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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1,2권) 하루키의 에로틱하면서도 로맨틱한 스릴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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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1,2권) 하루키의 에로틱하면서도 로맨틱한 스릴러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10.07.29 09:19

(이 리뷰는 작년 11월 <1Q84> 1,2권을 읽고 쓴 리뷰였는데. 정작.. 내 홈페이지에는 안 올렸었네요..  3권 읽기 전에 2권까지만 올립니다.)

  그러고 보니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가 우리 곁을 찾아온 것도 꽤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한국에 불어 닥친 스타벅스 같은 겉멋의 작가가 아니라, 언제인가부터 한 권 두 권 차곡차곡 소개되면서 꽤 묵직한 팬 명부를 가진 중견작가라는 이야기이다. 나도 학창시절 도서관에서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의 작품은 거의 모두 한국에 번역 소개되었다. 장단편 소설은 물론, 에세이, 연재 컬럼들, 기행문까지 빼곡히. 그의 소설의 인기와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일본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들도 한국에 쏟아지면서 (문학에 있어서의) 탄탄한 일류(日流)를 형성하였다. 이 작품을 읽게 된 것은 순전히 <<아주주간>>이라는 중문 시사주간지 때문이다. 얼마 전 이 잡지에서는 커버스토리로 갑자기 이 아저씨를 다루었다. 그의 신간 <1Q84>가 일본에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그 작품과 조지 오웰의 <1984>, 그리고 뤼신(魯迅)의 <아Q정전>의 상관관계를 소개한 기사들이 실렸다. 갑자기 관심을 갖게 된 셈이다. <아큐정전>이라... 그런데 얼마 있다. 이 책이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되었다. 그와 때를 같이 하여 동아일보에서 나오는 주간지 <주간동아>에서 <<콘텐츠왕국 일본>>이라는 커버스토리가 실렸다. 일본드라마, 일본소설, 재패니메이션 등이 초강세를 보이는 이유에 대한 기사였는데  아마도 <1Q84>의 국내 출판에 맞춘 기획기사 같았다. 그 중 <1Q84>의 국내번역 선인세가 소개되었는데 무려 10억 원이란다. 세상에!!!!! 만세만세 하루키!!! 책을 사볼까, 도서관에서 내 차례 올 때까지 기다릴까 한동안 고민하다가 인터넷으로 책 주문했다. 그런데 (이 책에 언급되어 유명해졌다는) 야나체크의 <<신포니아>> 시디가 선물로 끼어서 배달되어왔다. 호이호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꽤 두껍다. 상권 655쪽, 하권 587쪽에 걸쳐 그림 하나 없이 텍스트로만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 하지만 워낙 이야기꾼이고, 흥미로운 내용이고, 때로는 에로틱하게 글을 쓰는 작가라서 정말 손에서 떼기 어려울 만큼 술술 읽힌다. 이야기는 두 주인공- 남자 덴고와 여자 아오마메-을 기준으로 펼쳐진다. 아오마메는 1장에서, 덴고는 2장에서. 그렇게 홀짝, 홀짝, 홀짝 식으로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교차식으로 펼쳐진다. (하루키의 다른 소설도 그런 방식을 취했다고 한다. 물론 안 읽었으니 아직은 모른다)
   무라카미 하루키 이야기는 일단 재밌다. <1Q84>도 재미있다. 조지 오웰의 <1984>를 안 읽었어도, 루쉰이 누군지 몰라도 전혀 지장 없다. 단지 2009년에 쓴 1984년의 일본 이야기라는 점만 명심하면 된다. 물론 너무나 기묘한 사건이라 1984년의 일본이 아닐 수 있다. 그래서 ‘1Q84년’이라고 해두면 된다. 제목의 비밀은 의외로 단순하다. 하루키의 소설이니 말이다.

남자는 소설로 폭로하고, 여자는 아이스픽으로 죽인다

  우선 아오마메는 어느 날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벗어나 택시기사가 일러준 비상계단을 통해 내려간다. 아마 그 계단이 ‘1Q84년의 동경’으로 통하는 마법의 통로인가. 어쨌든 여주인공 아오마메는 킬러이다. 스포츠 인스트럭터(스포츠마사지 전문가이며 호신술 강사)이지만 어떤 드라마틱한 과거에 의해 운명적으로 킬러가 된다. 증인회 신도였던 가족을 떠나 혼자 산다.

  남자주인공 덴고는 학원 수학강사이다. 인기강사이다. 유부녀를 걸프렌즈도 두고 있다. 정부인 셈이다. 매주 정기적인 만남(섹스)을 갖고 있다. 어느 날 출판사 편집인이 기묘한 제의를 해온다. 16살 소녀 후카에리가 쓴 신인상 공모작 <공기번데기>를 좀 손봐달라는 것이었다. 작품은 창의적인데 2%가 부족하다. 덴고는 이내 이 작품에 빠져들고 훌륭히 작업을 완수한다.

  아오마메와 덴고는 20년 전 한차례 인연이 있다. 이치카와 초등학교 같은 반 친구였다. 아오마메는 증인회 신도라서 따돌림 받고, 덴고는 아버지가 NHK수금원이라서 무시당한다. 어느 날 놀림당하는 아오마메를 편들어준다. 고마움 때문이었는지 아오마메가 덴고의 손을 꼭 잡는다. 둘이 열 살 때였다. 그리곤 서로 헤어지고 서로를 잊고 산다.

