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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시간] 저 푸른 하늘을 ‘살아서’ 다시 보고 싶어서... 본문

미국영화리뷰

[127시간] 저 푸른 하늘을 ‘살아서’ 다시 보고 싶어서...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11.01.27 16:10



현대인(도시인/직장인)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안고 산다. 그래서인지 범죄의 양상도 극단적으로 치닫는다. <아메리칸 사이코>에서 주인공 크리스천 베일은 펀드매니저였다. 하루에 수억 달러를 손아귀에서 굴려도 심적 부담감은 엄청나다. 그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책은 ‘재미로 하는’ 살인이었다. 결국 극약처방은 아웃도어 스포츠의 유행이다. 굳이 익스트림 스포츠가 아니더라도 주말이면 들과 산으로 야성을 찾아 떠난다. 여기 또 다른 현대인이 있다. 그의 직업은 엔지니어이다. 그는 주말이면 짐 싸들고 가방 챙겨 훌쩍 산으로 떠난다. 연락처도 남기지 않고, 동행도 없이. 익숙하게 물병에 물을 넣고 등산장비를 챙겨서 산악자전거를 싣고 SUV를 타고 유타 주의 끝없이 붉은 바위로 이루어진 산으로 향한다. 그는 묵묵히 달리고, 뛰고, 걷고, 암벽을 타면서 마음 속 응어리를 발산할 것이다.

 2003년 어느 주말 오후. 아론 랄스톤은 언제나처럼 그렇게 집을 나선다. 전화기 자동응답기를 통해 어머니의 걱정스런 목소리가 흘러나오지만 그는 그냥 출발한다. 고속도로를 신나게 질주하여 산 입구에서 MTB를 타고는 암벽 위를 무한질주한다. 그러다가 두 명의 여자 등산객을 만난다. 누구보다 그 산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그는 그들을 위해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절경으로 이끈다. 바위틈 사이에 숨어있는 비밀의 호수이다. 관객들은 여기까지 오면서 일상의 스트레스와 삶의 먼지를 깡그리 날려 보낸다. 여기엔 와이파이도 안 잡히고, 아이폰도, 갤럭시탭도 필요 없다. 내일까지 써내야하는 보고서도 안중에 없다.

그런데, 만약 사고를 당한다면?

두 명의 여자와의 짧은 동행을 끝내고 즐거운 마음으로 헤어진 아론 랄스톤은 신나게 바위를 뛰어다니다 협곡을 만난다. 두 절벽 사이에 위험스레 매달린 커다란 돌덩어리. 천년은 모르겠지만 오랜 세월을 그렇게 버티고 자리 잡았을 그 바위를 한번 발로 차보고는 뛰어넘는 순간, 몸이 휘청하며 절벽사이로 떨어진다. 그와 함께 그 돌덩어리도 천년만의 자리이동을 하는 듯이 함께 굴러 떨어진다. 아뿔싸! 좁은 바위 틈 사이에 그 돌덩어리가 아론의 오른쪽 팔꿈치 아래를 짓누른다. 애처롭게 손가락 끝만 보인다. 말 그대로 아론은 꼼짝달싹 못하게 된다.

낙천적이며,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아론은 침착하게 상황파악을 시작한다. 그의 행선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조금 전에 만났던 두 여자를 다시 만날 가능성도 제로이다. 그는 한쪽 손을 이용하여 배낭 속 물건과 소지품을 점검한다. 자일, 손전등, 물통,  비상식량, 캠코더 등. 물론 GPS가 되는 아이폰이 있어서 제때에 911구조대가 도착하여 그를 구조한다면 만사 오케이이겠지만 그것은 주말 노마드에겐 어울리지 않는 사치이다. 현재 그가 그 산의, 그 절벽의, 그 틈새에, 그렇게 끼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알려줄 방도도 없다. 그는 주머니칼을 꺼낸다. 그 유명한 스위스 빅토리녹스 맥가이버칼은 아니다. 아론이 시니컬하게 말하듯이 손전등 사니 딸려온 중국산 다용도 칼이다. 아론은 살기 위해 온몸으로 돌덩어리를 부딪쳐 움직여보려고 하지만 꼼짝도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물통 속 물은 줄어들고 한쪽 팔은 마비단계를 지나 괴사상태에 빠져들게 될 것이며 결국 생존의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2003년 4월에서 5월, 유타 주에서 생긴 일


