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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영화리뷰

[타뢰대] 30회 홍콩 금상장 작품상 수상작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11.04.20 16:57

쿵푸, 혹은 쿵푸 정신, 또는 쿵푸인의 情


지난 주 홍콩에서는 중화권에서 최고의 지명도와 명성을 가지고 있는 홍콩 금상장 영화시상식 (香港電影金像獎/ Hong Kong Film Awards)이 있었다. 올해로 30회째. 지난 몇 년 동안 홍콩영화계의 몰락을 상징이라도 하듯이 금상장 수상결과는 유별났다. 홍콩본지 영화는 갈수록 적어지고, 홍콩과 중국의 합작영화가 대세를 이루었다. 게다가 지난 몇 년 동안 <명장>, <엽문>, <8인: 최후의 결사단> 등 중국의 자본으로 만들어진 대작 액션물이 최우수작품상을 잇달아 수상했었다. 올해의 결과는? 홍콩과 중국의 언론들은 홍콩 금상장이 참으로 오랜만에 ‘홍콩영화’에 손을 들어주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우수 작품상은 <타뢰대>(打擂台, Gallants)라는 작품에 돌아갔다. 사실 이 작품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소품이다. 올해 초 열린 홍콩영화평론가학회 대상(香港電影評論學會大獎)을 탔을 때에도 ‘홍콩영화인의 자존심’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금상장까지 차지하니 영화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질 수밖에. 급하게 영화 보고 리뷰한다.

무기력 남(男), 쿵푸 도장에 들다

영화는 옛날 흑백필름으로 쿵푸대결을 보여준다. 6~70년대 무술대결장(打擂)은 피가 충만한 영웅의 탄생지라고 말한다. 승자는 영광과 인기를, 패자는 모든 것을 잃는다고. 그리곤  샐러리맨 양경상(梁景祥)의 과거를 보여준다. 개구쟁이 어린 시절. 홍콩의 시골 마을에서 그 시절 그 또래 애들이 다들 그렇게 놀았듯이 쿵푸 대결을 펼친다. 이때만 해도 양경상은 찌질이 친구를 일방적으로 두들겨팰만큼 싸움에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커가면서 그는 대부분의 홍콩 남자들이 그렇게 변하듯 소시민이 되어간다. 회사에서 상사에게 찍 소리 못하고, 업무도 제대로 못하는 그런 무능한으로 낙인찍혀 시골마을 영업사원으로 쫓겨난다. 동네사람 만나서 재개발을 독촉하는 업무. 그런데 그곳에서 동네 깡패들을 만나 실컷 두들겨 맞는다. 이때 나타난 정의의 사나이. 아순(林良淳/ 양소룡 분)이다. 한쪽 다리를 저는 노친네 아순은 절묘한 쿵푸 실력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악당들을 물리친다. 양경상은 노친네에게 쿵푸를 가르쳐달라고 부탁해보지만 한사코 거절한다. 노친네를 쫓아 한적한 찻집까지 간다. ‘羅記茶樓’ 간판마저 퇴락한 이곳은 구구한 사연이 있었다. 30년 전 이곳은 나신(羅新) 사부의 ‘나신문’(羅新門) 도장이었다. 최고의 쿵푸 실력을 가졌던 나신 사부가 어느 날 다른 문파의 ‘등’ 사부(鄧勝武)와 대결했다가 풍을 만나 식물인간처럼 침대생활만 하게 된다. 전혀 의식을 찾지 못하는 사부 곁을 모두 떠났지만 두 제자 아순(林良淳/ 양소룡 분)과 아성(陳德成/ 진관태 분), 그리고 사부를 연모하던 사제 아분(芬, 소음음 분)만이 스승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그런 사연을 전혀 모르는 젊은이가 이곳을 찾아왔고 곧이어 마을 깡패들이 보스를 데리고 쳐들어온다. 예전에 사부를 무릎 꿇린 ‘등’ 사부의 사람들이다. 사부의 애제자 아순은 다리를 저는 상태이고, 아성은 한쪽 팔이 부자유스런 상태. 최악의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던 순간, 기적이 일어난다. 30년간 의식불명이던 스승이 눈을 번쩍 뜬 것이다. 그런데 스승 라신(태적라빈 분)은 기억력이 혼란스럽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젊은이 양경상을 제자로 여기고, 진짜 애제자 둘은 제자의 제자(師孫)로 여긴다. 라 사부는 TV에 나온 격투기도전 프로그램(打擂台) 광고를 보고는 이 대회에 참가하고자 한다. 지옥훈련을 잠깐 거친 뒤 놀랍게 실력이 향상된 경상이 출전신청을 나섰다가 ‘등 사부’의 제자인 방청(龐青, 진혜민 분)의 술수에 말려 자격을 잃게 된다. 게다가 사부마저 목숨을 잃게 되자 두 제자는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방청의 수제자와 대결을 펼치게 된다. 결국 마지막 대결에 나선 것은 한쪽 다리를 저는 왕년의 선수 아순. 아순은 “세상이 모두 도전판이다. 이왕 나간 시합은 이겨야한다.”는 스승의 평소 지론대로 부활의 발차기를 보여준다.

