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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리뷰

[국가대표] 우린 대한민국 국가대표야~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9.08.12 09:46



  김용화 감독의 <국가대표>란 영화를 보았다. 올 여름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와 함께 나란히 한국영화의 수준과 위상을 드높인 영화로 영화팬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영화이다. 두 영화를 다 보고 나온 관객이 “이 영화가 좋다”, “저 영화가 더 낫다“라고 논쟁이 붙을 정도이니 정말 한국영화계로서는 2009년 여름이 축복받은 씨즌임에 분명하다.

   <오 브러더스>와 <미녀는 괴로워>의 전작을 통해 사회현상에 대해 범상치 않은 시각을 보여주었던 김용화 감독의 신작 <국가대표> 또한 그 전작 못지않은 화제성과 휘발성을 흥행성 뒤에 숨기고 있다. 굉장하지 않은가.

삼류, 따라지, 루저의 삶

   영화는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스키 점프 팀이 급조되면서 시작된다. ‘바덴바덴’을 기억하는가? 그런 일이 있었다. 동계올림픽을 위해 무주와 평창이 힘겨루기한 일도 있었다. 그런 대규모 국제스포츠행사를 개최하면 국가 이미지와 도시 브랜드 벨류가 급상승한다. 물론 국민과 주민의 자부심도 비교가 안될 만큼 커지고 말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서 동계스포츠라면 동양인의 신체적 특성을 백분 발휘한 쇼트트랙과 최근 김연아 열풍 말고는 뚜렷이 생각나는 것이 없다. 그런데 동계올림픽 상위권 목표가 아니라 아예 동계올림픽 개최라고? 좀 생뚱맞다. 그러나, 불가능에 도전한 사람들이 있기에 서울올림픽이 있었고, 대한민국 브랜드 파워업이 가능했으며, 김용화의 <국가대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전직 어린이스키 강사인 성동일 아저씨는 개인적으로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동계올림픽이 열릴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을 수 없을 정도인 무주에 인생을 올인한다. 그가 선택한 종목은 스키 점프이다. 영화에서 'SKY JUMP'라고 나오는데 그게 맞는지 틀린지도 모를 정도로 문외한이다. 우리나라 선수층이 얼마나 두터울까. 여름에는 어디서 연습할까? 해외전지훈련은 할까? 겨울에는 어떡하지? 겨울 한 시즌만 기다려온 스키 매니아를 다 쫓아내고 훈련장을 독점이라도 하는 걸까? 선수 중에 김연아나 김태환급 선수라도 있다면 가능할지 모를 일이다.

   여하튼 성동일 아저씨는 선수들을 끌어 모은다. 동계올림픽 본선에 진출하기 위해선 우선 팀이 있어야하고, 예선전을 통과해야하는 것이다. 그들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존재조차 모르는 종목에 진출하여 메달이라도 걸게 되면 동계올림픽유치위원의 높은 분들이 아주 기뻐할 일이다. (기대조차 안 한단다. 쇼트트랙이 있으니깐!)

  다행히 미국에서 알파인 스키(이건 또 무슨 종목인지 모르긴 마찬가지다) 주니어대표였던 하정우가 한국에 건너온다. 어릴 때 미국으로 입양된 하정우의 소원은 자기를 낳은 어머니를 만나, 왜 자기를 버렸는지 물어보고 싶다는 것이다. 어릴 때 기억을 더듬어 자기를 버린 어머니에게 아파트 한 채를 사주고 싶은 게 소원이라고 말한다. 성동일 코치는 미끼를 던진다. “네가 동계올림픽에 나가서 금메달 따면 어머니가 널 찾을 것이고, 국가에서는 아파트 한 채를 줄 것이다”고. 오케이! 이 보다 더 확실한 참여 근거가 있으리오.

  아니, 또 있다. 할머니에 좀 모자란 동생(이재응)을 보살펴야하는 김지석. 자신이 군대에 가면 누가 모시나. 병무청에 투서도 하고, 높은 사람에게 편지도 써보지만 입영 날짜는 점점 다가만 온다. 성동일 코치 나선다. “동계올림픽 나가서 금메달 따면 군 면제야!”라고. 대한민국 남자관객 몇 퍼센트는 금새 “히야~”하고 시나리오의 탄탄함에 감탄할 것이다.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선수 4명과 후보선수 1명이 있어야한단다. 이젠 무슨 수로 채울 것인가. 성동일 코치의 예쁜 딸에 반한 날라리 선수 김동욱,  그리고 엄청난 권위와 폭력의식으로 뭉친 아버지 밑에서 기도 못 펴고 사는 최재환. 그럭저럭 팀은 구성되었다.

  이들의 사연은 각기 드라마가 있고, 관객의 호응을 적당히 끌어들이기에 족하다. 웃길 수도 있고 울릴 수도 있는 사연들이다. 이들 3류 인생들이 펼치는 드라마는 인간승리 아니면 인간승리보다 더 아름다운 이야기가 될 것이다.

