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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관음] 드라마틱한 중국/현대/통속/대중소설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10.03.12 15:54


 중국에 ‘해암’(海岩,하이옌)이라는 작가가 있다. 이름이 독특한데 필명이다. 본명은 사해암(佀海岩)이다. 사(佀)씨는 흔치 않은 성(姓)씨이다. 이 사람은 참 특이한 프로필을 갖고 있다. 1954년 북경에서 태어난 그는 1969년 입대한다. 해군항공병 기지단에서 중국의 주력전투기의 하나였던 썬6(殲-6)의 전기관련 업무를 했다고 한다. 제대 후에는 북경시 공안국에서 일했다. 중국에서는 군대관련 이야기를 다루는 이른바 ‘군려’(軍旅)작가는 꽤 된다. 그런데 해암처럼 공안국 출신은 드물다. 더욱 기이한 것은 그가 공안국을 나온 뒤 개인사업을 한다는 것이다. 놀라운 사업수완을 보이며 여러 기업체를 거느린 전문경영인이 되었다. 호텔사업도 하고 있고 그런 배경으로 중국여행업협회 부회장 직함도 갖고 있다. 대학 교수직함도 있다. 그는 이런저런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쓴다. 그런데 그 소설이 중국에서는 베스트셀러이다. 그의 소설은 TV드라마와 영화로 곧잘 만들어지기에 중국 대중들에게는  ‘해암’이 우리의 ‘김수현’이나 ‘이문열’만큼이나 익숙한 작가이다. 그의 소설 작품 중 하나가 최근 한국에서 정식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바로 <옥관음>이다. (아우라출판사,김태성 번역)

<옥관음>은 2000년 중국에서 출판되었다. 중국에서 200만 부나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영화로 만들어졌다. 홍콩 여성감독 허안화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판 <옥관음>에는 중국 스타 조미와 홍콩 스타 사정봉이 출연했다. 우리나라 조미와 사정봉 팬에게는 이미 <옥관음>이 많이 알려져 있다. 소설과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중국에서는 두 차례 TV드라마로 만들어졌다. 과연 얼마나 재미가 있고, 대중 흡입적인 요소가 있을까. 영화를 먼저 보고(오래 전에~), 해암 원작소설을 한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때 맞춰 원작소설이 출판된 것이다. ( 박재환 영화<옥관음>리뷰 보기)

영화 <옥관음>에서 주인공 안신 역은 조미가 맡았다.

여자 공안, 기구한 사랑을 하다

중국에서 공안(公安)이라 하면 범접할 수 없는 권위와 권력을 가지고 있다. 작가가 수도 베이징에서 공안을 했다고 하니 이곳 생리와 속사정을 잘 알 것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안신(安心)은 공안이다. 북경은 아니고, 저 멀리 운남(雲南,윈난)성 난더(南德) 경찰국 마약수사대 소속의 공안(缉毒女警)이다. 이 지역은 세계 최대의 양귀비 생산지인 미얀마의 골든 트라이앵글과 가깝다. 안신은 어릴 때부터 태권도를 했고 누구나 그녀를 처음 보는 순간 사랑에 빠질 만큼 아름다운 것이 문제였다. 그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몇몇 남자가 차례로, 그리고 공교롭게도 겹쳐서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마약수사 업무란 것은 너무나 위험한 일이다. 첫 번째 사랑도, 첫 번째 결혼도 모두 마약수사 때문에 엉망이 된다. 위험천만한 마약 수사사건 현장에 뛰어들게 되고, 하나의 거대한 마약조직을 일망타진할 수도 있었지만 공교롭게도 마약조직원 중의 한 명이 예전에 안신을 쫓아다녔던 악한. 그녀는 정말 원치 않게 삶을 ‘세탁’하게 된다. ‘마약수사대 요원 보호차원’에서 그녀는 새로운 이름(신분)과 함께 고향을 떠나 저 멀리 베이징으로 떠나야했다. 여기에서 숨은 듯 지내며 전혀 새로운 삶을 살아야하는 것이었다. 베이징에서. 하지만 베이징에서의 삶도 그녀에게 평안함을 용납하지 않는다. 베이징의 한 태권도학원에서 힘겹게 살고 있는 그녀를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지는 베이징 청년 양루이(楊瑞). 양루이는 안신을 알기 전에는 플레이보이였다. 하지만 안신과 사귄다는 것은, 안신과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양루이는 정체불명의 ‘안신’에 급격히 빠져든다. 하지만 안신을 알면 알수록 온갖 비밀과 불행이 따라다니는 것이다. 안신은 안신대로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하고, 자신의 슬픈 인생을 덤으로 떠안아야 되는 것이다.

