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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 ※ 19금영화

[완전한 사육 40일간의 사랑] 인간의 조건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2.18 22:49


[리뷰 by 박재환 2004/6/5]
  '사육'(飼育)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짐승 따위를 먹여 기름' 그러니까 집에서 토끼를 기르거나 햄스터를 키우는 것을 '사육한다'라고 하지 부모가 아이를 거두어 키우거나 나이든 부모를 봉양하는 것을 두고 '사육'한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른바 사람의 '치아'를 두고 '이'라고 해야지 '이빨'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언어를 잘못 쓰는 경우이다.(예를 잘못 들었네..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빨'이라고 하지 '이'라고는 하지 않더라..... --;) 이번에 이라크에서 린디 여일병이 이라크 포로를 학대하는 경우 우리는 "사악한 미군, 죄 없는 이라크인 사육'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 제목의 사육은 그처럼 비윤리적, 비인간적 이미지를 가진다. 40대 중년남자가 17세 여자를 납치, 감금한다. 그리고 온갖 못된 짓을 시킨다. 그런데 이 여자는 오히려 이 남자에 동정을 느끼게 된다. 인질의 심리변화를 다룬다기보다는 현대 일본이 보여주는 극도의 외로움(왕따)에 대한 나름대로의 분석일 수는 있다.

  이 영화는 일본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고 한다. 그 사건을 누가 책으로 썼다. 그리고 1999년에 한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다. 제목은 [완전한 사육]이었다. 그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납치한 자나 납치된 자의 심리적 갈등, 상호간의 동화가 훨씬 실감났다고 그런다. 그런데 2년 뒤에 제목이 좀더 세심해진 [완전한 사육 40일간의 사랑]이 다시 만들어졌다. 감독도 다르고 출연진도 다르다. 단지 1편의 납치범이 2편에서는 심리 카운슬러로 잠깐 등장한다.

  어느 날 심리 카운슬러인 아카이(타케나카 나오토)는 창 밖을 내다보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한 여자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최면요법을 통해 이 여자에게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츠무라 하루카(후카미 리에)가 17살이던 고교시절. 부친은 일찍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돈벌러 다니다. 수업이 끝나면 좁은 방에서 외롭게 살아가던 어느 날이었다. 친구도 없고 쓸쓸한 하루카. 언제나 UFO가 나타나 자신을 어딘가로 데려가 버렸음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타난 것은 외계인이 아니라 식칼을 든 40대 중년남자 스미카와. 하루카는 이 남자에게 끌려가서 어느 아파트에 감금된다. 스미카와는 하루카의 옷을 벗기고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날짜와 체중을 써둔다. 출근할 때면 하루카의 입에 반창고를 붙이고 온몸을 결박시켜둔다. 저녁엔 먹을 것을 건네주고 목욕도 시켜준다. 그리곤 사진을 찍고 날짜와 체중을 적어둔다. 하루, 이틀, 사흘... 하루카는 이 남자가 왜 자신을 납치했는지 알 수가 없다. "우리 집은 돈이 없어요."라고 했지만 남자는 돈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스미카와는 여자를 덮치려고 한다. 여자가 반항하자 "미안해."하고는 그냥 묶어둔다. 그리고 또 하루가 지난다. 남자는 출근하고 여자는 묶여있다. 저녁이 되면 또 씻고, 먹고, 사진 찍는다. 여자는 제한된 대화를 통해 이 남자의 고독을 느끼게 된다. UFO가 자신을 데려가기만을 바랄 만큼 이 남자도 외롭다는 것을 알게 된다. 스미카와는 자신을 '파파'라고 불러주길 원한다. 하루카에게는 몇 번씩이나 그 집에서 도망치거나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하지만 하루카는 끝내 탈출을 바라지 않고 남자 옆에서 괴상한 감금생활을 계속한다. 마침내 하루카는 자신의 육신을 허락한다. 그러나 하루카의 수배 전단이 나붙고...

