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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리뷰

[라스트 갓파더] 영구 없~다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10.12.28 16:57


개그맨 출신 심형래의 신작 <라스트 갓파더>가 어제 기자시사회를 갖고 그 베일을 벗었다. 어제 이 영화 시사회와 같은 시간에 한류스타 배용준과 박진영이 제작에 참여한 KBS드라마 <드림 하이>의 제작발표회가 있었다. 연예부 기자들은 대거 그쪽 행사장으로 취재간 모양이다. 그 덕분에 영화에 대한 소식을 전하는 기자들 중 ‘연예기자’들은 대거 빠지고 진짜  ‘영화담당’기자들이 <라스트 갓파더> 시사회에 참석한 셈이다. 그러니 의외로 이 영화의 시사회 반응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영화에 대한 끝없는 욕심과 도전을 20년 이상 불태우는 심형래는 이번 영화에서도 각본, 감독, 주연을 고집했다. 그의 전작들에 쏟아진 애국적 찬사는 주로 꿈과 희망 등에 대한 非영화적 요소와 CG라는 기술적 도전에 집중했다. 이런 찬사 뒤에는 항상 각본의 완성도나 역할분담에 대한 아쉬움을 덧붙였다.  이번 영화에 대해서도 똑같은 우려와 불안이 우선하는 것은 왜일까.  다행히  시나리오는 심형래의 원안에 할리우드 라이터들이 달라붙어 미국식으로 대폭 손을 본 모양이다. 심형래가 <유머 일번지> 나올 땐 부담 없이 봤는데 왜 이리 심형래 영화 볼 때는 한국관객들이 이렇게 부담백배일까.

영구, 미국가다. 가서는 대부되다

우리의 영구가 살던 한국이 정확히 어느 시대인지는 의문이다. 일본순사가 나오는 시대인 것도 같고, 새마을운동 시절인 것도 같다. 조선시대일 때도 있다. 그런데 그 영구가 이번엔  1950년대의 미국 뉴욕에 간다. 마피아 대부 돈 카리니(하비 케이틀)가 조직의 후계자로 숨겨둔 아들 ‘영구’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웬 영구? 복잡한 가계도는 필요 없다. 단지 카리니가 오래 전 마피아 사이의 싸움에서 잠시 피신하여 한국에 숨어든 적이 있단다. 그 때 그곳에서 한국여자와 섬씽이 있었고 그때 태어난 아이가 영구란다. 엄마는 죽고 영구는 ‘미국인 수녀’가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자랐고, 이제 뜬금없이 마피아 대부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뉴욕에 온 것이다. 아는 것이라곤 ‘띠리리리~’와 어설픈 몸개그, 유치한 상황극, 몇 안 되는 얼굴 표정연기 뿐인 영구이지만 순식간에 그 순진함과 이국적 특성, 그리고 심형래의 진정성(?)으로 바로 ‘나와바리’를 접수하고 ‘새로운 대부의 진면목을 보여주게 된다나 어쨌다나....

하비 케이틀, 이 사람은 유명하다


하비 케이틀은 <펄프 픽션>과 <저수지의 개들> 같은 이쪽 계통의 영화에서 카리스마 철철 넘치는 연기를 보여 주었던 배우이다. 그런데 ‘띠리리리~’ 영구와 나란히 서서 정극 드라마를 펼치니 그 기묘한 결합도 사실 볼만하다. 영구와 로맨스를 펼치는 라이벌 마피아 보스의 딸 역으로 등장하는 조슬린 도나휴도 완전무명 할리우드 배우는 아니다. 영화 팸플릿대로 소개하자면.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하우스 오브 데블> 등의 작품에 출연해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새로운 유망주. 배우이자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는 빛나는 미모로 영화에 한층 활기를 선사할 것이다..라고 한다. 영화에 활기를 더하는 것은 사실이다. 의외로 영구에게 잘 어울린다. 성탄전야 하루만 특별히 고아원 방문하여 영구와 짝이 되어줄 그런 미모와 맘씨를 가졌다. 영구 때문에 조직 내에서 2인자로 밀린 토니브이 역의 마이클 리스폴리와 몇몇 조역들이 모두 제각기 뛰어난 코믹 연기를 보여준다. 심형래 영화에서 이방인 배우들이 ‘제대로’ 자기 역할을 해주고 딱 맞는 연기를 펼쳐준다는 것은 정말 의외이다.

