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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화리뷰

[컨테이젼] 아무것도 만지지 마라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11.09.19 14:21

(이미지: 접촉의 순간, 전염의 순간)


광활한 우주공간에선 티끌같은 존재에 불과한 지구에서, 인류는 오랜 세월 극한의 상황을 이겨내며 생존해왔고 진화해왔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전 인류 공멸의 위기에 내몰려있다. 공룡이나 바퀴벌레뿐만 아니라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인류는 생존자체를 위협받는 병균의 습격을 여러 차례 받았다. 14세기 유럽을 휩쓴 흑사병으로 당시 유럽인구 절반이 죽었다고 한다. 1918년 스페인독감으로 5천 만명이 사망했단다. 최근에는 사스(SARS)에, 조류 인플루엔자에, 신종 플루 같은 것이 유행했다. 다행히 인류는 살아남았지만 여전히 우리들 주위엔 더 독하고 더 끔찍한 바이러스가 호시탐탐 인류절멸의 기회를 노리고 있을지 모른다. 이런 전 인류적 전염병은 대체로 사람 사이의 접촉으로 이루어진다. 악수를 통해, 키스를 통해, 누군가가 잡았던  문 손잡이를 통해, 공중전화 송수화기를 통해서 말이다. 그 끔찍한 공포의 접촉순간을 다큐멘터리처럼 재현한 영화가 개봉된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어 극찬을 받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컨테이젼>(전염이란 의미)이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오래 전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라는 소품으로 평론가의 극찬을 받았고 수많은 인간군상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트래픽>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었다.

홍콩바이러스, 눈 깜짝할 사이 전 지구를 덮다


홍콩에 출장온 기네스 팰트로우는 카지노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여러 사람 손을 거쳤을 칩으로 게임을 즐기고 칵테일 잔을 들고 옆 사람 어깨도 만진다. 그는 미국으로 돌아오는 시카고 공항의 바에 앉아 음료를 마시고 웨이터에게 신용카드를 건네준다. 그리곤 전 남편을 만나 하루를 보낸다. 그 시각 도쿄의 붐비는 버스 안에서 한 사람이 기침을 하더니 벨을 누르고 하차한다. 홍콩에선 한 젊은이가 각혈을 하더니 혼수상태에 빠진다. 그리고 런던과 제네바에서도 사람들이 악수를 하고, 회의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 등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면서 알게 모르게 공포의 바이러스가 전달된다. 미국 미네아폴리스에의 집으로 돌아온 기네스 팰트로우는 남편 맷 데이먼과 아들과 반갑게 포옹한다. 그리고 그날 저녁 고열에 시달리더니 병원에 실려가자마자 죽는다 곧이어 아들까지. 알 수 없는 치명적 병균에 전염된 것 같다는 의사의 말에 망연자실한 남편. 그 사이에 세계 곳곳에서는 유사한 증세로 사람들이 쓰러지고 죽는다. 전 인류 대재앙의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미국의 질병통제센터의 로렌스 피시번 박사도, 제네바 who의 마리옹 꼬띠아르 박사도 이 공포의 전염 바이러스의 정체를 알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바이러스에서 숙주를 채취하고 임상실험을 통해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분초를 다툰다. 그 시간에 손잡이를 통해, 공기호흡을 통해, 물잔을 통해 바이러스는 기하급수적으로 번져만간다. 미국정부는 확산을 막기 위해 군대를 투입하여 사람들의 이동을 통제하지만 여전히 인터넷에서는 믿지 못할 소문과 황당한 치료비법이 횡행한다. 개나리꽃 즙을 갈아마시면 특효라고, 미국정부와 짜고 어느 제약사에서 백신을 독점공급하니 그 주식을 사 놓으라는 유언비어까지. 결국 얼마나 많은 인류가 희생되었는지 모를만큼 시간이 흐른 뒤 가까스로 백신개발에 성공하고 또 한차례 백신 공급을 둘러싸고 소동이 벌어진다. 백신을 제때 먼저 받기 위한 혼란과 무질서 속에서 헌신적 희생이 빛을 발하게 된다.