  마츠다 미치코 (松田美智子)원작의 ['여자고교생유괴사육사건] (女子高校生誘拐飼育事)은 실제 수십 년 전에 일본에서 발생했던 엽기적인 사건을 다큐 터치로 쓴 논픽션이란다. 한 17세 여고생이 어떻게 유괴범의 자택에서 '반년'을 붙잡혀 있으면서 성의 노예가 되는가를 에로틱하게 묘사했다고도 한다. '음수'라고 불린 남자에 대한 공포인지 아니면 기묘한 동거가 파생한 극단적 사랑인지 이 소녀는 도망칠 기회가 있었음에도 도망치지 않았다는 것이 타인(독자나 영화관객)에겐 흥미로운 부분인 모양이다.

  실제 [40일의 사랑]에서 유괴범과 납치소녀의 관계는 기이하다. 납치범은 일반적 범죄자 같지 않다. 묶어둔 여자를 강간할 명백한 의사나 의지가 없다. 그렇다고 여자를 완벽한 통제하에 묶어두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서 납치한 남성으로서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별짓을 다 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후반부에선 여자는 그것조차 순순히 능동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럼 이 여자는 일반적인 스톡홀름 신드롬(인질에게 잡힌 사람들이 인질범이 그러한 사건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극단적 상황을 심정적으로 이해하며 동조한다는 것)에 해당하는 것일까? 아니면 잡혀 있으나 밖으로 나가나 여전히 UFO만 쳐다 볼 자신이 불쌍해서일까. 아니면 그 중년의 처절한 고독에 대해 인간적인 동정심이 생겼을까.

  물론, 이 영화는 어설픈 배우들의 연기에 의해 어떤 심정적 동조나 극중 몰입을 차단 당한다. 여배우에게서 납치 당한 17세 소녀의 공포를 느낄 수 없고, 납치범에게서 방안 구석구석 스며있을 고독이란 게 아예 없다. 원작자가 이 영화의 각본을 감수해 주었다고 한다.

  궁금해서 이 영화에 대한 히스토리를 찾아보았다. 1999년에 개봉된 [완전한 사육](完全なる飼育)은 와다 벤(和田勉)이 감독을 맡았다. 여기선 납치범의 이름이 '이와조노'이고 2편에서 심리카운슬러를 맡았던 타케나카 나오토가 이 납치범을 연기한다. 납치된 여학생 이름은 '쿠니코'이고 히리지 코지마라는 배우가 연기한다. 원래 수십 년 전에 있었던 실제사건은 납치범의 센세이셔널한 일기장을 바탕으로 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99년도 작품은 주로 납치범과 납치된 여자의 성적 판타지에 충실하다고 한다. 그에 비해 이번에 한국에서 개봉되는 두 번째 영화 [40일간의 사랑]은 납치된 여자가 느끼게 되는 사랑의 감정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놀라운 것은 이 영화는 그 후 세 차례 더 영화화되었다는 사실이다. 2002년 말에 [완전한 사육 홍콩정야](完全なる飼育 香港情夜)가, 2003년에는 [완전한 사육 비밀의 지하실](完全なる飼育 秘密の地下室)이 만들어졌고 올 초에는 다섯 번 째 작품 [완전한 사육 여이발사의 사랑](完全なる飼育 女理髪師の恋 )이 '비디오물'로 만들어졌다. 이들 다섯 작품은 모두 감독이 다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타케나카 나오토가 모두 출연한다는 것이다. 이 아저씨 기억하는가. [쉘위 댄스]와 [으랏차차 스모부]에 나왔던 그 웃기는 아저씨란 사실을.

完全なる飼育 愛の40日(2001)
Kanzen-naru shiiku - Ai no 40-nichi
Perfect Education 2: 40 Days of Love
감독: 니사야마 요이치(西山洋市)
출연: 후카우미 리에(深海理絵), 히다 야스히토(緋田康人), 다케나카 나오토(竹中直人), 徳井優 (부동산업자)
원작: 마츠다 미치코 ['여자고교생유괴사육사건] (松田美智子原作 女子高校生誘拐飼育事)
일본개봉: 2001/6/23
한국개봉: 200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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