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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영화리뷰

[취권] 성룡의 술 취한 황비홍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10.11.30 15:54



 이번에 아시안게임이 열린 중국 광주(광저우)는 중국의 남부에 위치한 (북경, 상해에 이은) 중국의 제 3대 도시이다. 바다 너머에는 마카오와 홍콩이 위치하고 있고 등소평이 제일 먼저 개혁개방을 주창했던 심천(선쩐)이 바로 이웃하고 있다. 광저우에서 최근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개통한 지하철을 타면 1시간 만에 불산(佛山,포산)에 도착한다. 아시안게임 경기 중 불산에서는 권투시합이 열렸다. 중국에서는 불산을 ‘무예의 도시’라고 칭한다. 왜냐하면 바로 그 유명한 황비홍(黃飛鴻)이 바로 불산 출신이기 때문이다. 이연걸 주연의 영화 <황비홍> 1편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한국관객에게는 “황비홍이 실존인물일까?”라는 게 화제가 될 만큼 낯선 인물이었다. 그런데 실제 황비홍은 중국(홍콩)에서는 우리나라 최배달만큼이나 큰 유명세를 치르는 민족영웅이다. 불산에 가면 황비홍 기념관이 있다. (물론 옆에는 ‘엽문’기념관도 있다. 엽문도 이곳 불산 출신이다) 불산의 순덕에는 최근 이소룡 조형물이 완공되었다. 어찌 무예의 고장이라고 아니 말할 수 있으리오. 중국에서는 황비홍을 내세운 영화가 무성흑백영화시절부터 만들어졌다. 이연걸보다 훨씬 전에 관득흥이라는 배우가 황비홍 역을 맡아 최고의 톱스타가 되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우리가 잘 몰랐던 또 한 명의 스타가 있다. 바로 성룡이다. 성룡이 1979년에 출연한 영화 <취권>이 바로 황비홍을 다룬 작품이다. <취권>을 보았다.

성룡, 황비홍으로 스타덤에 오르다

널리 알려졌듯이 성룡은 이소룡의 대역배우, 아니면 두들겨 맞는 스턴트맨으로 홍콩영화계에 뛰어든 무예인 출신이다. 그가 무명의 설움을 톡톡히 맛보다가 1979년 <사형도수>(사형조수)라는 영화로 스타덤에 오른다. 그 작품 다음에 출연한 것이 바로 <취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취권>이 먼저 개봉되고 이어 <사형도수>가 개봉된다. 성룡은 <사형도수>의 성공에 힘입어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를 구상한다. 그것도 광동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황비홍을 코믹하게 다루고 싶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민족영웅, 불세출의 무술인을 다룬다는 게 불경스럽게 여겨졌지만 성룡의 예상은 맞았다.

극중에서 성룡은 무관(도장)을 운영하여 아버지(황기영)의 골칫거리 말썽쟁이 아들 황비홍으로 출연한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무술을 배워 무예를 곧잘 하지만 항상 밖에 나가 일을 저지르는 사고뭉치인 것이다. 참다못한 아버지가 비홍을 소걸아라는 희한한 무술사범에게 보낸다. 소걸아는 술병을 끼고 사는 주정뱅이에 걸인 행각을 보여준다. 하지만 무예 솜씨만은 최고 수준. 황비홍은 소화자에게 붙잡혀 스파르타식 무예 훈련을 받게 된다. 도망도 가보지만 붙잡혀 지옥훈련을 거듭하게 된다. 하루는 겨우 읍내로 나왔다가 발차기의 명수에게 걸려 초죽음을 당하고 자신의 보잘 것 없는 무예에 대한 심한 조롱을 받게된다. 이에 자극받은 비홍은 맘을 다잡고 소화자 사부에게서 초절정 무예-취권-를 익히게 된다. 한편 고수들을 차례로 제거하고 있던 발차기의 명수가 황비홍의 아버지를 죽이려는 순간 황비홍이 등장한다. 그는 이미 옛날의 그 말썽장이 비홍이 아니다. 사부에게서 천하절기 취권을 전수받은 상태. 그 코믹한 취권으로 영화의 대미를 장식한다.

