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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영화리뷰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추억을 공유합니다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11.07.04 17:12



지난 주말 대한민국 극장가는 온통 <트랜스포머3>로 초토화되었다. 극장은 많고, 좌석은 남아돈다지만 특별히 여름 성수기를 맞아 ‘지난 주말’ 극장을 찾은 영화팬들로서는 불만이 없을 순 없을 것이다. 몇몇 영화들은 트랜스포머가 설치는 영화관에서 틈새를 노려 겨우 상영된다.  이번 주말 상황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다. 7일 개봉예정인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라는 대만영화도 그러하다.  대만영화는 가만 보면 꽤 흥미롭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해운대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다. 이 기간에 대만영화는 꼭 서너 편 상영된다. 그때가 되면 대만의 영화당국 책임자와 영화감독, 배우들이 부산을 꼭 찾아 자기네들 영화 홍보에 열을 올린다. 이들 대만영화는 아자기하고 쏠쏠한 재미가 있다. 아마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인도 춤 영화, 태국 호러 말고는 이들만큼 자기네 영화의 아이덴티티를 잘 갖춘 나라도 드물 것이다. 대만영화는 소영화적 재미로 가득한 특징을 갖고 있다.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도 그러하다. 캐릭터도, 스토리도, 배경도 100% 그들만의 세상이다. 나오는 사람도 친근한 친구와 가족이며 그들의 일상의 삶이 그들의 도시에서 펼쳐진다. 마치 ‘몰랑몰랑한’ TV드라마를 보는 것 같이. 닭살이 돋든 손발이 오그라지든 말이다.

타이베이 숭산구 푸젠가  두오얼 카페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의 한 주택가에 조그만 카페 하나가 문을 연다. 카페의 이름은 주인의 이름을 딴 뚜오얼 커피가게이다. 뚜오얼(朵兒,계륜미)은 조용한 카페에서 라떼를 내리고, 달콤한 티라미스 케이크를 만들어 손님에게 내놓고 싶어 하는 작은 소망을 갖고 있었다. 마침내 동생 창얼(朵兒,임진희)과 함께 조그만 카페를 연 것이다. 그런데 오픈 전날 자동차 접촉사고를 낸다. 그 사고 덕분에 상대 트럭에 가득 실린 카라 꽃을 카페에 갖다놓게 된다. 산더미 같이 쌓인 카라를 어떡하지. 손님들에게 나눠줄까. 게다가 친구들이 오픈 기념으로 온갖 잡동사니를 선물이라고 들고 와서는 가게에 놓고 간다. 동생이 문득 새로운 아이디어,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해낸다. 전당포의 철 지난 물건까지 합세하여 카페의 잡동사니는 카페를 찾는 손님을 위한 좋은 유인거리가 된다. 커피를 마시러 온 손님들은 이곳에 쌓인 물건 가운데 마음에 드는 물건을 갖고 가면 된다. 대신 자기도 다른 물건을 하나 가져와야하는 것이다. 이른바 물물교환 시스템(以物易物)!  태국어로 쓰인 메뉴판을 갖고 싶은 손님은 마땅히 맞바꿀 물건이 없어서 대신 막힌 하수구를 뚫어준다. 이렇게 소문이 나기 시작하고 뚜어얼 커피가게는 명소가 되어 중국단체관광객도 찾아온다. 그리고 웬 분위기 있는 남자가 찾아와서는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는 비누 35개를 놓고 간다. 그는 이 비누에는 35개의 스토리가 있다고 말한다. 비누를 바꾸든지 이야기를 만들어내든지. 그렇게 뚜오얼 커피가게는 타이베이의 조그만 물물교환의 장터가 되고, 교류의 장이 되며, 사교의 현장이 되고, 이야기 공작소가 되어간다.