운남성의 정취, 마약수사대원의 고통

이 소설은 독특하다. 한 여자가 통속적인 사랑에 얽매이는 것은 분명 멜로드라마/ 연애소설이다.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기다림이 돋보이는 멜로물이며, 억척스레 살 길을 개척하는 여주인공의 분투가 작품에서 손을 떼기 어렵게 만든다. 한편 소설은 마약수사에 목숨까지 내놓아야하는 위험천만한 공안들의 임무를 장엄하고도 거룩하게 그린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중국에서는 마약사범을 사형시킨다는 그런 살벌한 이야기. 그만큼 마약의 병폐도 크고, 그만큼 마약조직이 흉포하다는 것이다. 저 운남성에서 펼쳐지는 마약수사대의 힘겨운 싸움과 재판과정, 그리고 그에 덧붙여 보여주는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 등은 이 소설을 다채롭게 만든다.

소설을 보고 나면 북경이 아니라 운남성의 그 고색창연하고 고답적인 마을들이 눈에 어른거린다. 지도를 찾아보았다. 소설에서는 이곳이 난멍산(南勐山)에 둘러싸여 있고 누강(怒江)이 흐른다고 한다. 보이차(茶)로 유명한 푸얼이 이 근처이다. (실제 거리로는 엄청나게 멀다!) 소설에는 이 지역의 아름다움, 혹은 원시적인 고적함이 묻어난다. 또한 이 지역에 거주하는  좡(壯), 더앙(德昂)족, 다이(傣)족 등 소수민족의 주거방식이나 고유의 민속놀이 등이 흥미롭게 소개된다. 이들의 민속놀이 가운데에는 상대에게 물을 끼얹는 놀이(潑水節)가 있다. 여주인공이 물놀이를 하다가 ‘꿈에 나올까 무서운 악한’을 발견하는 장면은 마치 할리우드 스릴러 같다.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운남성에 한번 꼭 가보고 싶어진다. ^^ ( 발수제 사진보기)

공안국 출신 작가의 의협심

[옥관음]은 옥으로 만든 관음상을 의미한다. 여주인공 안신이 소중하게 여기던 옥관음 목걸이이다. 이 소설책 앞에 관음에 대한 설명이 있다. 불교에서는 네 명의 보살이 있단다. 각각 네 가지 이상적인 인격을 대표한단다. 자비(관세음), 지혜(문수사리), 실천(보현), 소원(지장왕)이란다. 불교경전에서 ‘관세음보살’이 주관하는 ‘자비’는 [즐거움을 나눠주고(慈), 고통을 없애주는(悲)] 것이란다. 안신은 모든 고통을 자신이 다 뒤집어쓰고 즐거움을 나눠주는 운명을 타고난 모양이다. 영화에서는 그런 종교적 거룩함보다는 공안의 헌신적인 희생이 돋보인다. 마치 우리나라 국정원 요원처럼 ‘무명의 헌신’인 셈이다. 이 소설의 라스트에서 안신은 작전 중 거룩하게 희생되었을까? 알면 재미없다. 읽어보시라. 작가가 글을 쓸 때 영화화를 염두에 둔 모양이다.


참, 이 소설에서 여주인공 안신은 노래 하나에 계속 집착한다. 홍콩 가수 진효동(陳曉東,천샤오뚱)의 ‘나보다 행복해야 돼’(比我幸福)란 곡이다. 왜 안신이 이 노래를 좋아하는지도 소설을 다 보면 이해한다. 그 노랫말이 자신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은 조용히 떠나가도(세상을 하직하더라도) 그대만은 모질게 이를 악물고 내 몫까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아야한다는 그런 내용. 아. 맞다. [타이타닉]에서 잭 도슨이 얼음장 같은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로즈에게 “내 몫까지 행복하게 살아줘..” 바로 그런 심정? (박재환 2010.3.12)

望著廣場的時鐘 
你還在我的懷裡躲
風不習慣言不由衷 
沉默如何能讓
你都懂此刻與你相擁 
也算有始有終
祝福有許多種 
心痛卻盡在不言中
請你一定要比我幸福 
才不枉費我狼狽退出
再痛也不說苦 
愛不用抱歉來彌補
至少我能成全你的追逐
請記得你要比我幸福 
才值得我對自己殘酷
我默默的倒數 
最後再把你看清楚
看你眼裡的我好模糊 
慢慢被放逐
放心去追逐你的幸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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