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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念

[정봉주, 비키니, 그리고 표현의 자유]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12.02.07 14:20

 

‘봉도사’ 정봉주를 ‘지지’하는 ‘일부’ 사람들이 비키니 차림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고, 논란이 되었고, 후폭풍이 불고 있다. 내용은 간단하다. 정봉주가 감옥(교도소)에 부당하게 갇혀있고 동업자가 ‘성적 코드’의 유머를 한번 했더니 정치적 의식이 깨인 한 여성 지지자가 과감히 비키니샷을 올린 것이란다. 그리고 이쪽저쪽에서 그 사진, 그리고 그 행동을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이건 중국 광저우 지하철에 있는 안내판...  첫번째 그림 내용은 "노인, 어린이,임산부,아기를 안고 있는 사람, 장애인에게 자리를 양보합시다."라는 내용의 그림이다.


이 이야기하기 전에 10년 전에 있었던 일과 지금 일을 생각해본다. 10년 전에 인터넷에 게시판에 댓글다는 기능이 일반화(유행)되면서 네티즌들은 평소 자신이 품었던 이런저런 생각을 써올리기 시작했다. 공감, 혹은 반대의견이 날카롭게 오고가기 시작하던 시절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논란 인터넷 게시글’ 중에는 이런 것이 있었다. 한 네티즌이 ‘지하철경로석’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였다. 내용은 “젊은 사람도 피곤할 수 있고, 같은 돈 내고 전철 탔고, 나이가 뭐 대수라고 꼭 노인네만 그 자리를 앉아야하는 것인가?”라는 글이다. 논리적이고 정제된 글에는 일단 혹하는 나로선 꽤나 공감이 가는 글이었다. 댓글도 ”옳소, 그렇소..“가 있었다.  그런데 그 다음날 그 글에 대한 반응을 더 알고 싶어 다시 찾아가보니.. 댓글은 '반대'로 역전되었다. "너는 애비도 없냐.. ",  "너는 안 늙냐.." 같은  '경로석은 있어야한다'는 내용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싸가지없는 의견글'에 대한 '보수적 댓글'반응이었다. 그때..  "아, 인터넷이 아무리 젊은 세대 전유물이라지만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사고방식은 확실히 보수적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 그와 유사한 의견이 있다면 그렇게 절대적 보수의견은 형성되지 않으리라....)

여하튼 2012년. 가장 도발적이고, 의식적이고, 가치전복적인 비주류 미디어로 자임하던 ‘나꼼수’의 이번 스캔들은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간단하게 분석하면 이렇다. 나꼼수 자체가 반MB이며, 반한나라당 정서라는 가치지향적, 목적우선의 인터넷정치운동의 장(場)이 아니었던가? 그런 목적으로 시작되었고, 그런 목적아래 모든 언어와 의미와 연대가 형성되고 전파되고 사람들이 모여들고 열광했었던 것 아니었던가? 그렇지 않다며.. 이 동네에서 통하는 완벽한 책임회피성 용어로 ‘아니면 말구~’

길게 이야기할 것 없고. .사진을 올린다. 이 사진이다.


기존의 인터넷 트랜드로 봐서는 이런 사진 올라오면 하루도 안 되어 이른바 신상털기가 이루어지고 당사자의 사이월드, 블로그, 트위터, 개인정보, 전화번호 등등이 잇달아 유출되고.. 아마 각종 유사 사진들이 인터넷에 나돌 것이다. 그런데 다행인지  없다!

사실, 처음 저 사진 보면 ‘나꼼수’의 정치적 편향성을 이야기하기보다는 ‘화성인’ 류의 “아, 또 어디 쇼핑샵인가?” 라는 거부감이 들었었다.

정봉주는 '미래의 권력'이 아니라 분명 '어제의 국회의원', '오늘의 정치범' ,'내일의 유력주자'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가 팬이 많은 정치인이고 그런 팬 중에는 이런저런 생각과 행동력을 가진 사람도 많다는 것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여기서 잠깐. 미국이야기..




