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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의원의 적 본문

雜·念

박근혜 의원의 적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10.07.23 09:22

 

  차기 대권주자로 가장 유력한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과 관련한 흥미로운 뉴스가 최근 2건이 있다. 하나는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발언 파문과 관련하여 그가 여대생만 품평한 것이 아니라 이전에 박근혜 의원의 몸매에 대해서도 한 말씀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지역구 행사장에서 해고노동자의 갑작스런 돌출행동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것이다. 강 의원 논란이야 '이미 끈 떨어진 정치인'이라서 ‘천하의 나쁜 놈’으로 어디 하소연 할 곳도 없을 신세일 것이니 생략하고, 두 번 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인터넷으로 찾아본 관련 보도에 따르면 팩트는 간단하다.

 박근혜 의원은 이날 대구 달성군 화원읍에서 열린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연장 기공식에 참석하여 축사를 하였다고. (박근혜 의원 지역구인 달성군이 대구광역시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오늘 알았고, 여기까지 지하철이 연장되는 것이 오랜 지역구 사업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지역구 의원이야 원래 자기 지역에 도로 닦고, 건물 세우고 그러는 게 다음 번 선거에서 당선되는 최고의 가시적 업적이다. 우리 동네 국회의원이 집으로 보내온 연례의정보고서인가를 보니 자신이 힘을 써서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엘리베이터 설치를 하게 되었다는 내용이 있다. 국회의원들이 하는 천가지만가지 일은 평상시 하는 일이니 선거로 평가받기는 힘든 모양이고, 선거에는 역시 지역 공사가 가장 인상적인 모양이다.)

여하튼 행사장에선 여성이 박근혜 의원 앞에 나타나서 소동이 일어난 모양이다. 그에 대한 보도 내용이다.

-박근혜, 지역구서 ‘봉변’…4년 전 테러악몽 떠올려 (경향닷컴)
영남대병원 여성노조원들의 ‘습격’을 받았다. 박 전 대표의 축사 이후 영남대병원 여성노조원 5명이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박 전 대표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들은 경호원들에게 곧바로 제지당했으나 실랑이 과정에서 한 노조원이 박 전 대표의 손을 할퀴어 손목에 찰과상을 입혔다. 박 전 대표 측은 곧바로 소독약을 사서 즉석에서 응급조치를 했다.

-박근혜 또 테러, 기습시위로 손목에 찰과상 (투데이코리아)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서 열린 행사장에서 기습시위를 당해 손목에 찰과상을 입었다.

-박근혜 또 `테러 악몽`…기습시위에 찰과상 (한국경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2일 자신의 지역구인 달성군에서 영남대 병원 노조원의 기습시위로 왼쪽 손등이 긁히는 봉변을 당했다. 박 전 대표는 2006년 '테러'를 당한 적이 있다.

-박근혜, 기습 시위에 손목 찰과상 (중앙일보)
 지역구(대구 달성)에서 ‘아찔한’ 일을 겪었다. 시위하던 여성 노조원 5명이 박 전 대표에게 달려들면서 손목 부위가 긁히는 찰과상을 입은 것이다

-박근혜, 또 '테러 악몽'…기습시위 '손목 찰과상' (mbc)
박 전 대표가 축사를 마치고 내려와 앉자마자, 영남대 병원 소속 여성 노조원 대여섯 명이 박 전 대표를 향해 갑자기 달려들었습니다.
[영남대 병원 노조원 : 손대지 마, 병원 노동조합 정상화시켜 주세요.]
경호원 3명과 당원들이 급하게 제지하는 과정에서 박 전 대표의 왼쪽 손목이 누군가의 손톱에 긁혔습니다.

-박근혜 또 깜짝… 지역구 행사서 시위대 돌진 (한국일보)
박 전 대표 주변에 있던 보좌진과 지역구 관계자들이 시위대를 곧바로 제지했으나 박 전 대표는 이 과정에서 왼쪽 손목을 약간 긁혔다. 현장에 있었던 친박계 이정현 의원은 "작은 상처가 생겨 연고를 발랐다"며 " 전혀 걱정할 상태가 아니다"고 전했다.

- 박근혜 찰과상´ 또 경호 허점 노출 (데일리안)
기공식장에서 대학병원 여성노조원들의 습격을 받아 손등이 긁히는 봉변을 당했다.

-대구 간 박근혜, 기습시위에 가벼운 부상 (한겨레)
축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을 찰나, 영남대 병원 여성 노조원 5명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경호원들과 주변 사람들은 곧바로 이들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표의 왼쪽 손목이 긁혔다.

조금 다른 기사가 있다. YTN보도이다

- 박근혜 전 대표 면담 요구한 노동자 저지 소동 (YTN)
오늘 오전 10시 대구 달성군에서 열린 도시철도 연장 기공식 현장에서 현역 국회의원이 박근혜 전 대표에게 다가 가는 노동자를 저지하며 바닥에 뒹구는 소동이 빚어 졌습니다. 오늘 소동은 박 전 대표가 축사를 끝내고 자리에 앉는 순간 영남대 병원 30대 여성 노조원 한명이 박 전 대표에게 면담을 요구하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 가는 순간, 옆에 있던 한나라당 서상기 의원이 달려 들어 막는 과정에서 일어 났습니다. 서 의원은 여성 노동자가 박 전 대표에게 달려 드는 것 같아 위협을 느껴 제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표와 여성 노동자 사이에 접촉은 없었고, 박 전 대표가 손목에 입은 찰과상은 앉아 있던 의자에 스치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 졌습니다.

뭐, 이런 내용.