   덴고가 쓴 <공기번데기>에는 어마어마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 후카에리가 산속 코뮌(공동체)에서 겪은 이야기가 폭로된 것이다. 바로 신흥종교단체의 리더가 어린 여자애들을 성적 제물로 삼는 내막이 있다. 그러나 워낙 판타스틱한 내용이라 사람들은 모른다. 조그마한  사람들이 어디선가 나타나서 공기를 휘저으며 ‘공기번데기’를 잣는다. 그 속에 조그만 생명체가 나타난다. 리더는 어린여자애와 성적 교접을 한다. 아오마메는 부도덕한 리더를 암살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옴진리교와 일본사회

  아사하라 쇼코가 교주인 옴 진리교의 일본 지하철 사린 독가스 살포사건은 일본사회에 큰 충격을 몰아넣었다. 옴진리교는 이른바 종말론을 내세운 ‘신흥종교집단’이었다. 나로선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점은 이 어이없는 사이비종교 단체의 교주의 재판이 10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과 교주와 명칭만 바뀌고 아직도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종교의 자유문제인지, 일본 사법체계의 신중성인지는 모르겠다. 하루키는 이 사건 이후 사건에 대한 심층 취재에 나섰고 피해자와 가족들에 대한 광범위한 인터뷰를 진행하여 <언더그라운드>라는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루키는 이제 10년이 더 지나 소설로 ‘일본사회의 비현실적 현실’을 형상화한 것이다. 물론, 평자들은 이 소설에는 한신대진진과 911테러의 어두운 그림자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난 모르겠지만 말이다. 적어도 <1Q84>는 한 시절 일본사회를 뒤흔든 적군파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신흥종교의 끔찍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신포니아를 들으며, 반 호텐 코코아를 마신다.

  킬러 아오마메가 작업(암살)하려가면서 듣게 되는 야나체크의 25분짜리 교향곡 <<신포니아>>만이 PPL처럼 이 작품에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전편에 걸쳐 하루키의 다양한 취향과 기호품이 등장한다. 작가답게 그는 체호프를 자주, 그리고 중요하게 들먹인다. 아마도 이 소설을 읽고 가장 읽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체호프의 갈리크인 이야기를 다룬 <사할린 섬>이 아닐까 싶다. 핀란드 작곡가 야나체크의 <신포니아>는 조지 쉘(지휘)의 것과 오자와 세이지의 것이 등장한다. 또한 덴고의 유부녀 걸프렌즈의 취향에 맞춰 재즈도 등장한다. 집에 하루키가 쓴 에세이가 있었다. 오래 전 와이프가 하루키에 함빡 빠졌을 때 산 책인 모양이다. 난 <1Q84> 이후 도대체 그가 어떤 작자일까 싶어 뒤늦게 읽어보았다. 보스톤 마라톤에 참가할 정도의 열성적 마라톤 마니아이고, 자신의 작품에 고양이를 등장시키는 고양이 애호가인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재즈도 좋아하고. 그런 그의 개인적 취향과 기호가 모두 <1Q84>에 등장한 셈이다. 섹스는? 모르긴 해도 이 아저씨 행복한 섹스라이프를 누리는 모양이다. <국경의 남쪽>에서도 에로틱한 느낌이 아직도 남아있으니 말이다. 하권 21장 앞부분에서 아오마메는 코코아를 마신다. 굳이 반호텐 코코아를 마신다고 서술되었다. 정말 하루키상 못 말려~

1Q84 3권은 내년 여름에 발매

   1권과 2권이 나왔고,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3권도 출판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어떤 내용일까. 당연히 아오마메는 어찌 되었을까. 덴고와 만날 수 있을까. 그럼 공기번데기는 누구인가. NHK수금원도, 교접한 후카에리도, 편집장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유부녀 걸프렌즈는? 확실히 하루키는 많은 이야기를 ‘상실시킨 채’ 하권을 덮었다. 그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진다.

리틀피플과 TV피플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리틀 피플’이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하루키의 많은 작품 중에 단편집 <TV피플>을 찾아보았다. 제목 때문에. 혹시나 ‘리틀 피플’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싶어. TV피플은 음... TV를 설치하는 사람들이다. 이건 나온지 꽤 된 작품이지만 요즘의 상황으로 재해석하면 이런 내용이다. 하루종일 빈둥대는 현대인. TV라는 디지털 디바이스에 정신이 사로잡힌다. 어느날 새로운 기기가 배달된다. 호이호이~ 네댓 명의 TV피플이 아파트 거실로 커다란 신형제품을 운반한다. 아마도 50인치 벽걸이 LED TV일 것이다. 이건  HD TV이고, 스카이라이프를 달든, 스카이퍼펙을 달든, 와우채널을 달든 알아서 하세요. NHK수신료는 잊지 말고 내시고요. 리모콘을 던져주고 나간다. 최고급 TV지만 화면에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아내는 관심도 없다. 회사사무실에도 새로운 TV가 들어온다. TV피플이 나타나서 한쪽 벽에 건다. 사람들은 아무도 TV피플에 관심 없다. TV에 뭐가 나오든지 관심 없다. 사람들은 나에게도 관심 없다. 나는 TV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너무 쬐어서인지 사람들에게서 사라져버린다.... 물론 <TV피플>은 이런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하루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은 것은 분명하다. 호이호이...  (by 박재환 2009-11-2)


< 출처 : Sonny & Cher The Beat Goes On ★ 유튜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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