황비홍, 실존인물 맞다



중국 광동성 불산에 있는 황비홍기념관에는 정작 황비홍에 대한 자료는 별로 없다. 그도 그럴 것이 19세기 중엽에 태어난 사람이고 불행하게 죽어간 사람이라 현존자료가 거의 없다. 대신 이연걸의 황비홍 영화포스터부터 각종 황비홍 주연 영화, 소설, 라디오/TV드라마 등을 소개하고 있다. 잘 살펴보면 빛바랜 한글의 <소년 황비홍> 부채도 전시되어있다. 황비홍은 청나라 도광제때 태어났다. 서기 1847년. 아편전쟁으로 청이 서구제국에 무릎을 꿇고 광저우 앞바다를 내준 바로 그 시기이다. 황비홍은 아버지(황기영)에게서 무예를 전수받는다. 아비는 광동십호에 포함될 만큼 무예에 능했지만 실제 신세는 떠돌이 약장수. 장바닥에서 무예를 선보이고 약을 파는 그런 사람이다. 여하튼 황비홍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서 무술을 배우고 커가면서 거리에서 만난 여러 사부들에게서 다양한 무예를 전수받는다. 임복성에게서 철선권, 송휘당에게서 무영각을 배우는 식이다. 그리고 그의 나이 겨우 17살에 광저우에 도장을 열고 사람들에게 무예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여전히 약을 만들어 팔고. 말년에 아들이 사고로 죽자 홧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다 죽는다. 향년 77세. 이후 그의 미망인과 아들, 그리고 그의 제작 임세영, 등세경이 홍콩으로 건너와서 황비홍의 무예를 전파한다. 임세영의 제자 중 한 사람이 유심, 유가량 등이다. 이들이 바로 홍콩영화에서 황비홍의 무예를 이어간 사람들이다. 황비홍을 일본에 대항한 민족영웅으로 떠받들다보니 오버하는 경향도 물론 있다. 이연걸 출연영화에서처럼 할리우드 히어로 만들기 전부터 그러한 시도는 있었다. 그가 대만 항일운동을 이끈 유영복을 도왔다는 이야기가 많이 전해지는데 여기에 관해선 설만 있고 사료는 전혀 없는 전형적인 ‘두찬’이라는 평가이다.

취권이란 무예도 있긴 하다

극중에서 황비홍은 최고의 무예로 ‘취권’을 선보이지만 실제 황비홍이 잘 했던 무술은 오랑팔괘곤, 호학쌍형권, 철선권, 공자복호권 등 제목만 들어도 ‘페이훙스런’ 무예였다. 그럼 취권이란 무술은 있는가? 실제 황비홍이 이런 무예까지 배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제 ‘취권’이 존재하긴 하는 모양이다. 얼마나 실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사실 영화 <취권>이 개봉되면서 여기저기서 ‘취권’의 비결이 등장한다. 대부분 영화 <취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내용들이다. 그런데 그 취권비결도 꽤 오래된 적어도 명대까지는 거슬러 올라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취팔선권보비결>>이 실제 취권 무예를 다루는지 아니면 술꾼이 술김에 읊은 황홀경인지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어찌보면 기를 통하게 하는 운동비결일 수도 있다. 중국이나 홍콩에서보다는 대만에서 ‘진짜’ 취권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 모양이다. 우리나라 신문에도 한번 소개되기도 했다.

무예인 출신의 홍콩영화인 원화평, 원소전

이 영화의 주인공은 성룡이다. 성룡에게 놀라운 발차기를 보여주는 악당 역은 황정리라는 한국 태권도 사범이다. 황정리는 이 당시 홍콩에 건너가서 몇 편의 액션영화를 찍었다. 한류스타인 셈이다. 황정리에 대해선 다른 사람이 이야기할 것이고...  감독은 원화평이 맡았다. 원화평은 홍금보, 성룡 등과 함께 이른바 칠소복의 일원이었다. 타고난 무예인이었고 일찍이 홍콩영화판에서 무술감독, 대역배우로 컸다. 나중에 <매트릭스>의 무술감독으로 키아누 리브스에게 쿵푸 폼을 보여준 사람이다. 영화에서 성룡에서 취권을 가르쳐주는 사부로 등장한 원소전이 바로 원화평의 아버지이다. 원소전 할아버지는 홍콩영화계에서 최초의 ‘무술감독’으로 기록된 무예인이다. 오래 전 1930년대에 경극에 포함되는 북파무술장면을 위해 무술지도를 하였고 이후 영화판에서 대역배우로 활동했다. 1960년 <철벽금강>이란 영화에서 처음으로 무술감독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1970년 영화판에서 은퇴했다가 아들(원화평) 영화로 <취권>으로 컴백한 것이다. (그리고 이듬해 폐암으로 사망한다)

황비홍은 사자춤을 잘 추었단다. 그래서인지 불산의 황비홍 기념관 앞에서는 종일토록 사자춤 공연과 사자춤 강습이 이어진다. 한번쯤 뛰어들어 폼을 낼 수도 있다.

성룡의 <취권>은 전작 <사형도수>와 함께 홍콩 액션영화에 커다란 획을 그은 작품이다. 그동안 액션영화는 쇼 브러더스, 혹은 이소룡 영화의 영향으로 진중하다거나 정종 무예실력을 선보인 작품이 대세였다. 그러나 성룡의 영화들은 찰리 채플린, 더 나아가 버스터 키튼 스타일의 코믹하고 아크로바틱한, 오밀조밀한 액션의 묘미가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성룡은 이후 20년 정도는 확실히 홍콩 최고의 코믹액션 스타의 자리를 지키게 된다. 성룡 스스로 <사형도수> 등 몇몇 작품에서 시도한 자신만의 스타일- 의자 등 소품을 이용한 코믹 액션 장면-을 완성한다. 지금 봐도 재밌는 홍콩영화이다. (박재환 2010.11.30)

불산 황비홍기념관에서 황비홍 앞에서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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