강제할 테니 말이다. 4년 내내 말이다.

 

그런데 김용민은 지역구 국회의원(후보)인데 이미 전국구 국회의원이 되어버렸다. 당선되면 여의도가 시끄러울 것이고, 정치토론프로가 더 재미있어질 것이다. 떨어져도.. 뭐.. 조금의 단기적인 타격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신의 길을 제대로 찾을지 모른다. 김구라가 어두운 과거를 털어내고 자리 잡았듯이. 김용민은 자신의 장기를 제대로 이어갈 것이다. 이미 베~린 몸. 이제 무슨 말을 못하리오. 나꼼수 팬은 원래 그런 김용민을 원했을 터이니 말이다.

 

나꼼수가, 아니 나꼼수 스타일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미디어 형식은 아니라고 본다.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물통 구조 속에는 이런 물고기 저런 플랑크톤이 마구 떠다니니 말이다.

 

근데 하워드 스턴 이야기는 왜 뺐냐고? 관심있음 찾아보겠지 뭐. (박재환, 20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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