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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화리뷰

[블랙 스완] 처녀와 창녀, 그리고 완벽한 백조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11.03.01 20:39

지난 주말(LA 현지시각) 열린 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예상대로 여우주연상은 <블랙 스완>에서 열연한 나탈리 포트만에게 돌아갔다. <레옹>에서의 그 깜직 맹랑한 소녀 마틸다가 언제 저렇게 화려한 오스카의 주인공이 되었는지 대견하기도하다. <블랙 스완>은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발레 공연에서 여주인공 역을 간절히 원하는 한 소녀의 정신적 방황을 다룬 심리 드라마이다. 나탈리 포트만의 발레에 대한 열정과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여전한 환상적 연출력은 이 영화를 통해 소녀의 성장 공포를 절절히 그려낸다.

백조와 흑조의 완벽한 조합


뉴욕발레단은 새로운 공연을 준비 중이다. <백조의 호수>를 새롭게 해석하여 무대에 올리려는 감독은 주인공을 누구에게 맡길지 고민 중이다. 청순, 가련의 순백의 영혼을 지닌 백조 역으로는 니나가 적임임을 잘 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관능과 죽음의 이미지를 가진  흑조를 연기하기에는 어딘가 많이 모자란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왕자의 사랑의 기다리는 순수한 백조의 틀에 갇힌 니나는 이제 욕정 가득한 흑조의 사악함까지 동시에 발레로 승화시켜야한다. 감독은 새로운 시즌을 위해 백조와 흑조를 동시에 연기할 발레리나를 뽑기 위해 몇몇 후보를 고른다. 그 때부터 니나는 지독한 성장통에 시달린다. 그녀의 좁은 아파트에는 똑같은 꿈을 안고, 똑같은 발레리나의 길을 걷다 중도에 포기하고 지금은 니나 하나만을 믿고 사는 어머니가 있다. 니나는 마치 알을 깨고 나오려는 듯 자신의 육신의 성장을 애타게 시도한다. 발레단 감독이 원하는 흑조가 되기 위해서, 그리고 백조의 울타리를 굳세게 지키는 어머니의 그림자, 아니 족쇄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내부에서 존재하고 있는 미성장의 단계를 끊고 폭풍 같은 성체로의 비상을 위해. 그 정체성 혼란의 끝단에서 뛰어내리기 위해 니나는 추고, 추고, 또 춘다. 백조의 화려한 비상을.

누구나 짐작한 여우주연상 나탈리 포트만


나탈리 포트만은 어릴 때 발레를 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피나는 발레연습을 했다고 한다. 얼마 전 TV에서 러시아 볼쇼이 발레학교를 보여주었다. 어느 분야든 그곳에서 일가를 이룬 달인이 되기 위해서는 바쳐야할 피와 땀과 노력이 보통이 아닐 것이다. 아마도 정말 발레전문가가 보면 나탈리 포트만의 발레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반 영화팬이 보기엔 영화 속에서의 나탈리 포트만은 최고이다. 그녀는 차이코프스키의 발레를 하는 것이 아니라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백조를, 그리고 포트만 자신의 흑조를 연기한 것이다. 나탈리 포트만은 발레를 정말 열심히 배운 모양이다. 외신을 보니 포트만은 이 영화를 위해 특별히 1년을 하드 트레이닝을 했단다. 그리고 알려지다시피 그녀에게 발레 지도를 하던 발레리노와 연인관계로 진화했고 말이다. 참으로 대단한 여배우이다.

이 영화는 무대의 중심에 올라 모든 관객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려는,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발레단의 수많은 후보들 속에서 최고의 실력을 가진 모습을 보여주어야한다.  니나에겐 실력/재능이 모자라거나 거대한 야심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녀에게 부족한 것은 자신의 처지에서는 얻기 힘든 내면의 자신이다. 자신은 자신의 좁은 방에서 벗어날 수도, 벗어날 방법도 없는 ‘아직은’ 어린 소녀이기 때문이다.