진관태, 태적라빈, 그리고 양소룡

이번 금상장 영화시상식에서 이 영화는 최우수작품상과 함께 남녀조연상과 음악상을 받으며 4관왕이 되었다. 30년간 식물인간으로 지내다 깨어난 괴팍한 사부 역을 맡은 태적라빈(泰迪羅賓)이 남우조연상을, 그리고 식물인간이 된 사부 옆에서 30년을 기다린 ‘할머니’ 아분 역의 소음음(邵音音)이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태적라빈은 워낙 특이한 외모를 지녔기에 그를 기억하는 홍콩영화팬은 많다. <귀마지다성>(81) 같은 서극 영화의 코미디 탐정 영화에 주로 출연했던 배우이다. 영어이름은 Teddy Robin이고 배우로서 뿐만 아니라 가수로도 이름을 날렸다. 이 영화에서는 그가 부르는 ‘랩’도 감상할 수 있다. 이 작품 전에는 서극 감독의 <적인걸>에서도 잠깐 출연했었다. 소음음(邵音音) 역시 1970년대부터 홍콩영화에서 맹활약했던 원로배우. 특히 쇼브러더스 영화에서 오랫동안 ‘섹시 스타’로 인기를 누렸다. 1978년 <관인아요>(官人我要)가 깐느에서 상영되었을 때 소음음은 ‘China Doll’로 불리기도 했다. 요즘도 꾸준히 홍콩영화에 출연하는 대배우. 2008년에 이어 올해 또 다시 금상장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실제 나이는 65세)

그리고 상은 못 받았지만 역시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진관태와 양소룡이다. 양소룡은 한때 이소룡-성룡과 함께 홍콩 三龍의 한 사람으로 불렸다. 수많은 쿵푸액션영화와 쿵푸드라마를 통해 홍콩인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리얼액션 스타. 한동안 영화판을 떠났다가 지난 2004년 주성치의 <쿵푸 허슬>에서 화운사신 역으로 복귀하며 단박에 인기를 되찾은 스타.  진관태 역시 동남아무술대회 챔피언 출신으로 영화계에 뛰어든 리얼 액션스타. 1970년 이후  장철 감독의 <자마>, <소림제자>, <신타> 등 수많은 쇼 브러더스 쿵푸/액션 영화의 주인공으로 기억되는 배우이다. 최근 <용호문>과 <금의위>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다.

이 영화 <타뢰대>는 어찌 보면 이 두 배우, 양소룡과 진관태를 위한 영화이다. 아무리 <아바타> 같은 영화가 횡행하고, 말도 안되는 중국합작의 판타지 액션물이 홍콩 극장가를 휩쓸더라도 여전히 홍콩 영화인들이 직접 만든 홍콩 액션영화의 원류와 정감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노스탤지어 영화인 것이다.

영화는 처음에는 홍콩의 무력한 도시남, 샐러리맨 황우남(黃又南)의 ‘원기회복 프로젝트’식으로 진행된다. 마치 송강호가 나왔던 <반칙왕>처럼. 찌질한 인생, 무언가 ‘또 다른, 화끈한 내가 되어보자!’는 심정으로 쿵푸의 달인을 만나게 되지만 그 쿵푸 달인도 시대의 흐름에 잊혀져간 인물이 되었거나 소소한 삶에서 변방으로 밀려난 신세였던 것이다. 사부는 줄곧 힘과 쿵푸정신을 제자에게 설파하지만 사부 스스로는 젊은 여자만 보면 농담을 하고 작업을 거는 스타일이다. 소소한 인생을 즐겁게 살아가는 주의!

홍콩 쿵푸, 30년 만에 기지개를 펴다

결국, 스승의 유명대로 대결에 나간 제자는 한쪽 다리가 불편한 아순. 한참 치고 박고 싸우지만 승패는 명약관화해 보인다. 하지만 죽도록 얻어맞아도 ‘하면 할 수 있다!’ 혹은 ‘꿈과 희망’을 가지면 이길 수 있다는 스승의 지론대로 싸우다가 결국은 주저앉는다. 하지만 하늘을 보고 껄껄 웃는다. 이에 모두들 따라서 헛웃음을 짓기 시작한다. 승자도 패자도 없다. 단지 상대측 사부가  “너 이해하겠니? 수십 년이 지나면 알게 될거야...”라고 말한다. 홍콩 쿵푸/액션 영화사상 유일하게 승부를 완결 짓지 않고 모든 것을 ‘관객에게’  맡긴 영화인 셈이다.

이 작품은 중국에서는 작년 6월 개봉되었었다.  중국영화팬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이 출연한 셈이고, 영화분위기가 거의 홍콩 올드 팬들의 복고풍이라 흥행성적은 저조했다. 중국에서 100만 위앤. 홍콩에서 토탈 450만 홍콩달러를 벌어들인 것이다. 이 영화는 유덕화가 제작한 영화이다. 유덕화는 이 영화를 위해 800만 홍콩달러를 투자했는데 본전도 못 건진 셈이다. 유덕화는 오래 전부터 영화제작에 관심을 가졌었고 몇 해 전부터는 ‘차세대 홍콩/중국 영화인 양성’에 주력해왔다. 중국의 닝하오 감독의 <크레이지 스톤>은 작품성과 함께 흥행면에서도 대박을 터뜨려 유덕화의 이름값을 한층 높였다.  이번 <타뢰대>도 유덕화의 선구안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 영화는 곽자건(郭子健)과 정사걸(郑思杰)이 공동감독했고 유덕화의 친구이기도 한 임가동이 프로듀서를 맡았다.

크게 성공할 수 없는 영화지만 장철 감독에서 두기봉에 이르기까지 홍콩액션 영화의 정서를 기억하는 영화팬에게는 뭔가 느낌이 색다른 영화인 셈이다.  (박재환, 20111.4.20)


진관태, 양소룡, 소음음, 태적라빈.. 모두 그 옛날 그 모습으로 포스터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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