  역시 예상대로 올림픽 유치를 위해 급조된 팀만큼 훈련여건도 최악이다. 그들은 그들만의 잔치를 위해 땀 흘린다. 만약 서울 인근에 훈련장이 있으면 메이저 언론사는 찾아가지 않더라도 ‘블로거/시민기자’들이라도 찾아나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땀 흘리는 우리 국가대표...”라는 블로깅을 해 줄 것이지만... 저 산골에 짓다만 공사판에서 펼쳐지는 3류급 국가대표의 연습장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 아니 감독은 메이저 언론 대신 마이너 매체(**시장)의 어정쩡한 기자를 등장시켜  B급 인생의 비장미를 북돋운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시점에서라면 정체불명의 급조팀보다는 쇼트트랙 선수나 김연아를 쫓아다니는 것이 시청률에 도움이 될 것이니 말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말이다.

영화는 굉장하다

  <해운대>도 굉장했지만 <국가대표>도 그에 못지 않다. <해운대>가 쓰나미의 영상효과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국가대표>는 스키 점프의 그 짜릿한 활강에 매진한다. 자유낙하와 순간 상승, 그리고 허공에 딱 멈춘 것 같은 정적감 등이 선수들의 땀 냄새와 눈(雪)의 향기, 조명의 물결, 관객의 숨결까지 고스란히 재현해 낸다. 이전 동계 올림픽 자료화면 재활용인줄 알았지만 전부 CG로 만들어낸 것이란다. 물론 이런 기술은 <브레이브 하트>에서처럼 10명이 100명이 되고, 100명이 1,000명이 되는 컴퓨터의 힘 덕택이다. 이제 영화팬들은 그런 프로덕션 단계의 영화인의 수법에 연연하지 않는다. 관객은 보이는대로 즐길 준비가 된 것이다. 이 영화의 힘은 전반부의 오밀조밀한 드라마 전개에 이어 후반 30분에 휘몰아치는 경기장의 함성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스키점프 팀의 대활약이다.

김용화 감독이 슬쩍 던진 화두

   김용화 감독은 <국가대표>를 두고 대한민국 영유아 해외 입양에 대한 전 국민의 각성을 논하지도, 비인기 스포츠종목에 대한 대승적 시각교정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김용화 감독 스타일의 영화에 대한 즉자적 반응일 뿐이다. 하지만 한번쯤은 곰곰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지금도 KBS <아침마당>을 보면 어릴 때 헤어진 가족을 찾아 눈물겨운 사연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 대한 시각도 다양해졌다. 그리고 그렇게 마치 연어처럼 조국에 돌아와서 자길 버린 어머니를 찾는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저 먼 이국에서, 그 어디에도 뿌리 내리지 못하고, 환영받지 못하고, 3류 인생으로 몰락하는 경우가 있음을 알게 된다. 결국 밥(하정우)같은 경우가 생기는 것은 가난, 혹은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시선의 불온함에 연유할 것이다. 어쩌겠는가. 지금도 여전한 것임을. 누구를 욕하고 누구를 탓할 것인가. 결국 우리네에게 돌아올 비난의 손길임을.

파시스트 국가대표

   엘리트 스포츠의 폐단에 대한 언론의 독설은 오래전부터 여러 차례 있어왔다. 금메달과 팀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구타와 선수 희생 쯤은 마다하지 않는 실태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나 그런 현상도 결국 감독과 선수만 탓할 수는 없다. 우리는 정상적으로 공부하고 정상적으로 운동하여 순위권에도 못 오르는 스포츠 자체를 용납하지 않으니 말이다. 학교에서 어떻게 훈련받았고 어떤 희생을 당했는지는 나 알바 아니니까 무조건 이기고, 무조건 금메달 따야한다고 태극기 흔들며 “대~한민국!”을 외치는 국민이 대부분이니 말이다. 이제는 선수들이 은메달 땄다고 고개 숙이며 풀 죽지 말고, 우리 대한민국 국가파워에 비해 과도하게 몇몇 어린 선수에게 쏟아 붓는 부담스런 시선을 조금은 걷어내야할 것이다.

 영화에서 조진웅이 연기하는 스포츠 해설가 이야기는 흥미롭다. 국제대회를 앞두고는 방송사에선 항상 스포츠 캐스터와 해설가에게 주의사항을 하달한다. 너무 흥분하지 말고, 너무 국가이데올로기를 내세우지 말고, 너무 선수에게 부담주는 발언을 하지 말라고. 하지만 다 알잖은가. 결승에서 일본이라도 맞붙게 되면 어떤 상황이 펼쳐지는지. 그게 이미 굳어진 국민의식이요, 우리나라 스포츠 중계방식인 것을.

  앞으로는 <국가대표>에서조차 다루지 않았던 더 많은 스포츠 종목과, 해외입양아 못지 않게 버림많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낮은대로 임하는 자세가 필요한 듯하다.

맙소사, 이 영화는 종교영화였단 말인가?  (박재환 2009-8-12)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아침마당>에서 뒤에 앉아있는 이들이 실제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란다. 카미오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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