오바마가 대통령에 나왔을 때 그를 지지하는 정치세력도 비키니로 나섰다. (물론, 미국이야 원래 그런 나라이기는 하다만..... ) 비키니 차림의 여성이 “난 오바마 지지한다”며 유튜브에 동영상 올리자 인터넷에서 난리를 쳤다. 이 즈음부터 유튜브의 인기 동영상이 1,000만회를 넘는게 속출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이 여자는 한 순간에 인터넷 인기 뉴스걸이 되었다. 이후 너도나도 후발 지지자도 속출했고. 그러자 반대쪽 진영의 지지자들도 “우리도!” 라며 유사  캠페인을 펼쳤었다.



오바마의 ‘비키니걸’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이 ‘Crush On Obama'(오바마에 반했어!)라는 유튜브 동영상으로 잘 알려진 앰버 리 애팅거이다. 여전히 인터넷에서, 유튜브에서 이 여자를 찾을 수 있다. 지난 미국 대선당시 오바마의 반대진영에서는 맥케인도 있고, 줄리아니도 있었다.  '줄리아니 걸’은  비키니 입고 “난, 줄리아니를 지지한다!”고 유세를 떨었다. 특히 유명한 줄리아니 걸로는 아델리나 크리스티나라는 여자가 있었고 이 여자는 “줄리아니의 네 번째 아내가 되고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단다.

러시아는?



뭐, 러시아도 미국과 비슷하게 돌아간다. 블라드미르 푸틴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한창 대통령선거 누가 나갈 것이냐로 웅성거릴 때 그의 두 지지층이 미국과 유사한 비키니 전략으로 나온 것이다. 푸틴을 지지하는 여자는 ‘푸틴의 군대’로,  ‘메드베데프를 지지하는 세력은 ’메드베데프 걸스’로 불렀다. 이들의 지지층은 주로 20대 젊은 여자, 여대생이 주축이라고 한다. 이들은 비키니로 비치에 가는 것이 아니라 주로 세차장에서 세차 퍼포먼스를 펼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진이랑 동영상은 인터넷에 넘치니.. 생략..


살색, 도색, 선정적 정치 퍼포먼스

그런데.... 왜 이런 살색 캠페인을 펼칠까... 이유는 간단하다. 눈이 가니깐! 일단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으니깐. 그렇게 시선을 일단 모아모아..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를 펼치고 설득하고, 소통하게 되는 모양이다.

이런 ‘살색’ 캠페인은 모피반대 세력이 오래 전부터 해오던 방식이다. 동물보호단체인 PETA는 이런 캠페인에 너무 능해서 오히려 반감을 살 정도이다. PETA의 그동안의 활동상을 잠깐만 살펴봐도 휘황찬란하다.


PETA는 '여자'만 옷을 벗는 캠페인을 펼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남자도 벗는다!

그런데 PETA는 그런대로 동물보호라는 대의명분이 있는데.. 최근들어 정체불명의 ‘살색 캠페인’을 펼치는 단체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누드/란제리/비키니로 주로 시위르 펼치는 우크라이나의 여성인권단체 피멘(Femen)이다. 이 단체는 작년 일본 대지진때 “힘내라 일본”이라며 퍼포먼스를 펼친 것이 뉴스에 나면서 좀더 유명해졌다. 그런데 이 단체도 뒤져보면 정말 휘황찬란한 ‘살색 퍼포먼스’를 꾸준히 펼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ETA나 Femen 이나 자신들의 주의주장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 그런 과도한/희한한 퍼포먼스를 펼치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그렇다. 나이 지긋한 할머니할아버지가 정장입고 앉아서 “우리 인간적으로 동물의 껍질을 벗겨 목에 걸고, 몸에 두르는 그런 야만적인 모피이용을 하지 맙시다. 간절히 애원합니다.” 이렇게 기자회견한다면... 어느 신문사, 어느 매체가 관심이나 가질까. 적어도 이효리가 나서거나 보디페인팅 여자가 나서야... 하다못해 어느 찌라시 매체라도 관심을 가질테니...

