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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3] 여전한 ‘스토리’의 힘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10.08.19 10:09



 지난 주말까지 <토이 스토리3>은 미국에서만 4억 달러, 전 세계적으로 9억 4천만 달러라는 엄청난 흥행기록을 세웠다. 역대 흥행순위 9위에 해당한다. 픽사 애니메이션으로는 최고기록을 수립했고, 곧 역대 애니메이션 최고흥행작인 <슈렉2>(4억 4천만 달러)의 기록도 뛰어넘어 ‘무한공간 저 너머로’로 날아오를 것 같다. 왜냐하면 배터리는 아직도 ‘백만 스물 둘, 백만 스물 셋이니..’ 말이다.

토이 스토리, 인생을 이야기 하다

한낮에 아이들이 인형을 껴안고 논다. 때로는 침을 잔뜩 묻혀가며 그들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이런 행복한 시간이 지나가면 인형들은 수납장에 들어가거나 방바닥에, 침대 밑에 내팽개쳐질 것이다. 방안의 불이 꺼지면 이들 인형에겐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카우보이 우디도, 우주보안관 버즈도, ‘트랜스포머 페이스’ 포테이토 아저씨도, 겁쟁이 공룡인형도 살포시 눈을 뜨고 숨을 쉬며 말을 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인간의 사랑을 받으며 낮과 밤이 다른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루하루 커가는 아이들을 옆에서 지켜보며 함께 성장해 가는 것이다. 물론, 인형들 중에는 실밥이 터지고, 나사가 하나씩 빠져 나가며 분리수거통으로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는 법. 어른이 되어 집을 떠나 어른의 세상으로 나갈 것이다. 남겨진 인형들은 어찌될까. <토이 스토리3>은 이별의 순간에 남겨진 인형들의 운명에 대한 이야기이다.

앤디는 대학에 진학한다. 그 옛날 앤디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우디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하늘을 나는 최첨단 인형 버즈가 라이벌로 등장했었다. 하지만 인형들은 갖은 모험을 겪으면서 동질감을 느낀다. 바로 주인(앤디)에게 최대한 기쁨을 주며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런 앤디도 이제 그 많은 장난감을 정리해야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다락방에 고이 모셔두든가, 어디 좋은 곳에 기부라도 하든가, 아니면 쓰레기통으로 폐기처분하든. 인형들에겐 자신의 존재의의가 종말을 맞이하는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일관된 이야기는 사랑을 잃게 된 인형들과, 우여곡절 끝에 아이의 품으로 다시 돌아온 인형들을 통해 서로에게 꼭 필요한 감정의 편안함을 만끽하는 것이었다.

토이 스토리, 디즈니와 다른 이야기

오랫동안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전 세계 어린이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픽사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이 영화팬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물론 픽사의 작품들이 컴퓨터로 제작된, 디지털 제작방식이라는 특성 때문에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마치 스티브 잡스의 디지털 장비가 단지 ‘디지털 디바이스’로서 예쁘기 때문에 사랑받는 것이 아니란 것과 같을 것이다. 결국 제품에는 스토리가 있고, 감동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술적 측면에서 보자면 마치 실사영화들이 <쥬라기 공원>에서 <터미네이터 2>, 그리고 <아바타>로 진화했듯이 애니메이션에서도 영화팬들은 눈치 못 챌 정도로, 혹은 눈에 확 띄는 수많은  많은 기술적 혁신과 진보를 거듭해 오고 있다. 10년 전, 디즈니 애니메이션 <다이너소어>가 개봉되었을 때 디즈니는 자신들 작품의 CG의 우월함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장면을 강조했다. “...............실감나는 ‘여우원숭이’의 110만개의 털을 한 올 한 올 CG로 그려내어 실감나는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식으로. 요즘세상에야 실사든 애니든 누가 그런 수치의 우월함에 대해 “우와, 대단하다~”라고 감탄하겠는가.

픽사의 정교한 컴퓨터 터치는 예전부터 인형을 실감나게 그렸고, 동선을 인간같이 만들어왔다. (그것은 단순한 부드러움만이 아니라, 인형의 둔탁한 모서리까지 실감나게 둔탁하게 표현해 낸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의 미덕은 그런 게 아니다. 캐릭터에 대해서 몰입하게 만드는 소통의 자력이 존재한다. 마치 관객들이 오래 전에 그 인형을 만지며 자랐고, 그 인형이 생각했던 것처럼 인형을 교감할 수 있는 존재로 여겨왔던 추억과 기억, 경험, 느낌이 공존하게 만든 것이다.

스릴, 호러, 서스펜스, 그리고 감동

할리우드 영화답게 스릴 넘친다. 인형들은 마치 브루스 윌리스처럼 내몰리고, 쫓겨 다니고, 생존을 위해 투쟁해야한다. 가장 연약한 갓난아기들 무리(탁아소)에 내던져졌을 경우는 마치, 식인종 부락에 추락한 낙하산 병사 같은 신세가 되어 버린다. 쓰레기처리공장에서 펼쳐지는 액션 장면은 <알라딘>과 <스타워즈>의 긴장감을 능가한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모두가 ‘손에 손잡고’ 함께 최후를 기다리는 장면은 너무 잔인하다. 영화 초반부에서 캠코더에 담긴 앤디의 어린 시절은 이 영화를 걸작으로, 그리고, 영원한 애니메이션의 고전으로 만들기에 족하다.

앤디는 대학에 가서 연애한다고 옛날의 토이 친구들을 잊을 것이다. 그리고 결혼하여 자신도 애를 낳으면 이젠 ‘트랜스포머 세트’나 ‘후토스’ 인형을 사주겠지. 영화를 보고 이마트 장난감 코너에 가니 토이스토리 인형이 한편에 가득 쌓여있었다. 우디의 등 뒤에 있는 줄을 잡아당기니  우리말로 “장화에 뱀이 있다!” “누가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물론, 메이드 인 차이나 우디이다. 인형/장난감이 많으면 아이들이 행복할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박재환, 201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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