 

2002년 홍콩 사스의 경우


이 영화를 보면 2002년 전 지구를 공포를 몰아넣은 사스(SARS)를 떠오르게 한다. 사스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이다. 현재 2002년과 그 이듬해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휩쓴 SARS의 대체적인 전염경로는 파악된 상태이다. 홍콩 바로 이웃 중국 광동성에서 시작된다. 광동성은 예부터 ‘책상 빼고 다리달린 것은 뭐든지 먹어치우는’ 식도락의 동네로 알려져 있다. 각종 혐오식품을 뛰어넘는 몬도가네의 본고장이다. 사스 발생 뒤 홍콩의 의료진, 학자들은 목숨을 건 연구에 매달렸다. 홍콩대학 연구팀의 연구결과 사스 바이러스는 사향고양이, 뱀, 박쥐, 원숭이, 오소리 등 야생동물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특히 사향고양이 6마리에서 발견된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스 바이러스이 유전자배열구조와 99% 일치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향고양이의 정확히는 ‘가면팜사향고양이’를 가리킨다. 광동성 등 아시아 일대에 서식하는 이 동물은 주로 과일을 먹기에 중국에서는 궈즈리(果子狸,과일여우)로 불린다. <본초강목>에도 등장하고, 중국 황제의 밥상에도 올라간 대단한 식재료이다. 어떤 부위를 어떻게 요리하는지 몰라도 여하튼 광동성 일대에서는 여전히 식도락가의 대상이다.

중국학자들의 역학추적결과 최초의 사스 의심환자는 광동성 하원(河源) 시의 왕행(王杏)이란다. 그는 궈즈리(가면팜사향고양이)를 접촉하는 과정에서 전염되었다고 한다. 증세가 폐렴과 비슷했다. 이 때문에 사스는 중국에서 비전형성폐렴(非典型肺炎), 약칭하여 비전(페이덴)으로 불린다. 광동성에서 이 병이 광범위하게 퍼져나갈 때 외부로 알려지기로는 홍콩의 피해가 가장 컸다. 여행, 무역, 이민자가 홍콩으로 매일 쏟아지니 왔기 때문. 홍콩에서 곧이어 베트남, 싱가포르, 대만, 그리고 캐나다 토론토로 퍼져나간 것이다. 그중 전염경로 중 가장 잘 알려진 케이스는 이런 것이다. 2002년 년말 원인불명의 병원균에 의한 피해가 광동성 일대에서 산더미처럼 늘어날 때 중국정부는 ‘페이덴’에 대한 철저한 보도통제를 실시한다. 연말에는 이미 각종 유언비어가 퍼지고 있었다. 이듬해 2월 21일, 광동성 광저우 중산대학의 퇴임 의대교수 류젠룬(刘剑伦)이 홍콩의 친척 결혼식에 참석한다. 이미 사스에 감염된 그는 홍콩 경화호텔 911호에 묵었고 이곳에 체류할 동안 그를 스쳐간 7명의 여행객이 전염된다. 류 교수는 다음날 홍콩병원에 입원했고 3월 4일 사망한다.

그림: Carlo Urbani (~2003.3.29. 향년 46세)

또 다른 케이스는 2월 말, 상하이에서 활동하던 미국인 비즈니스맨 조니 챈이다. 그는 홍콩을 거쳐 베트남 하노이에 입국했다가 고열로 쓰러진다. 하노이 병원의 의료진 다수로 전염된다. 하노이 병원 측은 WHO소속 전문가인 이탈리아 내과의사 카를로 울바니(Carlo Urbani) 박사를 부른다. 그는 이 환자의 증세가 인플루엔자와는 다른 고위험성 전염병에 걸린 것으로 확신한다. 그는 이 증세를 SARS가 부르고 세계보건기구에 그 위험성을 경고한다. 이 과정에서 본인도 전염되고 결국 울바니는 3월 29일 태국에서 사망한다. 환자 조니 챈은 홍콩에서 치료받다 사망한다. 이후 세계보건기구는 이 치명적 병에 대해 전 지구적 경보를 내리고 사스 퇴치에 매진한다. 이 과정에서 홍콩과 중국에서는 많은 의료진들이 희생당한다.