정봉주 지지자의 자발적 퍼포먼스

그런데... 이번 사태에서 희한한 점은 출발점이다. 비키니를 어디에 올렸을까. 처음 올린 곳은 <나라와 정봉주 국민본부>라는 사이트였다. 가본 적 있는가? 사실 나는 처음 가 본다. 한창 때의 딴지일보(10여 년 전)나 지금의 디시갤에 비하면 이곳은 한가하기 그지없는 동네이다.  이 사이트에는 <1인시위 인증샷>이라는 코너가 있고 이곳에 열성지지자들이 ‘정봉주를 위한 지지행동 인증샷’을 올리고 있다.  기대한(?)만큼의 비키니샷은 없다. 그저 몇 장의 비키니샷이 올라와있다. 물론, 그게 인터넷에서 난리를 친 사진들이다.

패러다임의 대전환

요즘 인터넷에는 '옛날 관점에서 보자면 이해하기 힘든‘ 두가지 방식의 취재경향이 있다. 하나는 연예관련기사인데...  대부분 실시간으로  TV방송을 보고, 캡쳐하고, 내용을 딕테이션하는 기사가 있고, 또 하나는 인터넷(블로그나 트위터)을 보고 캡쳐하여 기사 하나를 뚝딱 만드는 경향이다. 둘다 엘리트 저널리스트나 훈련받은 기자들이 발로 뛰며 심혈을 기울여 크로스체크하며 기사를 작성하던 옛날과는 확연히 다른 취재방식이다.

정봉주 비키니샷의 경우 이러한 취재경향이 대표적으로 발현된 케이스이다. 정봉주 비키니샷은 지극히 폐쇄적인 동아리문화, 동류의식의 발현체 속에서 이루어진 자발적 지지행위였다. 그런데 그것이 ‘반대세력에 의해 부정적으로 사용될 개연성이 있는’ 기사퍼감이 되면서 원래의 ‘치기어린 동지감’은 ‘혁명적 사고, 멘탈붕괴’로 이어진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이젠 주류와 비주류, 감옥안과 감옥밖, (그런 개념의 연장선상에서) 여나 야가 대립하는 것이다. 물론 비키니샷 논란이 나왔을 때 공지영 작가가 불쾌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뒤늦게 몇몇 여성그룹 쪽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이는 예상가능한 반응이다. 워낙 멘탈붕괴급 사태라 보니 혼란이 올 수밖에. 마치 10여년전 지하철 경로우대석에 대한 논란처럼 말이다. 주저주저할 수 밖에. 혼란은 우리편인가 아닌가에서 출발하겠지만 결론은 '이제는'인가 '아직은'인가의 문제이다.

길게 봐서...  정봉주 비키니샷은 웃기는 정치 퍼포먼스이다. 이상하게 볼 것도 없고, 색안경쓸 것도 없는. 한국사람의 이중성을 말하고 싶다. ‘나꼼수의 수컷주의 본성의 발로’라기 보다는 ‘정치적 근엄성과 생활정치의 조우에 빚어지는 인지부조화’라는 것이다.

벗든지말든지 원래 관심없는 자에겐 관심없고
입든지말든지 원래 관심있는 자에겐 관심있는

흔한 말로 ‘내가하면 로맨스 니가 하면 스캔들’인 것이다.


참. 어떨 때 벗어야하냐고? 중국의 노동시위현장 사진에서 본 기막힌 '컷'이다. 이 남자 가진 것은 정말 *알 두쪽 뿐인 모양이다. 이 중국아저씨는 "밀린 임금 지급하라! 우리애를 살려야한다!"라는 내용을 항의글을 들고 있다.  중국 아저씨의 가슴 터지도록 처절한 절규가 느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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