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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영화리뷰

[에로스-手] 왕가위 감독의 에로티시즘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2.17 21:48

[리뷰 by 박재환 2005/4/22]   왕가위 감독이 [2046]을 만들고 나서, 아니 재촬영과 재편집에 매달리면서 잠깐 짬을 내어 단편을 하나 만들었었다. 바로 [에로스](愛神)라는 작품이다. 이미 나이 92세인 이태리의 노장 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와 할리우드의 재능 있는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와 함께 각자 30분 정도 분량의 단편을 만든 것이다. [에로스]의 주제는 세 감독이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는 '에로와 욕망'에 관한 것이었다. 안토니오니 감독은 이미 오래 전에 [욕망]이란 작품으로, 소더버그 감독은 [섹스, 비디오테이프, 그리고 거짓말] 등의 작품을 통해 이런 주제를 다룬 적이 있다. 세 감독은 '에로스'를 다룬 작품을 만들기로 뜻을 모은 뒤 상대 감독들이 무슨 내용으로 어떻게 찍는지 전혀 모른 채 자신들의 작품에만 전력을 쏟았다고 한다. 과연 이들 거장의 작품은 어떨까.

  왕가위 감독의 작품은 [손](手, Hand)이다. 왕가위 감독이 생각하는 에로티시즘은 어떤 것일까. 왕가위 감독은 [해피 투게더] 이후 [화양연화]와 [2046]에 이르기까지 억제된 욕망의 터질 듯한 긴장력을 화면에 담아왔다. 이번 영화에서는 그런 절제와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다.

  이 영화에는 왕가위 감독의 또 하나의 페로소나인 장진과 최근 왕가위 사단에 합류한 공리가 출연한다. 배경은 아마도 1960년대의 홍콩. 수습 재봉사 장진이 공리에게 불러간다. (아마도 그렇고 그런 직업을 가진 모양인) 공리는 장진에게 화려하고 멋진 옷(치파오)을 부탁한다. 아직 이런 분위기에 익숙지 않은 장진은 엉거주춤 서 있기만 한다. 공리는 그런 장진을 자신에게 가까이 오라고 한 후 하의를 벗게 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손을 내민다. 아직 어린 장진은 공리의 손길에 어쩔 줄을 몰라한다. 공리는 "넌 아직 여자친구가 없군. 앞으로 많은 여자를 사귀게 되더라도 이 손의 느낌을 잊지 말거라."고 말한다. 이후 소년 장진은 10여 년 동안 이 여자를 위해 화려한 옷을 재단하고, 가봉하고, 배달해 준다. 그러면서 공리를 둘러싼 남자들을 멀리서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세월이 흘러 나이 들고 공리는 병들지만 장진은 공리를 향한 애틋한 풋사랑을 감출 수가 없는 것이다.

  당초 왕가위 감독은 1930년대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찍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SARS영향으로 홍콩으로 배경을 옮겼다고 한다. 왕가위 감독은 동양적 에로티시즘은 여백의 미라면서 직접적인 노출 등은 최대한 자제한다. 공리의 뭇 남자는 소리만 들을 수 있고 결코 정체를 알 수 없다. 공리의 손길도 볼 수 없기는 마찬가지.

  왕가위 감독이 지난 달 일본을 찾았는데 자신이 생각하는 '에로스'는 단지 자극적인 섹스가 아닌 미각, 맛과 같다고 말했다. 일본 생선회와 같은 것이라고 말이다. 미술과 음악에 탁월한 조예를 가진 왕가위 감독의 맛과 멋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왕가위 감독의 걸작 [해피 투게더]의 홍콩 제목은 [춘광사설](春光乍洩)이다. 시적인 제목 짓기로 소문난 왕가위 감독이 왜 양조위와 장국영의 이야기를 '춘광사설'이라고 했을까.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작품 [블로우 업](blow-up, 우리나라에선 [정사]로 소개됨)의 홍콩 개봉당시 제목이 바로 [춘광사설]이었다. 왕가위 감독은 자신이 너무나 좋아했고 존경했던 영화감독과 마침내 함께 작품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로렌조 마토티(Lorenzo Mattotti)의 환상적 그림과 카에타노 베로소(Caetano Veloso)의 음악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이 영화가 내달 대도시를 돌며 소극장에서 순회 상영될 예정인데 이에 맞춰 카에타노 베로소가 공연을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참고로, 이 영화를 무진장 보고 싶었는데.. 어떻게 동영상을 구해 보게 되었다. 아쉽게도 '아마도' 이태리어인 모양이다. 내달 일본에서 개봉될 예정인데 일본어 웹사이트에 올라있는 예고편을 보면 공리와 장진의 중국어를 아주 잠깐 들어볼 수 있다.


Eros:The Hand 愛神:手 (왕가위 감독/2005년)
개봉일: 2005/4/8(미국) 4/16(일본) 4/29(대만)
감독/각본: 왕가위
출연: 공리, 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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