백조를 둘러싼 황금의 조연들

아마, 이 영화에서 가장 놀란 것은 위노라 라이더의 배신에 가까운 변신일 것이다. 한때의 영광은 저 멀리 접어두고 신참들에 의해 밀려 나락으로 떨어지는 은퇴 발레리나라니. 배신감을 느낄 만큼 강인한 연기를 한 셈이다. 그러고 보니 나탈리 포트먼의 어머니 역(바바라 허쉬)도 대단하다. 자신도 한때는 무대에 서서 온 세상 모든 사람의 시선을 받아보고 싶어 했을 인물이기에 딸의 고통과 좌절, 비상에 대해 크나큰 기대를 하고 있을 터이고, 니나의 정신 상태에 따라서는 딸의 운명을 비극으로 몰아넣는 ‘못 이룬 꿈에 대한 복수극의 화신’으로도 작용할 것이다. 또한 이 영화에서 니나에게 가장 중요한 변신의 모티브를 제공하고 발레단 감독 르로이(뱅상 카셀)도 대단한다. 그는 니나에게 왕자뿐만 아니라 관객모두에게, 그리고 감독까지 유혹할 만한 정염의 화신이 되라고 채근한다. 얼핏 보면 예술이란 동네에서 펼쳐지는 그렇고 그런 지저분한 관계의 드라마라고 볼수 있지만 (좋게 보아) 완벽함을 이끌어내기 위한 세속적 갈등을 예술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배우 뱅상 카셀, <슈렉>의 그 심술쟁이 무슈 후드 목소리 연기만 생각났는데 찾아보니 아내가 모니카 벨루치란다. ‘아름다운 백조에게서 세상의 시선을 움켜잡을 흑조의 사악함’을 돋아내기엔 최고의 조련사 아닐까.

그리고 차이코프스키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는 사랑을 받지 못한 아름다운 백조가 흑조의 계략에 빠져 결국 자살한다는 슬픈 내용이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한없이 아름다운 선율의 백조를 21세기 할리우드 스크린으로 변용시키면서 백조의 환골탈태의 대가를 보여준다. 백조는 연약하고 아름답지만 세상에 대해 끝없이 두려워하는 존재이다. 알을 깨고 세상에 나오듯이, 그리고 초경을 거쳐 성인이 되듯이 니나에겐 강한 외부적 충격이 필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니나는 마치 아지트처럼 자기의 아파트 좁은 방, 침대 위에서 세상을 보는 것이다. 여전히 침대에는 인형이 가득하고 어머니는 자기 전에 오르골을 켜주는 그런 순수의 세상에서 말이다. 수많은 이런 ‘백조’를 보아왔을 감독은 성적인 성숙을 요구한다. 어린 나이에 마틸다로, 그리고 곧바로 블록버스터 스타워즈의 여왕으로 나왔던 나탈리 포트만은 ‘놀랍게도’ 하버드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했단다. 발레도 배웠고, 심리학도 배운 포트만의 백조는 여러모로 달리 볼 필요가 있다. 실제 단장이 요구하는 것은 이미지의 섹시함을 뛰어넘는 한 개체의 완벽한 변신인 것이다. 피날레에 떨어져 죽든, 요즘 판타지처럼 어깻죽지의 신경을 곤두서게 한 깃털이 돋아나서 결국은 정말 백조가 되어 천장을 뚫고 날아가든. 소녀는 그 갑작스런 성숙의 단계를 완벽하게 연소시켜버린 것이다.

나탈리 포트만의 <블랙 스완>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완전히 성숙하지 못한 한 소녀가 감당하지 못할 크나큰 배역을 맡아 방황을 거듭하다 제 육신을 승화시키고 장렬히 불타버리는 비극의 드라마인 것이다. (박재환, 2011.3.1)




보너스.. <백조의 호수> 라면...

빌리 엘리어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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