심형래의 진심

이 영화에서 심형래의 연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누가 그보다 더 바보연기에 대해서 잘 알겠나.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심형래의 캐릭터는 너무나 간단,단순,심플하다. 마피아가 얼마나 살벌하고 그 패밀리가 얼마나 ‘겁나는’지 모른다. 단지 순진하고, 착하고, 얼빠진 외모를 앞세우고 시종 쾌활하거나, 영어를 반쯤만 알아듣고는 주눅 든 표정을 지으면 된다. 마치 너는 열심히 떠들어라. 난 “오케`”하는 스타일로 말이다. 영화에서는 자로 잰 듯한 코믹 플레이가 자주 펼쳐진다. 오래 전 버스트 키튼과 해롤드 로이드 스타일의 코믹 플레이가 척척 펼쳐진다. 아마도 야구방망이 플레이는 미국관객들도 좋아할 것 같다. 의외로 그런 타이밍 개그는 만국적 가능성을 가졌기에 말이다.

미국 시나리오작가가 집어넣은 게 분명해 보이는 <론 레인저>는 정말 뜻밖이다. IMDB를 보니 심형래의 각본을 두고 조엘 코헨이 수정을 조금 한 것으로 나온다. 조엘 코헨은 <토이 스토리>, <이반 올마이트>, <가필드> 등의 시나리오를 작업했단다. 여하튼 할리우드 시나리오 라이터의 손길을 거친 작품답게 미국식 유머와 캐릭터가 등장한다. 우리에겐 <여로>만큼이나 감동을 줄 <론 레인저>의 톤토가 등장하니 말이다. 마피아의 마지막 대결구도를 손쉽게 종결짓는 것은 카우보이의 등장이다. 그리고 마지막 1:1 대결에서 영구가 악당을 쏘아 넘어뜨리는 것은 여태 서부극에서는 절대 볼 수 없었던 황당 코믹의 진수이다. 아마도 서부극을 다룰 때 이 영화를 꼭 주목해야할 것이다. 서부시대의 맞대결은 실제 이렇게 어이없었다고.

심형래의 도전

심형래가 처음부터 이 영화로 미국 박스오피스에 도전할 생각이었는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독일이나 프랑스에서는 미국 시장을 노린 영화가 많이 만들어진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이 영화도 미국극장가에서는 일정정도의 ‘유’의미한 흥행성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영화를 보면 <대부>나 <로미오와 줄리엣>의 인물이 떠오른 것이 아니라 1956년에 만들어진 할리우드 영화 <80일간의 세계일주>이다. 마이클 앤더슨 감독의 Todd-AO 70 mm 대작이었던 이 영화에는 데이비드 니븐, 셜리 맥클레인과 함께 ‘칸틴플라스’라는 멕시코 배우가 나온다. 칸틴플라스는 <80일간의 세계일주> 출연 전에 이미 본국 멕시코에서는 최고의 배우/코미디언으로 인기가 높았다. 그는 데이비드 니븐의 시종으로 출연하여 그 캐릭터에 걸맞은 연기와 인상을 남겨준다. 반백년이 더 지나 새로 만들어진 <80일간의 세계일주>에서의 성룡처럼 말이다. 당시 미국사람들은 칸틴플라스를 어떻게 보았을까. 지금 미국사람들은 심형래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온 국민을 바보로 만든 그 전설적 코미디언의 존재를 모를 것이다. 그러니 화면에 등장하는 이 축 늘어지고, 바보짓 하는, 순진파 캐릭터에 당황할 것 같다. 데이비드 니븐도 없고, 그 영화처럼 이국적 풍경을 보여주는 영화도 아닌, 자기 동네 익숙한 이야기이니 말이다. 오히려 그런 뻔한 이야기를 비트는 영화는 아니니 복잡하게 분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등록 소동이 인다. 뛰어난 작품성의 예술영화를 내보내야한다느니, 아님 미국관객의 선호도에 맞춘 감동지향의 대중영화를 내보내냐한다는 식의 갑론을박이 잠깐 벌어진다. 미국 영화관객의 입맛을 우리 한국영화감독이 맞추기란 쉽지 않다. 남의 기호를 충족시켜 돈 버는 게 어디 쉬운 일일까. 모르지 미국 애들도 해마다 연말이면 TV에 나오는 맥컬리 컬킨의 쩍 벌린 입에 싫증을 느끼고, 출신이 의심스러운 한국계 바보 영구에 필이 꽂힐지. <라스트 갓파더>는 따뜻한 인정미가 느껴지는 순수코믹 가족영화로는 흠잡을 데 없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정말 웃긴 것은 심형래의 <라스트 갓파더>와 정성일의 <카페 느와르>가 같은 날 개봉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단순한 선택 포인트가 어디 있으리오. 어쨌든 즐거운 연말 보내세요. (2010.12.28)



추신. <원더 걸즈>가 나오긴 하는데.. 난.. 심형래가 무대 위로 뛰어올라가는 무슨 그런 장면을 기대했는데.. 진짜 BGM이상의 기능은 없었다.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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