전염되지 않기 위해선? 손을 씻자

결국 2002년~2003년의 사스 파동에서 8069명이 감염되어 775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는 중국이 348명, 홍콩이 299명, 싱가포르가 32명에 이른다. 한국은 감염자가 3명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이웃하고 있으면 왕성한 인적교류가 이어지는 한국에서 의외로 별 탈없이 무사히 넘어간 이유가 무엇일까. 그에 대해 중국언론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결국 한국은 위생적이며 깨끗하다는 것이다. 그때 주목받은 한국적 위생관념이 ‘빨래를 삶고 매끼 김치를 먹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사향고양이 먹는 사람도 없고 말이다. 만약, 건강하게 잘 살고 싶으면 빨래는 삶고, 매 끼 김치를 먹고, 사향고양이 먹지 말아야할 것이다.그리고 화장실 볼일 보곤 꼭 손을 깨끗이 씻고 말이다.

(이미지:  식물계- 십자화목 - 십자화과 - 대청속- 대청 )

영화 <컨테이전>에서는 전 세계가 펜더믹에 빠질 때 문제의 ‘파워 블로거’가 특효약이랍시고 자신의 블로그에 ‘개나리꽃 이야기’를 해댄다. 절망에 빠진 사람들은 개나리꽃 약재를 얻기 위해 아비귀환에 빠진다. 2002년 말 중국 광동성에서는 병원에서 사람들이 마구 죽어간다는 소문과 함께 각종 유언비어가 난무했다. 치료제로 식초를 마시고 ‘판란껀’(板蓝根)을 다려먹으라는 것이었다. 이게 뭔 식물인가 찾아보니 대청(大靑)이란다. 사진을 보니 개나리꽃 비슷하게 생겼다. 당시 중국정부는 미확인전염병 ‘페이덴’에 대핸 철저한 보도통제를 하였고 그 때문에 민간에서는 별 희한한 비방이 쏟아졌으리라. 근데 왜 ‘노란 꽃’이었을까.

거장 감독, 명배우들의 명품 재연드라마

참, 영화 이야기. 영화는 재미있다. <트래픽>에서 수많은 인물들이 물고 물리는 이야기를  매끄럽게 뽑아냈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바이러스의 전염경로를 의학다큐멘터리를 만들 듯 유려하게 그린다. 실제 홍콩에서는 사스를 논할 때면 의료진들의 살신성인, 멸사봉공의 이야기를 잊지않고 꼭 한다. 그들은 불명의 상태에서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치명적 바이러스에 대항한 것이다. 이 영화에서도 쥬드 로 같은 영웅주의에 빠진 음모론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목숨 걸고 바이러스에 대항한 의료진이 많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런 전 지구적인 극한의 공포를 앞에 두고 일반인들은 제한된 정보와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시간 앞에서 평상심을 갖고 기다리기란 힘들 것이다. 이 영화는 전염병에 대항하는 위생관념이라는 측면과 함께 SNS와 인터넷 세상에 오히려 날로 위력을 떨치는 유언비어에 대한 이성적인 자기판단의 중요함을 일깨운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를 받아본 사람들로 가득하다.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는 <트래픽>으로 감독상을 받았고, 여자주연상을 받은 사람이 셋이나 한꺼번에 출연한다. 귀네스 팰트로우(세익스피어 인 러브), 마리옹 꼬띠아르 (라 비앙 로즈), 케이트 윈슬렛(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이다. 맷 데이먼은 <굿 윌 헌팅>으로 (연기상이 아닌) 각본상을 받았었다. 이렇게 휘황찬란한 영화인 사이에 언급해야할 배우로 잠깐 등장하는 조시 호(Josie Ho)가 있다. 전염병에 희생된 아들을 아들을 잃고 슬퍼하는 홍콩 여인 역으로 등장한다. 하초의(하초의)이다. KBS드라마 <도망자>에도 잠깐 등장한 배우이다. 이 여배우는 마카오 최고의 카지노 대부 하홍신(何鴻燊,스탠리 호)의 두 번째 부인의 막내딸이다. 하홍신은 마카오뿐만 아니라 중화권 통틀어 최고부자 중 한 사람이다. 그가 가장 아끼는 딸이란다.  (박재환, 201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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