▶아론 랄스톤 직찍

이 이야기는 실화이다. 당시 28살의 젊은이 아론 랄스톤(Aron Ralston)은 언제나처럼 유타주의 절경 블루존 캐넌 계곡(Blue John Canyon)을 향해 떠난다. 그는 모험을 즐기는 젊은이였고 콜로라도 고원에 산재하는 14,000피터(4,200미터) 이상의 봉우리 49개를 차례로 등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운명의 그날, 2003년 4월 26일 토요일. 블루존 캐넌의 협곡 사이로 떨어지면서 오른팔이 돌과 절벽사이에 짓눌리고만 것이었다. 닷새 동안 그는 500ml 물 한통과 (나중엔) 자기 오줌을 받아먹으며 버텼다. 구조의 손길이 요원한 것을 알고는 그는 마침내 엄청난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덤으로 딸려온 중국산 칼, 그것도 바윗돌을 깨어보려고 날이 무뎌진 다용도 주먹칼로 자신의 한쪽 팔을 잘라내는 외과적 시도를 한 것이다. (영화에서는 3분 정도 소요되지만 실제는 40분정도 소요되었다고 한다) 잘 드는 수술용 칼도 아니고, 수술대 위의 안정된 자세도 아니다. 살고자하는 의지의 아론은 자신의 한쪽 팔을 희생하고는 바윗돌에서 떨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지친 상태에서 20미터 절벽을 자일로 내려와서는 지나가는 등산객의 도움으로 살아난 것이다. 5월 1일 목요일. 그가 제 손으로 팔을 도려낸 지 6시간 만에 헬기로 병원에 옮겨졌단다.

이 놀라운 아론의 이야기는 산악인사이에서 금세 화제가 되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썼고 한동안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유튜브를 찾아보니 그는 요즘 학교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경험담을 강연하기도 한다. 살고자 하는 의지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데 그만큼 훌륭한 살아있는 증거가 어디 있으리오.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아카데미를 휩쓸었던 대니 보일 감독도 이 남자의 책을 읽고는 감명 받아 영화작업에 뛰어들었다. 이미 <트레인스포팅>에서 감각적인 영상을 보여주었던 대니 보일 감독은 황홀한 블루존 캐년의 풍광과 자연을 벗 삼는 등산객의 액티브한 모습을 감각적으로 잡아낸다. 그의 영화에서 언제나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음악 또한 여전히 박력적이다.

 영화를 보고나서 블루존 캐년의 절경에 반해 인터넷을 뒤져보았다. 미국 젊은이들이 아론의 조난지역을 찾아가서 인증셧 찍는 것이 유행인 모양이다. 아론의 팔이 끼었던 그 돌은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박혀있다. (‘아론의 팔’은 국립공원 관계자에 의해 수거되었고, 아론의 희망에 따라 화장되어 그곳에 뿌려졌단다.)

이 영화는 생에 대한 굳은 의지를 보여주는 영화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근원적 욕망의 가치를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아론은 고립무원의 순간 가족을 생각하고 캠코더에 자신의 삶을 짧게 회상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메시지도 남긴다. 죽음과 희롱해본 사람의 나머지 삶은 더욱 여유롭고 희망적일 것이다. 스트레스에 짓눌린 현대인들, 삶이 고달픈 자들, 생각 없이 몰입하면 더욱 큰 위안을 삼을 영화가 바로 <127시간>이다. 등산화 질끈 동여매고 산으로 떠나보자꾸나. (박재환, 2011.1.27)

관련사이트 몇개.,..

http://www.summitpost.org/bluejohn-canyon/301176
http://www.alpinefever.com/2005/Blue%20John.htm
http://today.msnbc.msn.com/id/34325633/ns/today-today_people/
http://buddybest.tripod.com/heroes/id11.html
http://www.youtube.com/watch?v=h91Iptsl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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