해고는 살인이다

해고노동자들 농성현장에 등장하는 푯말 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이 이런 말이다. <해고는 살인입니다> 구조조정 등의 이유로 일터에서 내몰린 노동자의 상황을 이해해 본적이 있는가. 예전에는 그에 해당하는 사람이 제한적이었지만 이제는 누구나 그런 위기 상황에 놓일 수 있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아마도 ‘영남대 병원 30대 여성 노조원’도 엄청나게 급박한 사연이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들은 해고통보서를 받고서 피눈물을 흘렀고, 뒤늦게 노조에 가입하여 별짓을 다해 봤을 것이다. 병원 로비에서 연좌농성도 해 봤을 것이고, 병원 원장/이사장 집에도 찾아가 봤을지 모를 일이다. 민주노총이나 민주노동당도 찾아가 봤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마 이런 저런 그들의 상황을 전하는 기사를 본 사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을 지도 모른다. “왜 짜증나게 환자들 앞에서 시위야...”부터 “에이, 빨갱이들...” 같은 반응도 나왔을지 모른다. 해고노동자 가족이 내일 당장 월세집에서 쫓겨나고 가족해체의 길로 접어들지도 모를 상황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당연히 지역구 의원이 참석하는 행사장에서 읍소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박근혜 의원정도라면 빅뉴스 감이니 말이다. (작년 이맘 때 비정규직법이 실행/발효되면서 비슷한 논쟁이 있었다. 이제는 일상적 일이 되어버린 셈이다.)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일개 사업장에서 이루어진 해고 논란에 대해 원칙주의자 박근혜 의원이 뭐라고 ‘품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지역구 국회의원이 이런 논란의 중심에서 마냥 무관심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박근혜 의원은 즉각 경호원, 혹은 경호원을 자처하는 무리에 의해 ‘격리’당하고 논쟁에서 한발 물러난 형국이 되고 말았다. 기자들은 시위자의 주장에는 관심이 그다지 없다. 그저 몇 년 전 ‘커터 테러’와 연계시킬 선정적 보도를 생각하거나, 곧 있을지도 모를 MB와의 회동에 대한 속내이 더 궁금했다. 왜냐하면 ‘해고 노동자’는 몇 명 안 되고, 박근혜 의원은 대한민국의 전체를 생각하는 통 큰 의원이니 말이다.

해고노동자는 어디든지 뛰어들 것이다.

- 김수환 추기경이 살아있어 이곳에 성당 낙성식 봉헌 행사에 참석한다면 ‘해고노동자’는 뛰어들어 “추기경님, 저희들을 보살펴 주소서..”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동네 신부님이 “아니, 어디 감히...”하며 격리할까?

- MB가 4대강 공사현장에 들렀다가 동네 식당에서 국밥 먹을지도 모른다. 그때 해고노동자들이 뛰어들지도 모른다. “대통령 할아버지, 우릴 살려주세요.”라고. 그럼 경호원들이 아찔해할지 모른다.

- 모 방송국이 지역 행사로 생방송 카메라를 돌릴지 모른다. 해고노동자가 팻말을 들고 카메라 앞에 뛰어드는 방송사고를 일으킬지 모른다. 담당피디 아찔하겠다

- 야당들이 다 모여서 4대강 절대 반대 시위를 할지도 모른다. 여기에도 몰려갈지 모른다. 야당대표는 근엄하게 ‘MB 비난발언’을 한번쯤 해줄지 모른다. 사실 관심 없을지도 모른다.

해고노동자들, 그 다음엔? 어디 굴뚝이나, 다리 위에 기어 올라갈지 모른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글이 뛰어내려도 단신처리이다. 아니 이번엔 좀더 뉴스거리가 될지 모른다. “박근혜 의원에게 달려들었던 그 해고노동자.. 운운하며”  비극이다.

흥미롭지 않은가. 영화감독이라면 이런 ‘유망정치인 테러’에 준하는 돌발행동에서 어떤 정치코미디가 생각나지 않는가?

“여러분 이게 무슨 꼴입니까? 여러분의 새카만 얼굴을 보니 내 가슴에 피눈물이 납니다. 여러분 우리는 아직까지 이렇게 못사는 나라이지만 후손들에게 잘사는 나라를 물려줍시다.”
박정희, 1963.12.8 독일


박근혜 의원은 지역구 숙원사업도 중요하겠지만 ‘한줌도 안 되는’ 해고노동자의 이야기도 조용히 들어봐 주길 기대한다. 조선인지 중앙인지, 어느 신문에서 그 옛날 박정희 대통령이 혁명을 완수하고 독일로 날아가서 파독 노동자(광부/간호사)를 붙잡고 ‘지금은 가난하지만 우리의 후손에겐 결코 가난을 물려주지 않도록 만들겠습니다.“고 말하며 부둥켜 안으며 눈물바다가 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물론 그 시절과 지금을 단순비교할 수는 없다. 당시엔 당시의 국가적 목표가 있을 것이고, 이제는, 그리고 향후는 좀 더 인간적인 복지를 내세워야 진짜 국민의 사랑을 받는 ‘유망한 정치인’이 되지 않겠는가.

사실, 지하철 놓고, 에스컬레이터 설치하는 것이랑, 그 시절 고무신 돌리고 밀가루 돌린 것이랑 뭐가 다른가. 대신 이국 땅에서 땀을 흘리던 광부와 해고 노동자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 ‘국가지도자’가 할 일이지... (박재환, 2010.7.23)

홍사덕 "박정희 환영사 보며 밤새 통곡" (한국일보)
파독광부·간호사 눈물이 오늘의 한국 만들어”(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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