귀엽고 깜찍한 영화

몇 해 전 한국에서 별스럽게 흥행성공을 거둔 주걸륜의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신선한 얼굴이 있었다. 바로 대만의 계륜미였다. 1983년생인 계륜미는 2002년 대만영화 <남색대문>으로 영화에 데뷔한 뒤 꾸준히 대만영화, TV드라마, 광고에 출연해 왔다. 계륜미가 출연한 영화는 초반에 이야기한 ‘대만영화’의 특징을 잘 살린 그런 영화들이다. 계륜미는 그런 영화에서 거의 비슷한 이미지로 출연했고 말이다. 이 작품 또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에서 맹랑한 동생 창얼(薔兒) 역으로 나온 배우는 린천시(林辰唏,임진희)이다. 원래 음악 그룹의 보컬리스트였단다. TV에서 미소녀 이미지로 주목받았고 이번에 첫 영화를 찍게 되었다.

영화에서 35개의 비누를 가져와서 35개의 이야기를 만들게 한 남자 군청 역으로 나온 배우는 장한(張翰)이다. 뉴 페이스인줄 알았는데 꽤 오랫동안 대만 영화계를 지킨 영화인이다. 그의 필모그라피에는 양덕창의 걸작 <고령가소년살인사건>도 있으니 놀랄 일이다. 이 영화의 제작은 대만 영화계의 거장인 후효현(허우샤오시엔)이 참여했다. 영화 초반에 카페 가게 꾸밀 때 잠깐 등장한다.

뚜오얼은 장한이 두고 간 비누에 얽힌 전 세계 도시들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형상화시킨다. 그 예쁜 그림은 누가 그렸을까. 대만의 유명 일러리스트 오맹예(吳孟芸,우멍윈)이다. 대만에선 이 영화가 개봉된 뒤 영화에 나온 ‘꾸며낸’ 이야기와 그 삽화를 모아 <커피숍 교환이야기>(咖啡馆里的交换故事)라는 제목의 책이 나왔다. 혹시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보고 대만을 찾았던 사람이 있었던 것처럼 이 영화를 보고 대만을 찾는다면 덤으로 이 책도 기념으로 간직하시길.

타이베이 영화, 36번째 이야기는?

 

영화에 등장하는 두오얼 카페(朵兒咖啡館)는 영화를 위해 실제 만든 카페이다.   영화개봉 뒤에도 지금도 운영 중인 모양이다. 위치는 수도 타이베이 송산구 푸젠가(台北市松山區富錦街 393號)에 있다. 우리나라 김포공항 같은 국내선 전용 송산(松山)공항이 근처에 있다.  아마도 타이베이 관광당국이 영화 제작/촬영에 관여한 모양이다. 타이베이만 하더라도 볼만한 곳이 많은데 의외로 이 영화는 그런 타이베이의 아름다움과 특별한 장소를 다루지는 않는다. 오히려 타이베이의 풍광과 일반적 이미지는 최소화시켰다는 느낌이 든다. 카페도 ‘꼭 그곳에만 있는 그런 특이한’ 모습을 띄는 것도 아닌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보는 내내 사람을 조용히 끌어들이는 수다와 귀여움, 애정이 있다.

남녀주인공의 직업으로 보자면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의 이미지를 벗어날 순 없다. 그렇다고 알콩달콩한 남녀의 사랑을 다룬 작품도 아니다. 타이베이를 애타게 가보고 싶게 만드는 관광홍보영화도 아니고 말이다. ‘진실로 가치 있는 게 무엇인가?’라고 끊임없이 묻지만 실제 영화를 보고 나서는 ‘저 그림 하나 갖고 싶다’라는 생각은 들지 모르겠지만 커피향 같이 깊은 인생의 가치를 반추하게 할 정도는 아니다. 솔직히 그 카페가 잘 되든지 말든지, 장한과 뚜오얼이 연인이 되든지 말든지, 비누가 다 팔리든지 말든지 신경을 안 쓰도 되는 그래서 오히려 속이 편한 작은 영화이다. 대만영화는 이처럼 소소한 풍광을 잘 담아낸다. 35개의 이야기가 그렇다면 각자 36번째 이야기를 만들어보기 바란다. 더 작을수록 더 아름다울지 모른다.  참, 이 영화 감독은 소아전(蕭雅全,샤오야취앤)이다.  (2011.7.4)

추신. 대만(타이완)의 수도는 대북(臺北)이다. 올바른 표기는 ‘타이베이’이지만 영화제목은 ‘타이페이’로 내걸렸다.

참고. 혹시 <미아오 미아오>(먀오먀오) 떠올린 사람 있나요? ▶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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